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일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국민안전처 장관 등 3개 직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특히 이번 개각이 관심을 모은 이유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사실상 식물권력으로 전락한 박 대통령이 자신을 대신할 총리를 직접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오히려 최근 높아지고 있는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기름만 끼얹은 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총리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선택했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교수에 대한 총리직 제안은 이미 일주일 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비상정국을 이끌어나갈 총리를 박 대통령 스스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정국을 혼란에 빠뜨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인인 최순실 씨가 휘두르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2일 최순실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주 혐의는 '직권남용 공범'이다. 최 씨는 공직자의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교사죄'로 보는 것이 맞는 상황이다.

여기에 긴급 체포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 씨가 '서로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도했든 안했든 중간 역할을 수행을 했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 씨가 박 대통령에게 직권남용을 교사했으며, 이를 박 대통령이 다시 안 전 수석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10% 안팎을 기록할 정도로 떨어져 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유지될 것 같았던 약 30%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무너진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를 박근혜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선택한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보수언론까지 발 벗고 나섰다.

▲3일자 중앙일보 사설.

3일 중앙일보는 <대통령, 민심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것인가>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이 사설에서 중앙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개각을 '야당이 제시해온 로드맵을 완전히 무시하고 여당과도 상의 한 마디 없이 단행한 과속 개각'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설에서 중앙일보는 "야당이 총리 인사청문회를 전면 보이콧하고, 금기시해온 '하야'까지 거론하며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면서 "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총리 지명으로 거국내각 복안은 사실상 무산됐고 정국은 극도의 혼돈에 빠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은 전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있다"며 "성난 민심을 달래 남은 임기를 마칠 골든타임을 대통령 스스로 걷어차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사태의 핵심 피의자는 박 대통령 본인"이라면서 "최 씨와 비서진 몇 명을 수사하고, 야권·호남 인사를 기용하는 선에서 적당히 상황을 매듭짓겠다는 건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심과 싸워 이기는 권력은 없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민심과 싸우는 길을 택했다"면서 "이런 오기정치로 헌정사에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박 대통령이 져야 함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3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이런 일방적 총리 지명으로는 "하야" 외침 못 막는다>는 사설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의 총리 임명은 "국면전환은 커녕 '하야 정국'에 불을 붙였다"고 혹평했다. 동아일보 역시 "(총리 지명이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 뜻을 담은 것이라면) 왜 사전에 박 대통령이 야당과 상의하지 않았으며, 왜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설명하지 않았느나"라면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진심 어린 참회와 반성을 하고, 검찰 수사도 받겠다고 자청했어야 옳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박근혜 대통령의 개각을 비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는 "야권의 대통령 하야 주장은 위험하다"면서도 "총리 인준 권한을 가진 야권과 상의도 하지 않아 김병준 지명자 카드가 첫날 사실상 물 건너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총리 인선을 일방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수언론까지 등 돌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개각은 대실패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일부에서도 박 대통령의 일방적 인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는 방법은 스스로 검찰 수사를 자청해 의혹을 낱낱이 밝히고,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내려놓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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