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심상치 않다. 검찰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안종범 게이트'로 축소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오후 검찰은 최순실 씨에게 직권남용 공범과 사기 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 씨에게 적용된 '직권남용 공범' 혐의는 최 씨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앞세워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약 800억 원의 기금을 내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그랜드코리아레저와 에이전트 계약을 하는 과정과 롯데그룹이 K스포츠에 70억 원을 출연한 것도 더해졌다.

또한 사기 미수 혐의는 최 씨가 운영하던 더블루K가 연구용역 수행 능력이 없었던 K스포츠재단에 연구용역을 제안한 부분이 적용됐다. 최 씨는 K스포츠재단과 허위 용역계약을 맺고 돈을 빼돌리려다 실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씨의 구속 여부는 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 (연합뉴스)

그러나 검찰이 최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혐의가 제기된 의혹에 비해 범위가 좁고 혐의의 핵심 내용인 '직권남용 공범'도 논란 소지를 안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안종범 게이트'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검찰이 최순실 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엄밀히 말하면 최 씨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에게 직권남용을 교사했다는 것이다. 관행적으로 직권남용의 경우에는 교사범이 아닌 공모공동정범의 혐의를 적용하기 때문에 '직권남용 공범'이라는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최순실 씨가 안종범 전 정책수석을 앞세웠다'면서 직권남용 공범 혐의를 적용한 셈인데, 이렇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아무런 혐의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놓고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수사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안종범 전 정책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일은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측근에게 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최순실 씨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권남용을 교사한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안종범 전 수석에게 지시한 셈이다. 그러나 최 씨의 구속영장 청구 혐의를 보면 박 대통령에 대한 내용은 쏙 빠져있다.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은 공통적으로 '서로 모른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중간 연결고리인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럼에도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배제하는 직권남용 공범 혐의를 최 씨에게 적용했다. 안 전 수석에게도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는 묻고 가겠다는 시도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연합뉴스)

청와대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전례가 없다면서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분명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가능한 상황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은 '대통령은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다시 말해 기소를 당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수사를 받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사건을 축소해 꼬리자르기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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