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결코 홀로 살 수 없는 존재다. 잠깐 혼자 있을 수는 있지만 평생을 혼자만 살 수 없는 게 인간이라는 존재다. 그런 점에서 어울린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이 어울림의 한 흐름 중 하나가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청춘에겐 이런 사랑마저도 버겁다.

사랑마저 부담이 되는 시대;
어디에도 돌아갈 곳 없는 세대, 진정한 가치를 찾기 위한 여정

혼술을 즐기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진정석에게도 과거는 존재한다. 누구에게나 과거가 있고 그렇게 모인 과거들이 결국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점에서 현재 시점의 나는 곧 미래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청춘들에게 미래가 희미하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

<혼술남녀>의 주무대가 노량진 공시 학원이라는 사실은 중요하다.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든 가치가 그 공간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공간은 상황을 지배하고 그렇게 현실을 만들어낸다. 그런 점에서 노량진 청년들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청년 창업을 통해 새로운 부를 거두는 경우는 국내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법은 그들의 편이 아닌 재벌의 입장을 대변할 뿐이다. 탁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등장해도 실패한다.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재벌의 먹이가 되고 그렇게 제대로 뭔가를 키워보지도 못한 채 사라지는 청년 창업은 미국 등 선진국이라 불리는 곳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소상공인 창업이 전부인 현실에서 청년들의 꿈이 그렇게 부질없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하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노동이 더는 가치 있는 행위로 여겨지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인생 파업 선언은 당연하다. 일본에서 이미 경험했었던 '니트족 확산'은 이런 구조적 문제가 낳은 필연적 결과다. 노동을 할수록 더 궁핍해지는 현실은 지옥이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이들은 그렇게 노량진으로 향한다. 사법고시도 폐지되며 이제는 돈이 없으면 법관이 될 수도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시에 몰두하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 공무원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명, 기범, 동영, 채연으로 이어지는 공시생들의 삶은 천편일률적이다. 얼마나 빨리 노량진을 떠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인 그들에게는 오직 시험 외에는 없다. 인생의 모든 목표가 공시 합격이 전부인 세상은 답답하고 힘들 수밖에 없다. 수많은 공시생들이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달리는 사회는 그만큼 비효율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는 존재로 전락하고 자신의 꿈이 아닌 오직 버티기 위해 직업을 선택한다. 그렇다고 그 직업 선택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시생들의 삶은 몸 하나 겨우 넣을 수 있는 작은 박스 안에 밀봉되어 있을 뿐이다. 고시원과 학원을 오가는 그들에게 청춘은 지독한 고뇌의 시간이다.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누군가는 강제적으로 '창조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창조를 거세한 세상에서 경제를 창조적으로 만든다는 이 말도 안 되는 발언은 그래서 더 서글퍼지게 한다. 가장 화려하고 행복해야 할 나이에 스스로 감옥에 자신을 가둔 채 살아야만 하는 공시생들에게는 사랑도 사치다.

사랑도 기본적인 감정마저 거세당한 채 살아가는 그들에게 미래는 좁디좁은 바늘구멍과 같은 삶일 뿐이다. 어렵게 그 구멍을 뚫고 나간다 한들 그들에게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과정은 어쩌면 마약과도 같은 의미일지도 모른다. 청년들에게 희망고문을 하면서 늪 속으로 밀어 넣기만 하는 현실은 최악이다.

드라마 속 공시생들은 그나마 각색된 이미지라는 점에서 밝은 측면이 많이 부각되어 있다. 현실의 공시생들에게 <혼술남녀> 속 공시생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밝을 것이다. 웃음조차 사라진 거리에서 오직 무거운 무게를 느끼며 공시에만 집착하는 그들은 마치 로봇과 같은 존재로 전락한 지 오래니 말이다.

정석의 사랑엔 진심이 담겼고, 비록 한참을 돌아가기는 했지만 하나는 화답했다. 오해가 많을수록 그 껍질이 벗겨지는 순간 희망은 찾아오고는 한다. 현실에서 오해는 그저 오해로 남겨진 채 곡해만 만들어내지만, 드라마는 극적인 조건으로 사용되고는 한다. 그렇게 시작된 정석과 하나의 사랑은 <혼술남녀>라는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될 것이다.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아내와는 이혼하고 홀로 버티며 아픈 어머니를 돌보던 진웅. 그렇게 오랜 간호도 무의미하게 어머니의 임종도 보지 못한 채 떠나보내야만 했다.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술에 취한 채 원장에 의해 집으로 옮겨진 진웅은 끄지 않은 알람에 깜짝 놀란다.

매일 어머니를 보기 위해 알람을 준비했던 진웅은 그렇게 화들짝 놀라 나가려 하지만, 이내 현실로 돌아온다. 알람이 울려도 더는 돌아갈 곳이 없는 진웅의 그 허탈함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세상에 자신만 남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찾아오는 지독한 외로움은 느껴보지 못한 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이니 말이다.

노량진 공시생과 강사들의 삶을 담은 <혼술남녀>는 유쾌함 속에 지독한 현실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 현실이 더욱 처량하고 무겁게 다가온다. 웃으면서도 그저 웃고 있을 수 없는 이 지독한 현실은 그렇게 더 큰 묵직함으로 우리를 찾아오니 말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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