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과 미디어 관련법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5일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만났지만 또 결렬됐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 문국현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비공개로 2시간여 회담했다. 이들은 회담 결렬 직후 각각 기자 간담회를 열어 자신들의 주장의 정당성을 호소하고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안상수 "비정규직법 1년 유예" - 이강래·문국현 "시행됐으니 유예 안돼"

▲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선진과창조모임 문국현 원내대표가 6월 19일 오전 국회에서 김형오 국회의장 주재로 6월국회 개원관련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담을 하기 앞서 손을 잡고 있다. 자료 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와 관련, 안 원내대표는 일단 법 시행을 일정기간 중지시키고 국회 특위나 정부 대책특위를 구성해 근원적인 고용 대책을 마련해 법을 개정하자는 안을 냈다. 안 원내대표는 법 시행 유예 기간을 기존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시켜 제안했다.

법 시행 6개월 유예안을 갖고 있던 민주당은 이번 회담에서는 '유예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문 원내대표도 이에 가세했다.

이 원내대표와 문 원내대표는 '이미 법이 시행되고 있으니 정부와 여당이 태도를 바꿔서 정규직 전환을 적극 지원, 관련 예산 집행에 적극 나서고, 비정규직 차별 시정에 나서는 게 맞다'고 안 원내대표를 압박했고 합의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안 원내대표는 "나는 유연성을 발휘해 최악의 경우 1년 유예라도 좋으니 실업자가 생기는 것은 막아야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며 "고용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하면 1년 이상의 시한은 필요하다"고 더 이상의 절충안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원내대표의 법 시행 유예 주장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현재의 해고 상황 등 아무런 근거도 없이 법 시행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기계적으로 반복하고 있다"며 근원적 해결책 마련에 대해서도 정치권만의 합의가 아닌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노사정위원회를 복구해 노사 양쪽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 관련법 처리와 관련, 이날 회담에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당초 제안했던 3당의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만나는 6자회담안,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만나는 4자회담안을 거두어들였다. 안 원내대표는 미디어법 처리와 관련한 논의는 상임위에서 해야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문 원내대표는 각 당의 안을 갖고 전문가와 공익적 인사들이 참석하는 공청회를 열어 전문성과 깊이 있는 논의를 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의 미디어 관련법 처리 논의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4자회담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제안했던 것 같다"며 "민주당이 수용 입장을 밝히니 굉장히 당황하고 뒷걸음을 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갑자기 4자회담, 6자회담 이야기를 들고 오는데, 그것은 상임위에서 논의하는 것이 훨씬 속도가 빠를 것 같다"며 "갑자기 승낙을 하고 나오는 것은 4자회담을 하면서 시간을 끌려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에 상임위에서 논의하라는 것이 내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5대 선결조건 꺼내자마자 격론, 이강래 퇴장으로 회담 마무리

▲ 한나라당이 제안한 미디어법 관련 4자회담을 민주당이 전격 수용한 가운데 정세균 대표, 이강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문방위 전병헌 간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비정규직법과 미디어 관련법 처리 문제도 대치 국면이었지만, 여야간 가장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였던 부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검찰개혁특위 구성, 특검 도입 등 민주당의 5대 선결조건 부분이었다.

문 원내대표는 "비정규직법 논의할 때까지는 분위기가 좋았고 미디어법 얘기가 나오니 좀 멀어지다가, 특검 얘기가 나오고 나서 두 원내대표 사이에서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회담에서 이 원내대표가 선결조건 얘기를 꺼내자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이미 발의한 특검 법안이 있고 추가로 법률안을 내면 국회 절차로 심의하면 되지, 확실한 근거 없이 법안 제안사유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보복성 수사라는 등의 전제를 담으면 일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원내대표의 말에 이 원내대표가 화를 내면서 회담장을 나가면서 이날의 회담은 종료됐다.

향후 회담 전망에 대해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실업사태를 계속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끈질기게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협상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나는 것 같다"며 "실망만 시키는 만남은 아예 안 만나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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