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공영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국회 미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되지 못해 파장이 일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은 이른바 '최순실 방지법'으로 불리는 법안으로, KBS, MBC 등 공영방송사들이 권력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안이다.

▲신상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새누리당·왼쪽)과 박대출 미방위 새누리당 간사. (연합뉴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해당 법안을 비롯한 109개 법안을 15일 전체회의에서 논의해 법안소위에 회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새누리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법안소위 회부 불가로 방향을 급선회하면서 이는 물거품이 됐다.

야당은 KBS, MBC 등이 공영방송사로서 제대로 권력을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수라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KBS의 경우 총 11명의 이사진이 여야 추천으로 임명되는데, 이들은 여당 추천 이사 7명, 야당 추천 이사 4명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가 KBS 사장을 추천한다. 사실상 정부여당의 입김이 KBS에 깊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MBC 사장을 선출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도 대통령 추천 이사 3명, 여당 추천 이사 3명, 야당 추천 이사 3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MBC 역시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는 보도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KBS보도개입 사건을 폭로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지난 9월 세월호 3차 청문회에서 "KBS는 사장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할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KBS 콘텐츠가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편향돼 가는 문제가 있다"면서 "최소한 사장 추천 시 특별다수제와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방송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이유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에 대한 법안 소위 회부를 반대하며, 추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으로 공영방송의 공정성 확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아지면서, 새누리당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따라서 이번 미방위 회의에서는 법안소위에 회부되지 않겠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법안에는 ▲공영방송 이사를 13명(여야 추천비율 7대6)으로 늘리고 ▲사장추천위원회 설치와 특별다수제(사장 임면 시 이사 2/3 이상 찬성 동의) 도입 ▲사업자와 종사자 동수(5대 5)로 구성된 편성위원회의 편성책임자 임명 제청 ▲이사회 회의록 공개 및 비공개 사유 제한 ▲이사의 임기보장 및 정치활동 금지 명문화 등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15일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이 해당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109개 법안 중 방송관련 9개 법안을 제외한 100개 법안만 법안소위에 회부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의 회부를 전제하지 않으면, 나머지 법안 회부도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방위 새누리당 위원들의 행태가 국회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국회법 절차상 전체회의에서 발의가 끝나면 법안 소위에 넘기게 돼있는데, 새누리당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얘기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새누리당이 어제까지만 해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법안소위에 넘기자고 했는데, 갑자기 오늘 다른 것은 다 넘겨도 그것만은 전체회의에 계류시키겠다고 말을 바꿨다"면서 "여야 간사끼리 협의한다고는 하는데, 새누리당이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그는 "새누리당이 109개 법안 중 방송관련 9개 법안만 쏙 빼고 법안소위에 넘겨서 논의하자는 것은 국회법 기본 자체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최근 SNS에서는 12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취재하는 KBS·MBC 기자들에게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방송"이라면서 "당장 나가라"고 요구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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