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실용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훨씬 지났다.

현 정부의 여성정책은 어느 수준일까? 현 정부의 여성정책을 살펴보면 사실, 수준을 운운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이다.

대선후보 당시 “애 낳아봐야 보육 얘기할 자격 있다”, “얼굴 덜 예쁜 마사지 걸들이 서비스도 좋고…” 등 이외에도 ‘장애아 낙태’와 ‘관기 발언’ 등을 서슴없이 했던 이명박 후보를 보면서 과연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 성평등에 대한 개념이 존재하는지 강한 의문이 들었었다. 그러나 이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면서부터 여성가족부의 존치 여부를 거론하더니 결국은 주요기능을 타 부처로 넘겨주고 2007년 1조1378억에서 539억으로 예산을 95.5%나 축소시켜 직원이 100명인 초미니 부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 여성부 홈페이지 장관 인사말 일부 캡처
문민정부 이후 여성정책은 많은 성과를 가져왔었다. 여성부 신설과 여성발전기본법 제정, 성인지 제도와 여성할당제를 도입하여 성주류화 정책의 기반을 마련하였고, 여성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여성과 관련된 가정폭력방지법, 성폭력특별법,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하였다.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정, 보육 문제 등을 공론화하였고, 이 쟁점과 관련된 정책들을 주요 국가 정책 과제로 만들었으며, 군가산점제와 호주제 폐지를 적극 추진하여 부처의 역할에 충실했었다. 그러나 여성 사회참여 확대와 양성평등 정책을 추진하여 여성의 시민권과 사회권을 확장하고, 의사결정지위에 진출할 기회를 확대하겠다던 취임사 약속은 구색 맞추기 취임사였음을 현 여성정책을 살펴보면 잘 나타난다.

현 정부의 여성관련 과제로는 선진일류국가 건설이라는 국가비전 달성을 위한 100대 국정과제에 고용취약계층과 함께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제58)과 ’여성과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 만들기‘(과제19), ‘선진국 수준의 양성평등’(과제100)을 포함한 것이 전부이고 ‘선진국 수준의 양성평등’(과제100)는 선언적인 과제를 빼고 나면 두 가지 과제가 전부이다. 그런데 집중되는 두 가지 과제 중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제58)은 세계적인 경제불황 속에서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에 많은 기대를 했지만 실제 현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국정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일자리 증가폭은 2006년 18만개, 2007년 12만개, 2008년 4만8천개로 되레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한국판 뉴딜정책이라고 언급하는 ‘4대강 정비 사업’에서마저도 여성 일자리는 없다.

여성부는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 2008년 시행계획(안)에서 다른 부처와 협의해 529억원을 투입해서 하반기에 13만5천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008년 12월 제8차 여성정책조정회의에서 <2008년 주요 여성정책 추진현황>을 보고하면서 이 사업의 성과에 대한 보고는 없이 2009년 중점 사업을 다시 계획했다.

‘여성과 어린이의 안전에 관한 국정 과제’(과제 19) 역시 ‘안양 어린이 성폭력 살인사건’ 직후 여성과 아동의 안전은 여성부의 주요한 과제가 되었지만 지속적으로 발생한 여성연쇄살인사건에서 나타나듯이 여성과 아동의 안전에 대한 정책 역시 성과가 없었다.

또한 2008년은 제3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이 시작되는 해였으나 여성부는 자체적으로 제3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의 내용을 대폭 수정하여 기존의 5대 정책과제를 3대 정책과제로 축소하였고, <성별영향분석평가법> (가칭)과 <성평등(기본)법>(가칭), <성매매알선적발업소등의규제에관한 법률>(가칭) 을 제·개정하겠다고 명기되어 있지만, 어느 법도 2008년에 개정되거나 제정되지 않았다.

이렇듯 현 정부의 여성정책은 방향도 의미도 없어 보인다. 또한 여성정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여성부 역시 부처의 존재여부가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국무회의에서 여성의제는 현황보고 2건 외에는 정책적 논의가 없었고, 친권제도의 논란에도 무대책이었으며, 촛불집회 참가 여성에 대한 경찰의 폭력진압, 속옷 탈의 사건, 유모차 부대 수사 등 여성인권 유린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었다. 그리고 지방의원 집단 성매매사건과 정치인 및 고위공직자의 성추행 및 여성비하 발언, 군대내 여하사 성폭력 사건 등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은커녕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는 것이 현 여성부의 행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9년 여성부의 주요정책과제는 “여성의 힘으로 경제 살리기”로 정해졌다. ‘경제위기극복 범여성협의회’를 구성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여성계 실천캠페인을 전개한다고 한다. ‘다시 만들어 쓰기’, ‘온실가스 줄이기’, ‘친환경 녹색제품 소비촉진 운동’도 여성부 실천 과제이다. 여성단체를 지원하는 공동협력사업의 주제 역시 에너지 절약, 생활환경 개선,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 등으로 선정하였다. 여성부가 민간소비자단체와 무엇이 다른지 구별조차 되지 않는다.

여성의 사회참여를 확대하고, 성평등을 촉진하며, 여성인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법과 제도를 바꾸는데 그 역할을 다해야 하는 여성부가 30년 전 새마을운동을 위해 동원된 ‘새마을 부녀회’로 전락해버린 것으로 보여진다.

이명박 정부는 여성부 본연의 업무인 여성들의 인권보호, 지위향상, 사회활동 참여, 그리고 성평등한 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추동해야 하며, 여성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부처들과 협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여성부의 위상을 높이고 규모를 키우는데 노력해야 함에도 그렇게 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여성인권과 여성정책에 대한 의지는 과연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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