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자 일간지의 주요 기사는 비정규직법에 관한 내용이다. <미디어스>가 정리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경향신문, 비정규직법 시한내 개정 실패(1면)
○ 동아일보, 40만 ‘悲정규직’ 실직 벼랑에(1면)
○ 조선일보, 비정규직 결국 ‘벼랑 끝’에 몰려(1면)
○ 중앙일보, 법 못 고쳐…비정규직 일자리 잃는다(1면)

이렇게 제목을 정리한 미디어스는 다음과 같이 논평한다.

“국회가 무능한 것도, 품질 불량인 것도, 한 마디로 구제 불능인 것도 다 맞는데. 그럼 언론은 그동안 뭐했을까? 비정규직법의 취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인데, 왜 법이 시행되면 비정규직 대란이 날까? 그럼, 예고된 대량 해고를 2년 ‘더’ 유예하면 유능하고 양호한 건가.”

그러면서 한겨레신문의 1면 제목으로 전혀 다른 관점을 소개한다.

○ 한겨레, 비정규직 법 ‘정규직 전환’ 오늘부터 일단 발효(1면)

그러면서 한 마디 촌철의 예리함을 던진다.

“그렇지. 오늘부터 2년 이상 비정규직이었던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거야. 언론은 전환을 않고, 해고하는 기업을 조져야 하는 거고, 씩씩하게.”

▲ 동아일보 7월 1일자 3면.
▲ 한겨레 7월 1일자 1면.
비정규직이 벼랑 끝에 몰렸다고 걱정하며 정쟁적 관점으로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그리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법에 대한 ‘법정신’을 강조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상식이다. 한데 몰상식한 조중동의 보도태도는 어찌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못된 주장과 그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 아니 같음을 넘어서 오히려 한나라당의 논리를 만들어주고 선전해 주는 역할을, 여느 때와 여전히 같은 행태로, 자임할 수 있을까.

1년6개월을 유예하든 2년을 유예하든 비정규직의 불안한 삶은 결코 개선되기 어렵다. 비정규직이 양상되고 온존될수록 국내 경기회복은 오지 않을 것 같은 ‘공상과학 속의 미래’처럼 될 것이고, 내수시장이 말라붙으면서 수출시장까지 오그라드는 상황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식을 가진 경제학자들의 기본적인 주장들이다. 소비하지 않는 비정규직,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로지 이후의 삶을 대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비정규직이 이제 정규직보다 많아지는 것도 시간 문제로 보이는데, 이들을 한국경제의 생산자로서, 소비자로서, 경제의 주체로서 인정하지 않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또한 이런 한나라당과 청와대를 비판하지 않는 언론, 오로려 이들을 감싸며 이들에게 논리를 만들어주고 선전하면서 ‘정쟁’으로 몰아가는 언론들은 돌 맞아도 마땅하다. 지금 비정규직 문제를 ‘노사간의 문제’ 또는 ‘이념대립의 문제’로 몰고 갈 수 없는 ‘생존의 문제’요 ‘한국경제 회생의 관건’으로 바라보며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언론들이 엉뚱하게, 아니 무책임하게 전혀 다른 차원에서 ‘자기들만의 리그’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 이 시기, 법정신 그대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국가가 정규직 전환을 실행하는 기업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 줄 것이며 혜택을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이런 지원과 혜택에 대한 기획기사를 준비하여 국회가 제도화할 것은 제언하는 것이 언론으로서의 기본적인 기능이요 책무이다.

그렇기에 비정규직 문제마저 정쟁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한나라당과 청와대에 지원사격을 해주는 행태나, 비정규직에 대한 우호적인 견해나 태도를 가진 국민들을 좌·빨로 몰아가는 조중동의 태도는 천인공노할 짓이다. 워낙에 조중동이 천인공노할 만행을 너무나 일상적으로 해오는 터에 이제 대부분의 국민들은 조중동의 짓거리에 대해서 천인공노는커녕 관심마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만.

문제는 항상 그렇듯이 조중동이 천인공노할 보도태도를 보이면 현명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외면하고, 지나가는 ‘개짖는 소리’쯤으로 무시하는데, 꼭 지상파 방송처럼 조중동 프레임에서 조중동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체하는 태도, 민주당 등 야당의 몇몇 의원들이 ‘조중동에서 비판하면 어쩌나’ 하며 두근두근거리는 소심한 자기 가슴을 감추지 못하는 태도가 문제이다.

제발 그냥 싹 무시하고 살자. 그리고 한 번씩 이렇게 천인공노의 만행을 일삼는 조중동을 가볍게 폭로해 주자. 그러면 된다. 조중동이 뭐라고 해도 무시하고, 비정규직은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하고,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정규직 전환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그리고 회사측도 결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손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조직적으로 이롭다는 인식을 할 수 있는 사회심리적인 분위기를 창출하고, 이를 위해 국가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언론들, 조중동을 제외한, 언론들이 풍성하게 논의할 수 있는 사회로 진화하는 모습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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