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집단’과 ‘합동작전’ 펼치는 대한민국 경찰

6월24일, 대한문 앞에서 벌어진 상황은 이명박 정부의 폭력성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였다. 24일 새벽 5시40분경 우익단체 ‘국민행동본부’는 가스총을 발사하고 천막을 급습한 뒤 채 5분도 되지 않아 분향소를 완전히 파괴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을 빼앗아갔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작전수행’을 완수한 이들은 자랑스럽게 ‘전리품’을 들고 서울역 광장에서 ‘북핵 도발·김대중 이적행위 규탄 국민총궐기대회’를 진행했다. 이들이 분향소를 철거하는 동안 경찰은 상황을 ‘얌전히’ 지켜보고 있었고 이후 시민들이 다시 분향소 천막을 일으켜 세우려 하자 이번에는 경찰이 달려들어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시민들은 다시 초라한 임시 분향소를 차렸지만 오후 2시30분경, 이번에는 중구청에서 동원한 용역 직원들이 들이닥쳐 파손된 분향소 장비를 비롯한 모든 물품들을 빼앗고 대한문 앞을 완전히 ‘정리’했다. 경찰은 항의하는 시민들을 강제로 연행했으며 기다렸다는 듯이 ‘정리된’ 분향소 자리에 빼곡하게 들어섰다.

▲ 분향소 철거에 항의했던 시민이 사지가 들린 채 연행되고 있다. ⓒ곽상아
그날 저녁, 경찰들이 들어찬 대한문 앞에서 원래의 예정대로 ‘이명박 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 성토대회 광장토론’을 진행하던 시민들과 주최 측은 ‘모여 앉아 토론을 하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의 침탈을 받았고 수십 명이 연행되었다.

그런데 정작 소름끼치는 사실은, 공권력이 가스총을 든 채 폭력을 휘두르는 ‘무장단체’, 용역 직원들과 ‘합동작전’을 펼치면서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시민들을 연행하는 이와 같은 상황은 비단 어제의 일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용산 참사 역시 용역과 경찰의 합동작전에 의해 벌어진 비극이었다. 용산 철거현장에서는 아직도 하루가 멀다 하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조선, 중앙-그러나 “경찰은 죄가 없다”

한편, 같은 날 노컷뉴스와 경향신문은 대한문 시민분향소 철거 과정을 보도하며 우익단체와 용역업체-경찰, 구청, 서울시청 간의 ‘합동작전’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기사를 게재한 반면 조선일보는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전략)…경찰은 철거 과정에서 경찰과 중구청 직원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시민 8명을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분향소가 이미 파손돼 잔해만 있는 상황이어서 부득이 서울시와 경찰의 도움을 받아 철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후략)_“노사모, 분향소 기습철거 보수단체에 ‘깡패집단’ 강력 반발”, 조선일보 2009.6.24 오후 5:25 기사 중

결국 경찰은 ‘폭력을 휘두른’ 시민을 연행했을 뿐이고 중구청은 ‘(아무 의도도 없었는데)’ 마침 보수 단체 회원들이 분향소를 파손해 ‘부득이’ ‘잔해만’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25일 ‘좌든 우든 불법과 폭력은 용납 안 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어떤 이유로도 사적(私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 “공권력이 힘을 잃고, 불법이 방치되고 있으니 답답해하는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면서도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경찰 집계로는 이 분향소 조문객이 하루 40~80명 선으로 줄었다고 한다. 추모객을 위해 불법을 묵인해 오던 중구청이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은 그 원래의 목적을 다했다고 본 때문이다. 유족 측을 대리한 민주당 백원우 의원도 분향소 철거를 완곡하게 요청했다. “49재가 전국 사찰을 중심으로 진행될 계획이니 이제 분향소를 철수할 시점이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유족들은 노 전 대통령 추모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고인의 뜻과 맞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런 유족 측의 의견까지 묵살하면서 찾는 사람도 별로 없는 분향소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중략)…하지만 결국 사적 폭력을 동원함으로써 자신들도 불법을 저질렀으니 자가당착이 돼 버렸다. 반대 측 시민단체들이 폭력시위를 벌인다고 해도 무슨 명분으로 비난할 것인가.

이날 문제의 ‘사적 폭력’과 계획적으로 연합한 공권력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없다.

‘표현의 자유’, 살아있는 사회를 위한 필요조건

지금 대한민국에는 ‘가스총을 들고 폭력을 행사할 자유’, ‘용역 깡패를 동원해 기물을 파손할 자유’, ‘공권력과 사적권력의 연합작전에 의해 뜨거운 불길 속에서 죽어간 이들을 폭도로 내몰 자유’는 존재하지만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을 애도할 자유’, ‘광장에 모여 마이크를 잡을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 욕하는 시사만화를 그릴 자유’, ‘하찮은 시민이 경제를 분석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할 자유’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이메일과 문자는 수시로 공안기관과 사정기관에 의해 검열당하고, 경찰은 당당하게 채증을 하며 폭력을 휘두른 경찰은 인터넷 공간에 그를 고발한 시민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 감시와 폭력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사이, ‘공포’가 사람들의 마음속을 장악한다. 모여앉아 대통령을 욕할지언정 공개된 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는 없게 되어버린 사람들은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대통령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눈치를 보고 걱정을 하게 될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한 사회를 살아있게 하는 ‘공기’와 같은 것이다. 생명체가 건강하게 살아있기 위해서는 모든 세포들이 유기적으로 살아 상호작용을 해야 하듯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특정한 세포가 커져 다른 세포들을 잠식하고 생명체를 장악해 버리면 그 생명체는 더 이상 건강하게 살아갈 수가 없게 된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때리고, 감시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이들이 대한민국의 권력을 쥐고 사회를 잠식해가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시한부 상태’나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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