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청계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13회 인권영화제를 불허하였다. “시국관련 시민단체들의 집회장소 활용 등으로 부득이하게 시설보호 필요가 있어 당분간 청계광장 사용이 제한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 경찰버스 차벽으로 둘러싸여졌던 청계광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이에 인권영화제를 준비하던 인권운동사랑방은 4일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 ‘청계광장 인권영화제 개최 불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영화제 청계광장 개최 불허가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최근 이어지고 있는 정부에 의한 공안탄압/인권침해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인권영화제는 예정대로 6월 5일 청계광장에서 개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청계광장 인권영화제 개최 불허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된 이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서울 청계광장, 인권영화제 승인 취소 관련’ 해명자료를 배포하였다. 시설관리공단은 “인권영화제 행사는 주최측에서 다른 장소를 주선해 달라고 하여 지난 3일 공단 측은 종로구청의 협조를 받아 주최측과 함께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서 개최키로 합의하였고, 같은 날 21시 30분에 주최측과 유선통화로 장소를 변경개최키로 하였다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덧붙여 “영화제 주최측에서는 공단에 장소사용을 재신청하지 않고 오전 10시 30분에 기자회견을 통하여 영화제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힘으로써 그간의 경위와 공단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왜곡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영화제를 준비하는 인권운동사랑방 박석진 활동가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의 이같은 해명에 대해 “공단과 마로니에 공원에서 영화제를 진행하는 것과 관련한 논의는 했으나 합의는 한 적이 없다. 협의만 있었을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덧붙여 “시설관리공단이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거나 혹은 오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해명자료에서 “청계광장은 서울시민들의 문화공간이므로 공단에서는 영화제 주최 측이 다시금 사용신청을 해온다면 사용승인을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애초 서울시민들의 문화공간을 ‘시국’과 ‘공안’의 시각으로 판단한 그 자체가 불온하다. 따라서 예정된 영화제를 불허하고 나서는, ‘합의’한 내용을 왜곡하고 있다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의 해명이 시민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뒤늦게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주변여건변화 등으로 행사진행을 승인하오니 기제출한 행사계획 및 허가조건에 맞게 행사를 진행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청계광장 사용승인 알림'이라는 제목의 팩스를 인권운동사랑방으로 전달하였다. 이로써 청계광장 사용 여부를 둘러싸고 위기에 직면했던 제13회 인권영화제는 애초 계획대로 5일 청계광장에서 개막식을 갖는다.

제13회 인권영화제 청계광장 사용 관련 일지
- 2009년 1월 23일 서울시에 청계광장 사용 신청
- 2009년 2월 17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청계천 시설사용 허가> 결정
- 2009년 2월 26일 서울시 공유재산 사용비 1,276,380원 납입
- 2009년 6월 1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청계광장 사용 허가에 대한 변경(취소)사항 알림> 결정
- 2009년 6월 3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청계광장 사용 허가에 대한 변경(취소)사항 알림> 공문 우편으로 인권운동사랑방 사무실에 도착
- 2009년 6월 4일 인권운동사랑방 ‘청계광장 인권영화제 개최 불허 규탄 기자회견’ 개최
- 2009년 6월 4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서울 청계광장, 인권영화제 승인 취소 관련> 해명자료 배포
- 2009년 6월 4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청계광장 사용승인 알림> 공문 팩스로 인권운동사랑방에 전달
- 2009년 6월 5일 제13회 인권영화제 청계광장에서 개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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