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봉민 기자] 인천시의 상수도 시설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사진=박근원 기자>

인천시 동구 송림4동 일대에서는 지난 10일과 11일 사이에 수압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새벽시간대에도 계속해 상황이 발생하며 보일러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많은 시민들이 추위에 노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관리주체인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이하 ‘상수도본부’)는 최초 민원 제기시점으로부터 닷새가 지나도록 그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어 재발에 대한 주민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상수도본부에서는 민원제기 후 해당 지역 펌프장의 해당 라인 수압 밸브를 조금 더 여는 것으로 일단 사태는 봉합했다. 그러면서 사태 발생 원인에 대해 상수도본부는 해당 구역에서 최대 사용원이 갑자기 많은 양의 수돗물을 사용했거나, 공사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밸브를 조절했거나, 해당 구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송수관이 파손됐거나 하는 3가지 경우를 제시했다.

하지만, 가능성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모두가 현실성이 낮은 상황이다. 이 지역의 최대 사용원은 재능대학으로 상황 발생 시간대가 새벽시간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모두 하교하고 직원들 역시 퇴근한 후 업무가 종료됐을 시간대인데다 이틀 연속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다. 나머지 공사로 인한 경우나 송수관 파손 역시 상수도본부는 “없다”라고 밝혔다. 남은 가능성은 하나, 누군가 수압밸브를 임의로 조작했을 경우다. 이에 대해 상수도본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상수도본부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것을 만질 수 있는 사람이 우리뿐이다”라며 “밸브의 형태가 일반인들은 조작이 불가능하다. 밸브에 맞는 키대가 있고, 그것으로만 조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밸브 조작이 가능한 ‘키대’라는 것을 상수도본부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택지개발의 경우 사업시행자가 수도시설 설치 완료 후 상수도본부로 인수인계를 한다”며 “인수인계 전까지는 사업시행자 소유로 급할 경우, 그들이 차단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수압밸브 전체가 하나의 키대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상수도본부 외 다른 누군가의 임의 조작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더욱이, 상수도본부 내부에서조차 해당 키대의 관리가 소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키대의 출납 및 사용 등이 기록되어 관리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밸브의 작동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누구나 임의 조작이 가능하고, 최악의 경우 악의를 가진 누군가에 의해 기간산업인 상수도가 악용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경우, 누가 임의로 조작했는지 알 수조차 없다는 점이다.

상수도본부에 따르면, 이를 감시하기 위한 CCTV 등의 별도 보안시스템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허술한 수도관리에 대해 일각에서 법률을 위반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수도법 제18조(시설 기준 등) ①항에서는 “일반수도사업자는 수도시설을 설치할 때에 지진에 대한 안전성을 고려하여야 하고, 원수(原水)의 질과 양, 지리적 조건, 수도의 종류 및 시설의 규모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맞는 일반수도의 수도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29조(시설기준) ①항에서는 “일반수도사업자는 법 제18조에 따라 원수의 질·양 및 지리적 조건과 그 수도의 종류 및 시설의 규모에 따라 기준에 맞는 취수시설·저수시설·도수시설(導水施設)·정수시설·송수시설 및 배수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고 있으며, 시행규칙 상 ‘수도시설의 세부 시설기준’에서는 “배수펌프 및 가압펌프는 수요변동과 사용조건에 따라 필요한 수량의 정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용량·대수 및 형식이어야 하며 수도시설에는 유량·수압·수위·수질, 그 밖의 운전상태를 감시하고 제어하기 위한 설비를 설치하여야 하고, 상수도시설에 대한 외부침투에 대비하기 위하여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비와 같은 감시 장비를 설치하는 등 시설보안을 강화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임의 조작 위험에 노출된 안전하지 못한 수압밸브관리와 CCTV 미설치 등이 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면서 책임 논란이 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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