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과 전원책이 패널로 출연해 사회적 현안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밝히는 프로그램 <썰전>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주부터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다뤄지며 지상파 예능 시청률까지 누르는 등 최고의 관심을 받고 있다. 왜 시청자들은 <썰전>에 열광하는 것일까?

무능해진 지상파, 썰전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가 서글퍼지는 이유

지상파 언론의 보도가 정상적이었다면 <JTBC 뉴스룸>이나 <썰전>과 같은 프로그램이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지상파에서는 제대로 된 보도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명박근혜 시대 족쇄가 채워진 언론은 자신들의 사회적 책무를 방기한 채 표류 중이다.

이명박 정권이 끝나기도 전에 지상파 언론은 이미 종편보다 못한 수구적 언론으로 변질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소위 말하는 조중동과 매경까지 하나로 묶어 기존의 언론을 대체할 수 있는 수구 언론 집단으로 무한한 용비어천가를 외치게 만들었다.

JTBC <썰전>

종편을 앞세우는 것도 모자라 이명박 정권은 지상파 언론의 사장 선임을 통해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모든 이들을 걸러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MBC다. 초토화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시사 프로그램이 강제 폐지되거나, 비판 기능을 상실하고 정부 편향적인 방식으로 변모해버렸다.

시사 프로그램이 사라지거나 스스로 비판을 포기하면서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들 마음대로 권력을 휘둘렀다. 그렇게 휘두른 권력은 부당한 권력을 다시 잉태하고, 그렇게 권력을 다시 움켜 쥔 자들은 선출된 권력도 아닌 자들에게 권력을 나누는 기괴한 대한민국으로 만들고 말았다.

언론에 재갈을 물린 채 권력을 사유화한 그들은 대한민국 전체를 불신이 가득한 사회로 만들어버렸다. 자정과 비판 기능을 상실한 국가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의 비위는 자연스럽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가장 큰 문제는 청와대를 비롯해 공적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자들이 모두 권력을 사유화해왔다는 점이다. <썰전>에서 표현했듯 '바지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그들은 앞에서 아부를 하고 뒤에서 사익을 탐하는 데만 집착한 환관들이었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가진 자들부터 탐욕에 찌들어 있는 상황에서 다른 권력이 정상일 것이라고 믿는 것부터가 불가한 일이다.

JTBC <썰전>

이명박이 대통령직에 올라서는 순간부터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이유는 단 하나다. 이명박은 박근혜의 비리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최태민의 양아들인 조순제 인터뷰 내용을 모두 보고 받았다. 그리고 그 문서를 사용에 대해 고민도 했지만 대통령이 된 후에 이를 묻었다. 만약 이명박이 대통령직에 올라섰을 때 박근혜와 최순실 일가의 문제를 제대로 수사했다면 어땠을까? 현재와 같은 국정 농단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재경 당시 검사에 의해 이명박은 BBK 등 수많은 범죄 사실을 덮고 대통령이 되었다. 본인 스스로도 비리를 가득 품은 상태에서 다른 이를 제대로 수사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근혜는 여전히 한 몸이다. 이명박의 재단 설립은 '박근혜 최순실 재단'과 동일하다.

전두환의 일해재단도 그렇지만 이들이 재단을 만드는 이유는 단 하나다. 권력을 등에 업고 강탈한 돈을 사유화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 바로 재단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전두환 일가는 48만원을 가지고도 호의호식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하는 부를 쌓고 대대로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는 그렇게 이명박과 박근혜를 만들어냈다.

JTBC <썰전>

국민은 거대한 힘으로 부당한 권력을 무너트렸다. 하지만 그 즉시 부패한 권력이 다시 세상을 지배했다. 4.19 혁명도 6월 항쟁도 모두 국민이 이뤄냈지만 제대로 이 흐름을 이끌 권력 집단이 부재하자 독재자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 현대사는 여전히 유효하다.

잘못을 바로잡을 수 없는 국가는 영원히 그 수레바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친일파를 숙청하고 국가를 바로잡기보다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오히려 친일파를 중용한 이승만의 이 악행은 현대사의 비극이 되었다. 그 비극은 '바지 대통령'까지 만들어내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2016년 11월 12일 서울시청에 다시 한 번 국민들이 모인다. 얼마나 모일지 알 수는 없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국민들은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거리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과거 부당한 권력을 붕괴시켰던 위대한 국민의 힘은 다시 한 번 그 분노를 거리에서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과연 정치권에서 제대로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JTBC <썰전>

<썰전>이 이렇게 높은 관심을 받는 것은 유시민과 전원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두 패널들이 벌이는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들의 입담만으로 이렇게 높은 시청률을 보일 수는 없다. 지상파에서는 볼 수 없는 비판이 그 안에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사와 예능의 절묘한 지점에서 속 시원한 발언들을 쏟아내는 유시민과 전원택은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과거 언론이 제 역할을 하던 시절 <썰전>이 방송되었다면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상파 뉴스에서도 <썰전>만큼의 비판은 존재했기 때문이다.

<썰전>이 10%에 육박하는 전국 시청률을 보이는 현상은 서글프다. 그만큼 우리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명한 방증이기 때문이다. 오만하고 무능한 간신들이 지배하는 나라. 환관들과 탐욕에 찌든 부역자들이 구중궁궐을 휩싸고 사리사욕에만 눈이 먼 상황은 대한민국 전체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언론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지금 상황이 어떤지에 대한 판단이 여전히 서지 않는 모습이다. 물론 그들은 조만간 태세 전환을 할 것이다. 조선일보나 수구언론들이 변하듯 지상파 역시 변할 수밖에 없다. 표리부동하고 권력 지향적인 그들의 행태를 보면 바뀔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JTBC <썰전>

<썰전>은 이번 회에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로 분석해냈다. 우병우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넘쳐났다. '바지대통령'이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썰전>은 거침없이 현 정권을 비판했다. 지상파에서는 볼 수 없는 이런 속 시원한 비판이 곧 폭발적인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단순한 비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썰전>은 다르다. 그저 비판을 위한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합리적인 방식의 해법을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썰전>이 큰 관심을 받지 못하면 언론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종편화된 지상파가 자신의 역할을 되찾게 되면 <썰전>은 지금과 달리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 <JTBC 뉴스룸>에 국민들의 눈과 귀는 집중된다. 그들만이 제대로 된 뉴스를 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서글픈 현실인가.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