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방송 <칼라TV> 리포터가 지나가던 경찰을 보고 쇠몽둥이를 들고 있다”고 말하자 신원미상 경관은 이 진압봉으로 리포터를 때리고 카메라를 내동댕이쳤다. ⓒ 칼라TV
‘고삐 풀린 공권력’을 감시하는 기자들이 경찰의 공격을 받고 있다. 6·10 범국민대회를 취재하던 기자 중 일부가 경찰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카메라를 빼앗기는 등의 수난을 겪었다.

기자들에 대한 경찰의 공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10일의 경우 경찰이 인터넷 생중계를 하는 기자에게 진압봉을 휘두르는 동영상이 나올 정도로 대담함을 보였다. 수많은 누리꾼들은 경찰의 기자 폭행 동영상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부 경찰의 기자 폭행은 이날 밤 11시 서울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사이에 몰려 있던 시위대를 해산하는 시간에 집중됐는데, <CBS 노컷뉴스>의 박정호 기자는 ‘PRESS’ 글씨가 적힌 헬멧을 썼는데도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해 안경이 부러지고 눈가에 타박상을 입었다. 동료 사진기자들이 이에 항의하자 경찰은 최루액을 뿌려 이들을 해산시켰다.

시위 현장을 인터넷 생중계하는 칼라TV의 리포터 김승현씨와 동료 카메라기자가 당한 일은 더 황당하다.

두 사람은 시청역 4번 출구 옆 인도에서 경찰이 시민들을 연행하는 모습을 생중계하고 있었는데, 경찰들이 도망가는 시위대를 향해 은색 빛깔의 새로운 진압봉을 휘두르는 것을 김승현 리포터가 목격했다.

경찰들이 지닌 ‘신무기’는 신소재로 만든 호신용 3단봉으로 밝혀졌는데, 김 리포터는 순간 “경찰이 쇠몽둥이를 들고 있습니다. 진압봉이 아닙니다”라고 방송했다. 두 사람을 지나치던 신원미상의 경관이 이 말을 듣고 멈춰 섰고, 그는 느닷없이 리포터를 향해 진압봉을 휘둘렀다.

신원미상 경관은 김 리포터의 팔을 가격하고 카메라를 빼앗아 바닥에 내동댕이친 뒤 뚜벅뚜벅 걸어갔다. 김 리포터는 “진압봉의 두께는 얇았지만, 제대로 맞았다면 뼈가 나갔을지도 모르겠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화가 난 김 리포터가 뒤쫓아 가서 “왜 때리냐?”고 항의하자 경관은 그의 허벅지를 다시 때리고 연행을 시도했다. 국가인권위 직원과 다른 기자들이 몰려오자 그는 리포터의 팔을 놔주고 경찰 대열 속으로 사라졌다.

김 리포터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과거 시위에서 볼 수 없었던 무기가 나와서 방송으로 누리꾼에게 알린 건데,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며 “작년부터 계속 시위 취재를 했지만, 경찰이 동영상이 돌고 있는데 타격을 가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칼라TV는 폭행 당시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다음 TV팟에 올렸고 조회 건수는 5만을 넘었다. 누리꾼들도 “공포영화에서 카메라를 향해 돌진하는 괴물을 보는 것 같다”, “상부의 지시나 묵인 없이는 이런 일을 할 리가 없다”는 등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칼라TV는 폭행 경관의 신원을 추가로 파악해 경찰의 사과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칼라TV 관계자는 “경찰이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진·동영상이 나가면 사기가 위축되는 등 다음 작전에도 차질을 빚기 때문에 기자들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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