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국가부채인데… 지속 가능한 고용창출을 하는 데 투입해도 모자라는 판인데… 자꾸 확대하는 것은 굉장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사업 내용도 하나하나… 환경평가가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적인 예비타당성 검토도 열심히 해야 한다.”, “사실은 23조원 정도가 아니라 아직 발표 안 한 게 몇 가지 있다.”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을 지낸 이한구 국회의원이 지난 6월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한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편집광적 증세를 보인다. 대통령이 당선되자 마자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반대여론이 드세자 ‘한다’, ‘안 한다’를 반복하더니 투자재원을 ‘재정’이니, ‘민자’니 하며 숱하게 말을 바꾸었다. ‘물류’라더니 ‘관광’과 ‘환경’으로 말을 뒤집었다. 작년에는 4월 총선에서 표 떨어질까 무서워 관련부처 업무보고에서도 빼고 공약집에서도 감췄다. 운하라는 말을 숨기고 치수로 호도하더니 4대강 살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10월에는 착공한다며 막무가내로 나간다.

▲ ⓒ국토해양부
대운하의 경제적·환경적 타당성을 떠나서 사업을 추진하던 시기와는 세계경제환경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금융체제가 붕괴되고 거대기업들이 집단도산하는 세계적 경제위기로 무수한 고용파괴가 일어난다. 선진 각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해 고용창출에 나섰다. 재정적자가 심화되는 가운데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자면 먼저 국책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미래산업에 집중투자함으로써 성장동력과 고용창출을 키우는 사업을 최우선순위로 잡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토목사업은 건축사업과 달리 산업연관효과가 낮아 일자리가 별로 없다. 중장비를 동원해 흙을 파내고 덮고 싣고 하기 때문에 기술자·기능공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4대강에 무려 30조원을 퍼붓겠다고 한다. 강바닥을 퍼내고 보와 댐을 만든다고 한다. 또 연계사업으로 유람선도 띄우고 문화공간도 조성하고 자전거길, 산책로, 체육시설, 관광시설 따위를 만든다는 것이다. 강바닥에서 미래를 먹고 사는 성장지속성이 나올 수 없다.

1970, 1980년대 경제개발시기에 중화학공업에 대한 과잉투자는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관치금융에 의한 중복·과잉투자는 과당경쟁을 유발해 집단부실화로 이어졌다. 결국 1986, 1987년 산업합리화라는 명목으로 4차례에 걸쳐 부실기업을 무더기로 정리했다. 그것은 금융산업 부실화로 이어져 1997년 금융·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168조3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많은 은행과 기업이 인수·합병되거나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사태가 일어났다.

관 주도형 경제체제는 많은 시행착오를 빚었지만 성장속도와 발달효율을 가속화시켜 한국경제를 고도성장 경제사회로 변모시켰던 것은 사실이다. 인수·합병의 곡절을 거치는 동안 시장확장과 기술개발에 힘입어 세계적인 수출산업으로 성장했다. 그 대표적인 업종이 조선, 해운, 해외건설,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반도체 등등이다. 선박, TV, 휴대전화는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자동차는 세계 5대 생산국으로 자리잡았다. 전자통신기술에 대한 집중투자는 IT강국을 자랑한다.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 기치로 내걸었으나 그 의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듯하다. 그 핵심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것이다. 풍력, 조력, 태양열, 생물연료 등 대체에너지 개발이 중요하다. 이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에너지 과소비형 경제구조를 고효율·저소비형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생활양식·산업구조를 에너지 절약형으로 개편하는 데 집중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경제규모는 세계 11위인데 석유소비량은 세계 3위라는 사실이 에너지 과소비를 말한다. 연간 석유수입량이 8억배럴이다. 1억배럴만 감축한다면 현시세로 석유수입액이 70억달러나 줄고 에너지 효율화에 따른 연관파급효과는 엄청나다.

녹색산업은 친환경 산업을 의미한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생태계를 파괴한다. 물이 고이면 썩는다. 이것은 자연의 이치다. 강에다 댐과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면 썩기 마련이다. 단계별·사업별로 경제적·환경적 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고 밀어붙이니 돌아오는 것은 자연재앙 뿐일 것이다. 한 번 파괴된 자연은 복구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한구 의원의 발언은 집권세력한테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고언이다.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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