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헌법 개정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열린 시정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정치는 대통령 선거를 치른 다음 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극단적 정쟁 대결 구조"라면서 "민생보다는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구조적 정책현안을 함께 책임지는 정치는 실종됐다. 정책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24일 오전 국회 시정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은 몇 년 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고, 경제주체들은 5년마다 바뀌는 정책들로 인해 장기적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 정부 뿐 아니라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으로 선출된 모든 대통령이 되풀이 해 온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절감했지만 엄중한 안보·경제상황과 민생현안에 집중하기 위해 개헌을 미뤄왔다"며 "하지만 고심 끝에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더 이상 개헌을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가 운영의 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당면 과제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서게 할 틀이 필요하다"면서 "향후 정치 일정을 감안해도 시기적으로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과 지금은 사회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면서 "저출산, 고령화의 급격한 진입으로 인구지형과 사회구조가 모두 바뀌었다. 1987년에는 민주화라는 단일가치가 주를 이뤘으나 지금은 다양한 목표와 가치가 혼재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방향을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갈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여 명에 육박하는 의원들이 개헌 모임도 만들었고, 여야의 많은 분들이 대통령이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국민 70%가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형성돼 있다"면서 "지난 30년간 시행돼 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정 정치 세력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없는 여야 정치구조도 개헌을 논의하는 좋은 토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라면서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 실무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끝으로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개헌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면서 "국회에서도 헌법 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헌의 범위와 내용을 논의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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