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논란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사건의 진상을 덮기 위해 막후에서 누군가 사건 은폐를 지휘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누군가'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설이 파다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민조사위원회 회의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번 사태의 상황을 장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응천 의원은 "당정청 곳곳에 최순실 씨에게 아부하던 '최순실 라인', '십상시 라인'이 버젓이 살아있다"면서 "이들이 숨 죽이고 눈치를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은 "(최순실 라인은) 주권자인 국민을 배신하고 위임받지 않은 권한을 남용하고,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사악한 무리"라면서 "지금 시간에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런 분이 또 막후에서 총괄기획을 하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 리가 없다"고 경계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 밖에도 가장 중요한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 전 비서관뿐 아니라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검찰이 어떻게 수사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응천 의원이 현재 상황을 지휘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간첩단조작사건을 다룬 뉴스타파의 영화 '자백'의 주인공으로도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앞서 그는 박정희 정권 때 청와대 비서관이었며 김재규 중앙정보부 부장이 사이비교주 최태민 씨의 '대기업 갈취 및 무당놀이' 조사했을 때 당시 중앙정보부 정보국장이었다. 누구보다 최태민 최순실 부녀와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를 잘 알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박근혜 7인회' 핵심 멤버로 꼽히도 한다. '박근혜 7인회'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지원한 친박 원로 모임을 말한다. '박근혜 7인회' 멤버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강창희 전 국회의장, 현경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김용갑 전 의원 등이다.

또한 최재경 신임 민정수석도 '박근혜 7인회'와 적지 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박근혜 7인회' 멤버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조카가 바로 최재경 신임 민정수석이다. 최재경 민정수석을 발탁한 것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라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박근혜 대통령은 인적쇄신을 하겠다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병준 교수를 신임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이번 총리 인선에 대해 정치권과 사회 각계에서는 "아직 정신을 못차렸다"는 혹독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 일단 기획은 '대실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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