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23일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 일부 내용이 공개됐다. 노 전 대통령의 김경환 비서관은 이날 오후 "그동안 힘들었다"는 짧은 유서를 공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산행을 하기 직전인 오전 5시 21분에 사저 컴퓨터에 저장한 유서에서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면서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고 최근 소회를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면서 "너무 슬퍼하지 마라"고 밝힌 뒤 다음과 같이 적었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서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이 유서의 파일명은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의 고통이 너무 크다'였다.

"담배가 있느냐"... "사람이 지나가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봉화산 바위에서 뛰어내리기 직전 사저 뒷편에 있는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동안 응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 측근과 관계자가 공개한 투신 직전 경호관에게 들은 1차 보고내용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23일 새벽 오전 봉화산으로 산책을 가서 부엉이 바위에서 사저 등 마을을 한동안 내려다 보았다고 한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경호관에게 "담배가 있느냐" 물었고 경호관이 "가져올까요"하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됐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잠시 후 바위아래 사람들을 보며 "사람이 지나가네"라고 말했고 경호관이 노 전 대통령이 응시하는 사람들을 돌아보는 순간 갑자기 추락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유서 전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가까운 곳에서 아주 작은 비석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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