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 등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국무총리에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내정했다. 이를 두고 야당 인사를 끌어들여 대통령직을 유지하려는 행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국적으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다, 국회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인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7월 한나라당 대표가 된 박근혜 대통령에게 화분을 전달하는 김병준 당시 정책실장. (연합뉴스)

2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총리에 김병준 교수를 내정했다. 경제부총리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국민안전처 장관에는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내정했다. 김병준 신임 총리는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로, 국민의당이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을 추진해 온 인사다.

김병준 신임 총리는 지난 2002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의 정책자문단장을 거쳐 2004년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청와대 정책특별보좌관을 지냈으며, 공직에서 물러난 후 2008년 7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이투데이 회장으로 언론에 몸담기도 했다.

신임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내정된 박승주 씨는 김병준 신임 총리가 추천한 인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인물이다. 다만 경제부총리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내정했다. 경제정책의 기틀은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현 상황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30일 대통령 비서실을 개편했고,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국민안전처 장관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1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병준 신임 총리는 "레임덕이 이미 닥쳤다는 사실부터 겸허하게 받아들이라"고 대통령에게 조언했으며, 거국내각을 조속히 구성하면 위기 국면 타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가 전적으로 추천하는 총리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 ▲여야의 통 큰 양보 등을 거국내각 구성 과정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남은 임기를 보장받기 위해 야당 인사인 김병준 신임 총리를 끌어들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야당 성향을 가진 총리를 내세움으로써 대통령 직을 지키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또한 거국총리든 책임총리든 이번 사건으로 국정운영의 정당성을 상실한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의 손으로 직접 정부 인사를 인선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보이는 국민들도 많다. 김병준 신임 총리도 '국회가 전적으로 추천하는 총리'를 내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개각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오늘 아침 황교안 국무총리를 만났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신라호텔에서 얘기하다 함께 차를 타고 국회까지 왔는데 그 분들도 총리 내정설을 전혀 몰랐다"면서 "어찌 됐든 누구를 임명했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도 얘기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박지원 위원장은 "지금까지 책임총리, 거국내각을 거론하다 야당에 한 마디 상의, 사전 통보 없이 총리, 부총리, 일부 장관을 개편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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