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3일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와 며칠 후 공개된 회의록 등을 살펴보면 기가 막힌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이야 그렇다고 해도 민주당 추천 위원인 이병기 이경자 위원의 발언을 보면, 과연 이들이 어떤 생각으로 야당추천 위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 이병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과 이경자 위원.
도대체 방송장악 기도를 저지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싸우고 있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입장을, 언론장악 방송장악이라며 국민들 70%가량이 반대하는 입장을, 방송과 신문 현업종사자들과 언론학자 80%가량이 반대하고 있는 입장을 얼마나 ‘개똥취급’ 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방통위,“방송통신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 마련>이라는 보도자료에서 방통위는 6월3일, 다음과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 콘텐츠 시장구조 개선을 위한 경쟁 활성화 >

방송통신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제작자간 종속관계 완화 등 방송통신콘텐츠 시장구조 개선을 위해 플랫폼 개방과 사업자간 경쟁 활성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①모바일 인터넷 망개방 제도 정비, ② 모바일 콘텐츠 직거래장터 도입, ③재판매(MVNO) 활성화, ④방송광고제도 개선 ⑤ 신규 종합편성 PP 도입, ⑥ 방송사업 소유·겸영 규제 개선 등을 추진한다.

그런데 시장구조개선을 위한 대책에서 방송광고 제도 개선, 신규종편PP도입, 방송사업 소유 및 겸영규제 개선이 콘텐츠 산업경쟁력 강화에 어떤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일단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방통위 실무라인에서는 이렇게 보고한 모양이다.

4) 방송광고제도 개선 : 미디어렙 등 방송광고 경쟁체제 도입과 취약매체 지원 추진, 간접광고(PPL) 및 가상광고 도입, 중간광고 허용 확대 등 방송광고규제 개선 추진.(방송법 개정 추진, '09년 12월)

5) 신규 종합편성 PP 도입 : 방송통신 시장의 서비스 경쟁을 강화하고 시청자의 다양한 미디어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신규 종합편성 PP 도입 (세부안 8월에 보고 예정)

6) 방송사업 소유·겸영 규제개선 : 미디어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매체간 융합이라는 환경변화에도 부응할 수 있도록 방송사업 소유 규제를 개선(방송법 개정 추진 '09년 6월, '08년 12월 방송법 개정안 의원발의)

따져보자. 콘텐츠 산업경쟁력과 방송광고 제도 개선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 최소한 따져 물어보는 성의조차 없다. 또한 방통위에서 한번도 ‘미디어렙 경쟁체제 도입과 취약매체 지원 추진’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을 공개,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도 결정한 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자들은 ‘1사1렙 형식의 완전경쟁’을 언론에 흘리고, 한나라당의 한선교 의원을 부추겨 청와대와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며 떠벌린다. 정작 5인의 상임위원들이 모인 공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한 번도 논의된 바 없는 내용인데도 절차적 문제점마저 따지지 않는다. 내용에 대한 그 심각한 문제는 지난 해 12월3일 한나라당이 발의한 이후 충분히 언론에서 전문가들이 언급한 바, 이에 대해 어떤 질의도 없이 대충 넘어가는 야당추천 이병기 이경자 위원의 태도는 실망을 넘어 절망적인 행태다. 전문성이 없으면 물어보고, 배워서 공부하고, 이들 법안이 내포하고 있는 반공공성에 대해서 한 마디 쯤은 언급할 만한데, 이들은 최소한의 성의있는 토론조차 하지 않는다.

종편PP 도입도 그렇다. 방송통신시장의 서비스 경쟁을 강화하고 시청자의 다양한 미디어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종편PP 도입이 필요하다는 실무자들의 주장에 대해 한마디도 반론하지 않는다. 이병기 이경자 위원이 방통위 실무자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한 마디도 따지지 않는 것은 자신의 의무에 대한 완전망각행태 그 자체다.

백번 양보해서, 케이블TV가 서비스 경쟁을 강화하고 시청자의 다양한 미디어욕구를 충족시켰다고 가정해보자. 그 후 등장한 위성방송 SKYLIFE나 지난해 등장한 IPTV가 서비스 경쟁을 강화했는가? 시청자의 다양한 미디어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시청자의 호주머니만 털어먹는 ‘먹튀’로 전락했는가? 물어야 한다.

▲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스
방통위가 지난 1년 동안 ‘올인’하다시피 매달려 있는 IPTV는 왜 활성화되지 않는가? 이것도 종편PP의 추가 허용이 없어서 안되는 것인가? 물어야 하고 질의함으로써 반론해야 한다. 이들은 침묵이다.

정치적 노림수에 대해서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병기 이경자 위원은 침묵이다. 몰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여권 추천위원들과 친하게 잘 지내보려고 그런 건지 알 수 없다.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았고, 오히려 서비스의 질을 더 떨어뜨릴 수 있는 개연성이 다분한 종편PP 도입에 대해 야당 추천위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침묵하는 이유가 뭔가? 그것이 알고싶다.

마지막으로 방송사업 소유 겸영규제 개선과 콘텐츠산업 활성화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방통위 실무자들은 한 번도 국민들에게 설명한 적이 없다. 그리고 KISDI의 일자리 1만 여개 창출효과도 이미 학계나 전문가들에 의해서 파탄났고, ‘사기성 농후한 보고서’였음을 그들 스스로의 입으로도 고백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것과 다시 콘텐츠산업 활성화와 짝을 짓고 인과관계인냥 설정하고 있다. 야당추천위원들은 왜 이것을 묻지 않는가? 이것과 콘텐츠산업 활성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동의하는 것인가? 또한 콘텐츠산업 활성화와 연관이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가진 여론조작의 일상화라는 엄청난 사회적 왜곡과 파장보다 더 의미있는 것이어서, 맞바꾸어도 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이병기 이경자 위원이 침묵을 거듭하고 있을 때, 방통위는 방통위의 공식입장인양 사방팔방에 소문내고 다니고, 선전선동을 일삼는다. 이견없는 방통위의 아름답고 우아한 모양을 만방에 알리고 싶어, 질의도 반론도 하지 않고 사실상 거의 무조건 동의하고만 있는 것이 정당한 태도인지 다시 묻는다.

혹여 1년6개월의 임기를 약속한 송도균 부위원장의 자리가 야당추천 위원 차례라서 그런가? 그래서 방통위 부위원장 자리를 따내기 위해 여권 추천위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이견하나 없이 만사통과시켜 주고, ‘잘했다, 훌륭하다’ 칭찬하며 야당과 시민사회를 적으로 간주하는 방통위 실무자들을 격려하는 것인가? 아주 사소하고 비전문성 티내는 질문이나 하며 시간 보내면서 ‘선거운동’하는 것이라면 이는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역사적 범죄행위임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종편채널과 신문방송 겸업에 대해서 아무런 반론없이 그대로 통과시켜주는 야당추천 방통위 이병기 이경자 위원.

더 이상 역사적 과오를 양산하는 자리에 앉아, MB악법 언론악법 통과에 부역자로 역사에 기록되는 불명예를 감당하지 말지니. 그만 두고 그 자리를 비워야 할 때다.

그동안 수많은 쟁점이 있었고, 그 쟁점에 대해서 제대로 한 번도 충분히 검토된 반론으로 설득력있게 논쟁한 것을 보이지 못했고, 설령 보였다고 하더라도 ‘우아하고 아름답게’ 쪽수에 밀린 모양새로 ‘처신’하는 데 대해 누적된 불신감만 키워왔던 이병기 이경자 위원. 이젠 역사 앞에서 그 짐을 내려 놓으시라.

최소한 6월3일 회의 하나만 봐도 그렇다. 이젠 제대로 된 이론과 논쟁을 펼칠 수 있는, 그래서 한국에서 미디어의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고 산업의 질서 있는 성장을 제시할 수 있는, 제대로 할 수 있는 이들에게 맡기시라. 그 자리에서 물러나 주는 것이 지금 이병기 이경자 위원이 내려야 할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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