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청년단체연합이 ‘청년실업해소’를 주제로 6월 18일부터 6월 22일까지 서울역과 명동입구에서 일출 때부터 저녁 10시까지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으나 불허됐다. 불허사유는 ‘집회 금지시간’인 일몰 이후를 넘겼다는 것이다.

2. 민주노동당이 6월항쟁 22주년을 기념해 6월 10일 동화면세점과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으나 ‘장소경합’(다른 단체가 이미 신고했다는 것) ‘주요 도로’(대통령령에 따라 ‘주요 도로’로 지정된 곳들)를 이유로 불허됐다.

3. 용산범대위가 지난 5월 25일부터 6월 21일까지 서울 용산 남일당 건물 앞에서 ‘용산참사 해결’을 주제로 집회 신고를 냈으나 ‘공공질서 위협’(현행 집시법은 집단적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음)이라는 사유로 불허됐다.

4. 반세계화단체 다함께는 5월 25일부터 6월 21일까지 명동입구, 명동성당에서 ‘반전평화’를 주제로 집회 신고를 냈으나 ‘장소경합’을 이유로 접수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 천주교인권위는 5월 28일부터 6월 16일까지 ‘집회시위 보장, 공안탄압 분쇄, 민주주의 수호’를 주제로 ‘3보1배’를 하겠다고 신고했으나 불허됐다. ‘장소경합’ ‘주요도로’가 불허사유였다. 6월 17일부터 22일까지 청계광장에서 용산참사 현장까지 자전거행진을 하겠다고 신고한 것 역시 불허됐다. 마찬가지 사유다.

위는 8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주주의 수호,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가 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개최한 ‘이명박 집권 이후 집시법 적용실태와 문제점’ 보고회에서 밝힌 내용들이다.

▲ ‘민주주의 수호,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가 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명박 집권 이후 집시법 적용실태와 문제점’ 보고회를 개최했다. ⓒ곽상아
한국청년단체연합, 민노당, 용산범대위, 민주노총, 천주교인권위 등 14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은 서울시내 주요장소 100여 곳에 ‘집회신고 내기 운동’을 진행했다. 경찰청은 이들이 제출한 집회신고 수백건(날짜별 계산) 가운데 민주노총이 5월 25일부터 31일까지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것에 대해서만 허가했을 뿐이다.

사회를 맡은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은 “용산범대위가 신고하는 집회는 모두 불허되고 있다. 경찰이 불허하는 이유는 범대위가 참사당일인 1월 20일 명동성당 앞에서 불법집회를 개최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라는데 범대위는 1월 22일 출범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며 “천주교인권위에서 8년간 일해왔지만 (천주교인권위가) 신고한 집회가 불허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는 폭력집회를 할 능력도 없는데 불허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천주교인권위가 신고한 집회는 ‘3보 1배’ ‘자전거행진’과 같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한지연 민가협 간사가 발표한 ‘이명박 정부 2년차 집회시위 금지통고 현황’을 들여다보면, 이명박 정부의 ‘집회공포증’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경찰이 총 149건의 집회를 금지한 데 비해 올해의 경우 지난 1월부터 4월까지만 해도 벌써 집회 금지 건수가 164건에 이른다. 지난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12일만에 다시 개방된 시청광장 ⓒ곽상아
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는 이날 보고회에서 “2009년의 집회시위 상황이 더욱 암울한 것은 촛불광장을 경험한 후, 광장 민주주의에 대한 두려움 또는 혐오감을 두텁게 가진 정부의 태도에 의해서다. 때로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때로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일단 막아보겠다는 것”이라며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오히려 ‘공권력의 주먹’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민변 박주민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경찰이 대한문 앞 분향소를 에워싸고, 시청광장을 봉쇄한 근거로 든 법 조항을 토대로 경찰의 행위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박 변호사는 ‘경찰관서의 장은 대간첩작전수행 또는 소요사태의 진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대간첩작전지역 또는 경찰관서·무기고 등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접근 또는 통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는 경직법 제5조 제2항을 제시한 경찰에 대해 “조문기간 동안에는 조문이라는 평화적인 애도의 표시행위가 예상됐을 뿐이고 그 이후의 기간에도 어떠한 집회신고가 이뤄졌거나 혹은 폭력적 소요사태가 일어나리라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결여돼있었다”며 “특히 원칙적으로 시민들의 자유로운 통행과 이용이 보장된 서울광장을 경찰관서, 무기고 등과 같이 수시로 통행이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시설과 같이 판단하는 것 역시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경찰이 근거로 든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발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는 경직법 제6조 제1항에 대해서도 “조문기간이나 그 이후 기간 동안 생명, 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볼 소지가 없었기에 해당 조문은 경찰의 서울광장봉쇄의 근거규정이 될 수 없다”며 “이는 서울에서 열린 불법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상경하는 농민회 사람들이 자신들을 막아선 경찰차를 파손한 행위를 무죄로 선고한 대법원 판례에서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대응 방안으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청장 등 고발, 경찰의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한 헌법소원 제기 등이 가능하다”며 “(민사소송과 헌법소원을 위해) 소송의 주체가 되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손해배상 청구는 조문을 방해받은 시민들이, 헌소는 (경찰로 인해) 통행을 못하거나 시청광장을 이용하지 못한 시민들이 해당한다”고 시민 참여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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