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해가 무척 길어졌습니다. 조그만 밭농사와 집수리로 몸 움직일 일 많은 요즘 길어진 해도 짧게만 느껴집니다.

좀처럼 자라지 않던 감자싹들이 따뜻한 봄햇살을 받으며 성큼성큼 자라고 있습니다. 감자는 봄에 가장 먼저 밭에 심습니다.

▲ 감자꽃 ⓒ지리산
하지에 캐 먹는다고 하지감자라 부릅니다. 반찬거리와 먹을거리가 변변치 않은 6월에 감자는 요긴한 먹을거리입니다. 쪄 먹고 구워먹고 반찬으로 먹고…. 캐 놓은 감자만 바라보아도 마음이 든든합니다.

땅속 줄기에 영양분을 둥글게 둥글게 채워놓는 감자는 봄햇살만으로 만들어집니다. 어찌 그렇게 짧은 시간에 감자를 만들어내는지 몇 년을 만나도 신기합니다.

▲ 단비로 생기있는 감자밭 ⓒ지리산
이런 여러 이점 때문에 겨울 찬바람이 물러나면 항상 감자부터 심습니다. 찬바람이 늦게까지 남아있는 산중이라 3월에 심기엔 이르고 4월에 심어 한 달 늦은 7월에 거둡니다.

다른 농사에 비해 감자농사가 쉽다고 합니다. 병도 그다지 없고 고추처럼 따서 말리는 일을 여름내 반복하지 않고 한번에 캐면 마무리되기 때문에 다른 농사에 비해 쉽습니다.

비교적 쉬운 감자농사도 감자를 심고부터 열심히 풀 뽑기를 해야 합니다. 비닐 걷어내는 번거로움이 귀찮아 맨땅에 감자를 심다보니 5월, 6월엔 풀 뽑느라 많은 노력을 합니다.

아이들도 풀뽑기에 함께 합니다. 자기들 감자밭 풀뽑기를 마치고 박하도 있고 마도 있고 박주가리도 키우는 감자밭에 아이들과 풀 뽑기를 하고 난 어느 날 아이들이 쓴 글을 읽었습니다.

▲ 박하 ⓒ지리산
▲ 마 ⓒ지리산
▲ 박주가리 ⓒ지리산
어찌나 재미있던지 한없이 웃었습니다. 감자밭 생김과 감자밭에 사는 풀과 곤충, 감자밭 풀뽑는 모습들을 기발한 방식으로 생생하게 표현한 아이들이 기특했습니다.

아이들이 쓴 글입니다.

감자밭 용어정리

개미집 : 감자밭에 구멍을 파 감자를 자라기 힘들게 만들며, 덮어놓은 흙도 파괴한다. 파괴되어야 할 대상.

개미집 파괴공사 : 개미집을 파괴하는 방법. 주로 물을 한가득 뿌리거나 호미로 파헤치거나 묻어버리는 방법을 쓴다.

고렙몹 : 큰 풀. 주로 사상자와 머위인데 뿌리가 깊어 자칫하면 뿌리가 끊어지며 다시 자라난다.

날파리 : 좀 늦은 시간에 감자밭 몹을 잡고 있으면 나타나 시야를 가리는 짜증벌레. 손으로 치면 죽거나 도망간다. 다시 오는 경우가 많다. 소리도 아주 짜증나며 주로 눈으로 달려든다.

드릴 : 밭을 호미로 긁어버리는 공격. 작은 풀들에겐 치명적이나 큰 풀들에겐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몬스터 : 잡초. 새비 푸니가 붙여준 명칭.

멧돼지 : 감자밭을 파괴하는 무시무시한 존재. 현재 존재하는 우리집 개들은 아무 소용없다. 위험.

밀기 : 드릴과 비슷하나 풀을 공격하기보다는 흙을 덮어줄 때 사용된다.

박주가리 : 끊으면 우유같은 하얀 액체가 나온다. 맛은 없다.

박하 : 아래쪽 감자밭에 무지무지 많이 자라고 있는 풀. 개미를 없앨 때 사용가능하다 전해지나 그곳에 사는 개미를 없애는 데는 아무 소용이 없다.

보스몹 : 아주 강력한 풀. 절대로 뿌리가 안 뽑힌다. 주로 쇠뜨기.

스나이핑 : 조심조심 조준해서 뿌리째 들어올리는 기술. 감자 사이의 풀을 공격하고 싶을 때도 사용한다.

우유풀 = 박주가리.

울타리 : 대나무로 만든 좀 엉성한 울타리. 그래도 이거라도 있으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잡초 : 감자를 제외한 밭에서 자라는 풀들. 새비 푸니는 몬스터라 부른다.

폭격 : 밭에 존재하는 풀을 뿌리는 남겨두고 줄기를 완벽하게 날려먹고 싶을 때 사용하는 스킬. 공격력은 강력하나 조준이 잘 안되는 단점이 있다.

허접몹 : 약한 풀. 호미로 긁기만 해도 죽는 풀을 말한다.

호미 : 감자밭 최강의 무기. 이걸로 감자밭의 모든 몬스터와 개미를 쓸어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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