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2일 서울광장에서는 ‘이명박 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 실태 보고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의 사회를 본 배여진 천주교인권위 활동가는 “뒤에 보이는 서울광장에 들어가지 말라고 되어 있는데 그것은 잔디 보호의 의도가 아닌 국민들이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라며 “집회시위·출판·언론 등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삶에 대한 억압이 이뤄지고 있다”고 그 심각성을 역설했다. 그만큼 ‘표현의 자유’는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된 지 오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사례들이 분야별로 보고됐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표현의 자유 억압은 집회시위를 비롯한 정보통신, 언론출판, 영화 등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고 있음이 드러났다.

▲ 오늘 6월 22일 진행된 '이명박 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 실태 발표 기자회견'의 모습ⓒ나난
집회시위 - ‘합법집회’는 하늘에서 별 따기

‘집회시위’에 관한 표현의 자유 억압사례는 인권운동사랑방의 명숙 활동가가 맡았다. 그는 “집회시위에 대한 억압은 국민들의 정치사안에 대한 말하기를 두렵게 만들고 있다”고 맹비판했다.

명숙 활동가는 “합법집회가 하늘에 별 따기”처럼 되었다고 경찰서장에 의한 집회 허가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집시법에는 ‘신고제’로 되어 있지만 행정권력에 의한 ‘허가제’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또 “‘2009년 집회시위 관리지침’에 따르면 ‘불법 폭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집회는 신고 단계부터 적극 대응’하도록 돼있다”며 이것은 정부비판에 대한 집회 자체를 금지하는 지침이라고 비난했다. 사회자는 무조건적인 집회금지 통보로 “집회를 할 때 신고를 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또 명숙 활동가는 집회도중 경찰의 불법 사진 채증의 경우도 “‘폭력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채증조를 늘려 집회 참가자들을 색출해 구속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명박 정부는 시위 자체가 불법인양 시민들에게 인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 - 사이버모욕죄 통과되면 ‘삭제’가 아닌 ‘구속’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활동가는 “과거 표현의 자유는 언론과 예술가들에 관한 것으로 규정이 되곤 했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지금은 인터넷으로 인해 온 국민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절실함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정보통신 부분에서의 정부통제가 두드러지고 있고, 이것은 국민 개개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인터넷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본인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글을 쓰더라도 명예훼손이라고 신고만 되더라도 그 글은 자동으로 30일 동안 임시조치되고 있다”며 “신고를 하는 당사자들이 오세훈 서울시장,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어청수 전 경찰청장이나 사무라이조라고 불리는 폭력 경찰 등으로, 이 조치는 권력자가 비판의 목소리를 통제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병일 활동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검열기관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통심의위 출범 후 첫 활동이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에 올라온 ‘머리용량 2MB’라는 표현에 대한 ‘언어순화’였다며 “이는 스스로 이명박 정부를 위한 검열기구임을 선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방통심의위는 조중동광고불매운동과 쓰레기시멘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최병성 목사의 글에 대한 삭제 등 정부와 기업을 비판하는 게시물에 검열의 칼날을 휘둘렀다고 비난했다.

또 그는 “사이버모욕죄가 통과되면 이젠 인터넷상에서 글이 삭제되는 것만이 아니라 구속되는 상황까지 벌어질 것”이라며 정부 및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에 대해 걱정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극대화된 사회”라고 강조했다.

▲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 위해 상자를 쓰고 온 참석자ⓒ나난
공안탄압 - “이명박 정권 출범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민가협의 한지연 활동가는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는 사람의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도 존재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나타나는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문제 삼았다.

그는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이 국보법으로 체포되고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비판했다. 사노련 사건은 그들이 낸 ‘사회주의’에 관한 책이 검찰수사의 단초가 됐다는 것이다. 한지연 활동가는 “사노련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국보법이 바로 적용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민간이 민간을 상대로 국보법으로 고소하는 실태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핵과 관련해 가수 신해철씨가 국보법으로 고소됐고, 또 얼마전에는 “국가 재산 4000억원을 해외은행으로 빼돌려 북한에 제공했다”며 6·25참전국가유공자회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고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지연 활동가는 “정치인의 정치행위와 한 개인의 신상발언까지 고소되는 이러한 현상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출판관련 - 국민들에게 기계적인 삶만 살라는 것

2008년 7월 국방부는 ‘불온도서 23권’을 선정해 각 부대로 공문을 보냈다. 송경동 시인은 “그 목록에는 MBC 프로그램 ‘느낌표’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돼 100만부 넘게 판매된 헌기영 작가의 <지상의 숟가락 하나>란 책도 포함됐다”며 국방부의 불온도서의 잣대를 의심했다. 그는 “거의 사라졌던 국방부의 불온도서가 이명박 정부 들어 발표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송경동 시인은 “창작자 및 출판사, 독자들로 하여금 진보적 의식을 생각지도 말고 책을 만들지도 말고 읽지도 말라는 것과 같다”며 국민들에게 기계적인 삶만 살라는 것과 다름이 아니라고 쓴소리를 했다.

영화관련 - “작품의 상상까지도 규정하려는 의도”

<반두비>라는 영화가 있다. 청소년과 이주노동자의 우정을 다룬 영화다. 그러나 최근 이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 영화를 만든 신동일 감독은 “영화 <반두비>를 본 관객들은 15세 관람가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주제가 현 정부를 불편케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 청소년 보호라는 차원으로 통제 규제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이것은 표현 및 창작 뿐 아니라 작품의 상상까지도 규정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사회자는 “스포일러라서 내용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에는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 기분 나빠할 만한 코드가 들어 있다”고 귀띔해 신동일 감독의 말을 뒷받침했다. 이밖에도 박용하, 김민정, 박휘순 주연의 <작전>도 개봉당시 청소년 관람불가로 등급을 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언론관련 - 상식적으로 ‘언론악법’ 말이 안돼

언론에 대한 ‘표현의 자유’ 억압 사례는 언론연대 양문석 사무총장이 보고에 나섰다. 그는 “상식적인 이야기 좀 해보자”며 “대통령이 국민과 싸워도 되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러고는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경찰·검찰·안기부를 동원해 국민들과 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6월 국회의 개회를 두고 여야 간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양문석 사무총장은 이에 대한 걱정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는 “언론악법이 통과되면 기자들은 쓰려는 내용이 정권탄압의 단서가 되지는 않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며 기자들의 머릿속의 가치를 검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결국 언론악법은 언론인들이 표현하지도 말고 전하지도 말라고 강제하는 것”이라며 ‘나치’를 비유해 “언론에서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것은 언론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며 언론의 자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오늘 기자회견에는 검은 망토를 두르고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사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등이 부착된 상자를 통한 퍼포먼스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사회자는 “상자는 정부에 의해 사람들의 생각이 갇혀있는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퍼포먼스는 그 검열의 상자를 벗어던지는 의식으로 끝났다.

▲ 기자회견이 끝나고 진행된 퍼포먼스 ⓒ나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굳나잇앤굳럭(Good Night and Good Luck)’ 문화행동도 소개됐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오늘부터 한 주간 대한문 앞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한 영화제 및 ‘이명박 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 성토대회’라는 광장토론, 문화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래는 ‘굳나잇앤굳럭’ 문화행동 일정이다.

○영화제
- 6월 23일(화) “표현의 자유 옹호의 날”
>> 19시 <불타는 필름 연대기>
>> 19시 35분 <촛불 다큐 - 우리 집회할까요?>
- 6월 25일(목) “미디어 악법 저지의 날”
>> 19시 <안티 폭스>

○광장토론
- 6월 24일(수) “이명박 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 성토대회”
>> 사회 : 나영(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팀장)
>> 패널 : 오병일(진보네트워크센터), 명숙(인권운동사랑방), 고재열(시사IN 기자), 최병성(목사), 김성균(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따이루(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이기형(대중문화연구자, 경희대 언론정부학부 교수), 라쿤(네티즌, 1인미디어활동가)(가안)

○난장파티
- 6월 26일(금) 문화제
>> 사회 : 한낱(래퍼/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
>> 공연 및 자유발언대 : 에몬, 나츠, 옥상달빛, 잡리스, 조약골, 무중력 소년, 소히
>> 전시 : 꼴라보_소수영(두들아트 작가), 이명박 패러디 그래픽 전시(Beom_, 캐리커처 그리기(우리만화연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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