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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가 다스리는 우리나라[김주완·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김훤주/경남도민일보 기자 | 승인 2009.05.29 05:49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습니다. 29일 출상을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 자살한 원인이 무엇인지,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얼마나 되는지 따위를 제가 나서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까지 와서 조문하겠다 했을 때 저는 ‘그러면 그렇지’,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마지막에 대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예의 가운데 하나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을 바꿨습니다. 마치 서울에서 영결식을 하기로 결정하기를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 봉하마을에는 오지 않고 서울에서 조문을 처리하겠다고 청와대가 나서 밝혔습니다. 이런 소식을 들은 저는, 이번에도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러면 그렇지’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앞에 했던 ‘그러면 그렇지’가 인간에 대한 최소한 예의를 갖추려고 하는 데 대한 공감이었다면, 뒤에 했던 ‘그러면 그렇지’는 ‘어휴, 이런 정도밖에 안 되는데 내가 무슨 기대를 해’ 하는 탄식이었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노무현 전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제가 잘못 여기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명박 대통령의 노 전 대통령 조문은, 말이 좀 지금 분위기랑 걸맞지 않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꽃놀이패’가 아닐까요? 꽃놀이패, 이기면 크게 좋고 져도 그만인 그런 패 말입니다.

제대로 조문을 해도 그만이고, 봉하마을에 모인 추모 군중 때문에 조문을 제대로 못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겁내는 바는 아마 ‘봉변’으로 말미암아 제대로 조문을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적으로 보자면 겁이 날 만도 합니다만.

그러나 정치 공학으로 보면 ‘봉변’이 있으면 좋고 ‘봉변’이 없어도 그만입니다. 아니, 조문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봉변이 생기면 오히려 더 좋습니다. 지금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비난하는 분위기가 거센데, 이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겠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봉변’이 일어날 경우에는, 지금 이명박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비판·비난의 화살이 방향을 바꿔서, ‘봉변’을 만들어내는 집단-이를테면 노사모라든지에게 날아가 꽂힐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면 정세 역전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쩨쩨한’ 전력, 자기 자식들을 자기 빌딩을 관리하는 업체에 유령 직원으로 등록해 급여를 지급하고 그에 해당되는 수입에 대해서는 세금도 내지 않았다는 등, 이문이라면 아무리 작아도 놓치지 않고 꼭 챙긴다는 이미지를 조금 옅게 할 수도 있습니다.

‘봉변’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하기 위해 ‘통 크게’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 빈소까지 몸소 찾아갔다는 식으로 새로운 이미지가 형성된다는 말씀입니다.

물론 안 될 조짐은 일찌감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서울광장을 틀어막고자 친 ‘차벽’이 그것입니다. 자발적인 분향이 이뤄지고 있는 덕수궁 대한문 일대를 꽁꽁 틀어막아 버린 것이 그것입니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수밖에 읽지 못하는 하수(下手)의 옹졸한 손놀림입니다.

<삼국지 연의>에 보면 주유가 죽었을 때 맞수 제갈양이 목숨을 걸고 찾아가 조문을 합니다. 거기서 조사를 읽고 한바탕 울음을 터뜨립니다. 적진 장수들은 죄다 제갈양 때문에 주유가 죽었다고 여기는 판이었는데, 이런 장면을 보고 많은 이들이 마음을 풀어 헤칩니다. 물론 꾸민 얘기지만, 제갈양의 군자다운 풍모가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우리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우리 대통령 이명박은 무슨 까닭에서인지 자기랑 적대했던 사람이 마지막 가는 길에서, 적진이랄 수 있는 봉하마을로 가지 않고 피했습니다.

애초 기대를 했던 제가 잘못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다할 줄 모르는 이런 하수가 다스리는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현실에 저는 새삼 서글퍼졌습니다.

   
저는 1963년 8월 경남 창녕에서 났습니다. 함양과 창녕과 부산과 대구와 서울을 돌며 자랐고 1986년 경남 마산과 창원에 발 붙였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는 1999년 들어왔습니다. 대학 다닐 때는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한 뒤에는 노동조합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을 일삼아 했습니다. 2007년 1월부터 2008년 12월 9일까지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을 했으며 2009년 1월 기자 직분으로 돌아왔습니다.

김훤주/경남도민일보 기자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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