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식 소통’이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내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공안통인 천 내정자는 지금까지 5달 넘게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용산참사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또 직전에 개인 이메일까지 공개하여 문제가 되었던 <PD 수첩> 수사의 총 책임자이기도 하다.

▲ 차기 검찰총장에 내정된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국정기조를 쇄신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일방통행 식 소통이 아니라 쌍방향의 소통, 공안 통치를 통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를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하라는 요구였다. 그리고 정치적 중립은커녕 적극적인 권력의 사병으로 전락해 버린 검찰을 개혁하여 권력남용을 제어하라는 요구였다.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고, 근원적 처방을 한다는 소리를 한다고 할 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속는 셈치고 기다려 보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워낙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비판, 특히나 막무가내 권력의 사병 노릇을 하는 검찰에 비판의 목소리가 컸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는 ‘동문서답’식 답을 내놓았고, ‘표리부동’의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소통 그 자체가 불가능한 대통령이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청개구리도 유분수고, 쇠귀에 경 읽기도 유분수지, 이처럼 말을 거꾸로 듣고 제 멋대로 이행하는 대통령은 박정희, 전두환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그가 검찰 조직의 개혁, 쇄신을 위해 내정했다는 천성관 내정자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그는 “공공의 안녕이 잘 보장돼야 인권도 보장된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공안을 공공의 안녕으로 해석하지 못할 것은 없지만, 우리가 이번 인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전 검찰의 공안화’를 우려하는 그 공안은 그가 말하는 공공의 안녕도 아니거니와 인권을 애써 무시하고자 하는 그의 가치관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다.

어차피 그는 공안검사로 출발하여 공안통으로 성장, 초고속 승진을 해온 터이다. 그는 ‘피의사실 공표’를 매우 즐기는 사람으로 여론에 범죄 혐의를 흘리고 그를 통해 여론재판을 하고는 하는 습관이 깊게 밴 사람이다. 이른바 1998년 ‘영남위원회 사건’(또는 동창회 사건) 때도 반국가단체를 결성한 혐의로 15명을 기소했지만, 그중 12명이 무죄선고를 받았다. 2001년에는 방북 대표단이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고 발표했다가 취소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의 이런 피의사실 공표 버릇은 지난해 원정화 사건 때도 되풀이되었고, 올해의 용산참사 사건이나 PD수첩 수사에서도 그랬다. 용산참사 재판에 검찰수사기록 3천 쪽을 법원이 제출할 것을 명령해도 이에 응하지 않도록 종용한 것도 아마 그일 것이다.

그래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검찰총장 취임을 막아야 한다. 야당은 야당대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적극 활용해서라도, 그리고 시민사회는 그의 반인권 전력들을 적극 폭로하면서 그가 검찰 총수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전 검찰의 공안화를 진두지휘하는 공안통 법무부장관에 더해서 공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출세주의자가 검찰 총수로 앉을 때 초래될 상황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더 이상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를 내정한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일에 이골이 난 이명박 대통령이지만, 그를 거부할 권리는 국민들에게 있다. 공안통치의 강화=민주주의의 질식임을 인정한다면, 천성관 을 검찰에서 내치자. 인권을 조롱하는 그가 검찰총장으로 권력의 칼을 휘두르게 놔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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