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KBS 보도개입을 침묵하는 KBS 간부들을 비판하다가 보복성 인사 조치를 당한 정연욱 기자가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인사명령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다. 재판부의 결정에 전국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부당 인사를 자행한 고대영 사장의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고대영 KBS 사장. (연합뉴스)

11일 언론노조는 성명을 통해 "KBS 고대영 사장의 무차별 보복성 징계가 법적으로 부당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어제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가 KBS 정연욱 기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인사명령효력정지가처분 신청 결정문에서 '정연욱 기자에게 제주총국 근무를 명하는 인사명령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언론노조는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KBS에서는 보복성 징계가 판치고 있다"며 "내부 구성원이 경영진과 간부들의 부당한 보도 개입이나 업무 지시에 문제를 제기하고 의견을 표명하면 가차 없이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어떤 집단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국가기간 공영방송에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청와대의 언론장악, KBS의 불공정 편파보도에 대한 KBS 구성원들의 비판 목소리를 틀어막기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청와대의 보도 개입으로 신뢰도와 공정성은 무너졌고, 긴급한 재난 상황 발생 시 재난방송주관방송사로서 자기 역할조차 다하지 못하는 KBS를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시청자·국민으로부터의 신뢰 회복과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 수행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심도 없이 보복 징계와 정권을 향한 충성 경쟁에만 열 올리는 고 사장과 간부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정연욱 기자에 대한 회사의 사과와 보도책임자 문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정연욱 기자는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 의혹에 대해 KBS 뉴스가 침묵하고 있고, 뉴스를 책임진 간부들은 기자협회 정상화 추진 모임이라는 사조직을 만들어 내 편, 네 편을 가르며 줄서기를 강요하는 부끄러운 KBS 보도본부의 민낯을 비판한 것"이라면서 "보도본부 국장과 부장들은 집단 성명을 내면서 그런 비판적인 기고문을 내놓고 무사할 줄 알았느냐며 후배 기자에 대한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측은 재판 내내 정연욱 기자의 기고문과 인사발령이 관계없다고 우겨댔다"며 "하지만 재판부는 인사 발령의 이유가 기고문 게재에 있다고 판단했다. 정 기자를 조롱한 보도본부 국·부장단의 성명이 이를 입증해주는 반증 자료라고 적시했다"고 전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고대영 사장은 정연욱 기자 부당인사에 대해 사과하고 이처럼 무도한 인사를 주도한 통합뉴스룸 국장과 보도본부장 등을 당장 문책하라"고 촉구하며 "이것만이 고대영 사장 스스로 말해 온 '법과 원칙'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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