“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미디어법 등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각종 정책에 대해 ‘모든 게 잘 될 거라’며 ‘우리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다’고 외치는 정부를 보며 가수 이한철의 노래 ‘Superstar’가 떠올랐다. 하지만 과연 정부의 말대로 우리 앞엔 눈부신 미래가 있을까? 우리는 정말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그동안 국책연구기관을 동원해 국민을 상대로 일자리 창출 등 장밋빛 미래를 포장하던 정부였다. 그런데 이들 기관이 내놓은 연구물들이 조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부의 정책 추진에 타격이 갈 것으로 보인다.

◇ ‘일자리 2만개’ 미디어법, 통계조작 논란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골자로 하는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법 통과의 근거로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내걸었다.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KSDI의 보고서가 엉터리였다는 구체적 증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2009년 2월 4일자 한겨레 2면
민주당 천정배 의원이 7일 입수한 ‘2008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유료통계’에 따르면, KISDI가 보고서에 인용한 ITU의 2006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원달러 환율이 654.78원으로 잘못 표시돼있다. 2006년 실제 원달러 환율은 954.80원으로서 이를 명목 GDP인 847조8800억원에 적용하면 8880억달러여야 하나 ITU가 잘못된 환율을 적용해 1조2949억달러가 됐다. 이후 ITU는 통계오류를 인정해서 새로 업데이트한 자료에서 2006년 GDP 통계를 환율 954.80원, 명목 GDP는 8880억달러로 수정했다.

당시 환율이 중요한 것은 2006년 GDP를 1조2949억달러로 보고 산출한 ‘GDP 대비 한국의 방송시장 규모’가 0.68%였고 KSDI는 이를 근거로 “선진국 수준인 0.75%보다 낮기 때문에 방송에 대한 소유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신방 겸영 허용 등 미디어소유규제를 완화하면 일자리 2만개가 늘어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GDP인 8880억달러로 계산을 하게 되면 ‘GDP대비 한국의 방송시장 규모’는 0.98%로 선진국 수준보다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내 광고시장 규모가 포화상태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보고서의 ‘일자리 2만개 창출’ 주장이 허구라는 얘기다.

천정배 의원은 “언론관계법 개정으로 신방겸영이 허용됐을 때 한국 방송시장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허구이며,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주장도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ITU의 엉터리 통계를 검증하지 못한 방통위나 이를 근거로 보고서를 발표한 KISDI나 한심하긴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다른 년도의 통계자료는 문제가 없고 유독 2006년 자료만 엉터리였는데, 공교롭게도 2006년 통계를 인용하여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 납득이 잘 안 된다. 잘못된 통계자료인 것을 알면서도 취업유발효과를 뻥튀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묵인·인용한 것 아닌가 의혹이 생긴다”며 의도적인 자료왜곡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 ‘조작’ 4대강 홍보 동영상

정부가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는 ‘4대강 사업’ 역시 조작 논란에서 비켜갈 수 없다. 지난 2월초 4대강 홍보 동영상에서 정부는 “낙동강·영산강 하류의 수질등급은 5급이고, 4대강 유역에 자연습지가 전무하며,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고 했으나 ‘사실 왜곡’이라는 환경단체와 언론의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이 동영상을 삭제했다. 오류를 인정한 셈이다.

▲ 2009년 2월 13일자 한겨레 11면
홍보 동영상을 제작한 곳은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다. “4대강 정비 사업은 결국 대운하”라고 폭로한 김이태 박사가 근무하던 곳이다.

동영상에 대해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낙동강과 영산강은 각각 2, 4 등급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으며, 4대강 유역 중 한강 하구와 낙동강 하구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돼있어 습지가 전무하다는 표현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 정부가 4대강의 현실을 의도적으로 왜곡 조작했다”며 허위사실 유포 책임을 물어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과 행정책임자인 김희국 4대강 살리기 기획단장을 지난 2월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홍보 동영상에서 물고기가 죽어가는 강을 표현한 사진에 대해 “23년전 미국 시애틀 독극물 유출사고 당시 미국 사진작가에 의해 찍힌 사진을 마치 우리나라 강의 경우인 것처럼 조작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 가운데 낙동강 사업의 사전 환경성 검토에 활용된 낙동강 생태현황 자료가 4년전 현지조사 결과와 10년 넘게 지난 여러 문헌 자료들이라는 사실이 8일자 한겨레 1면 <10년 묵은 자료로 ‘환경성 검토’ 뚝딱>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조작’은 아니지만 조작이나 다름없는 눈가리기다.

지난 2월에는 경인운하에 대해 “경제성이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인운하사업 타당성 연구보고서가 부실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84만 제곱미터인 인천터미널 토지에 대해, KDI가 117만 1천 제곱미터만을 반영하는 등 비용을 과소추정해 경제성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 한미FTA때도 국책 연구기관의 통계 조작 의혹

정책 추진에서 조작 논란에 휩싸인 사례는 이명박 정부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6년 한미FTA 추진의 근거가 됐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006년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미FTA로 인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는 1.99%(135억달러)였으나 3월 보고서에서는 이 수치가 7.75%로 급증했다. 대미무역흑자 감소 전망치 또한 73억달러에서 47억달러로 축소됐다. 이에 대해 KIEP는 “1월 보고서에서는 관세 철폐의 효과와 자본축적의 효과만을 고려했으나, 3월 보고서에는 이 두가지 효과 외에도 생산성 증가의 효과를 추가 계산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KIEP의 한미FTA 연구결과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KIEP가 사용한 미국 퍼듀대의 GTAP 프로그램을 자체 구입하고, 계량경제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KIEP가 사용한 방법에 의거해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를 직접 시연한 결과 KIEP보고서에서는 국내총생산이 0.42% 성장한다고 됐으나 실제로 0.3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현재 정부는 KIEP보고서의 주장만 원용하고 있을 뿐, 그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과 데이터에 대한 공개는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정부 스스로 KIEP의 연구보고서를 ‘객관적인 학문’의 영역이 아닌, ‘주관적인 믿음’의 영역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