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한국방송광고공사를 둘러싼 ‘미디어렙’ 논쟁은 정당에 따라, 사업자에 따라 그 대안이 분분하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이 묘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공영·다민영체제로, 사실상 완전경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것이 물밑에서 청와대 ‘오다’라고 우기는 모양이다. 완전경쟁체제가 청와대 ‘오다’라면, 문화부는 왜 1공영1민영체제를 지지할까? 청와대는 방통위에는 ‘오다’를 내리고 문화부에는 내리지 않는 것일까?

방통위 실무자들의 ‘오바’가 도드라지면서, 왜 한 번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종 결정 테이블인 5인의 상임위원들이 참석한 논의 테이블에는 전혀 올라가지 않을까. 방통위 지역방송발전위원회의 핵심의제가 지역방송살리기이고, 지역방송살리기의 핵심 의제가 ‘미디어렙’을 통한 안정적인 광고수입을 어떻게 창출하느냐이다. 즉 ‘미디어렙의 체제와 성격 그리고 내용’이 핵심의제이자 핵심과제인데, 한 번도 방통위의 기본입장이 지역방송발전위원회에 소개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미디어스
온통 의문투성이다. 방통위 실무자는 아주 잰걸음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프레스센터, 남한강연수원, 방송회관, 방송광고회관’ 등 코바코 소유의 고정자산을 방통위가 ‘빼앗아’가려는 전두환식 폭력을 행사하고 있고, 문화부는 ‘어불성설’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재 코바코는 문화부 소관임에도 불구하고, 문화부가 방통위와의 파워게임에서 밀린 것인가? 설령 최시중 위원장과 유인촌 장관의 파워게임에서 유인촌 장관이 밀렸다 해도, 국민들에게 그 어떤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코바코 소관부서가 방통위가 되고, 코바코 고정자산을 방통위가 빼앗아 가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백주 대낮에 칼 들고 설치는 강도처럼 행세하는 방통위의 지금 행태는 ‘전두환의 무대뽀적 정신과 전두환의 무조건적 폭력’과 참으로 닮아있다.

방통위가 폭력적으로 코바코의 고정자산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요구하고 문화부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더 황당하다. 방통위가 코바코 고정자산을 팔아 몇천억의 자금을 조성해서 일부를 취약매체에 지원하겠다고 주장하는 모양인데, 이것이 난센스이기 때문이다.

코바코를 해체해서 완전히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 방통위의 미디어렙에 대한 입장이 취약매체인 종교방송 지역방송 교육방송을 죽이는 행위인데, 그들을 근본적으로 죽여 놓고, 코바코 고정자산을 팔아서 일부를 지원기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라니.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그리고 교육방송의 연간 예산이 1조원에 가깝다. 그리고 그 중 8천억 정도가 코바코에 의한 연계판매 등으로 충당되고 있다. 한데 코바코체제를 깨버리고 1공영1민영도 아닌 1공영 다민영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그 존재기반을 허물어뜨리려는 정책, 그리고 코바코 고정자산을 팔아서 몇천억 만들어서 몇푼 찔러주고 입 닫게 하려는 태도가 정당한가에 대해서 의문이다.

더 나아가 종교방송의 시사·보도 장르를 금지하는 대신 코바코 고정자산 팔아 만든 돈 중 일부를 종교방송에 동냥주듯 하겠다는 발상까지 읽힌다. 기가 막힌다. 아예 방통위가 종교방송을 사겠다고 하지, 죽여 놓고 영양제 주사 몇 대 놔주겠다는 것도 황당하기 짝이 없는데, 아예 지상파 방송이 가진 사회환경감시기능, 즉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등 권력감시 기능을 거세하겠다는 발상이 과연 21세기 한국사회에서 가능할 법한 주장인가?

또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 ‘미디어렙’을 한선교 의원을 비롯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6월에 통과시키겠다는 주장을 내부 논의과정에서 했던 모양인데, 이런 발상 자체가 한나라당이 ‘재보궐선거’에서 완패당한 원인이다.

한나라당이 망할 길만 찾아서 다니고, 한나라당이 망하도록 아예 고사를 지내는 곳이 방송통신위원회다. 그리고 망할 기획을 무법적으로 짜고 지시하는 곳이 방송에 대해서 사실상 무지하다고 평가받는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실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권력을 가졌다고,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최소한의 합리적인 논의도 공개적인 논쟁도 없이 일방적이고 폭력적으로 밀어붙이는 청와대 일부 비서관실과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행태가 역겹다. 또한 방송의 중립성과 방송의 균형발전을 담당해야 할 방송통신위의 ‘청와대 주구’처럼, 청와대 팔고 다니면서 역사적 범죄행위를 뻔뻔하게 자행하고 있는 행태는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이견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이견은 합리적이고 공개적인 논의와 논쟁을 통해서 좁혀질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 한나라당 방통위는 이것 자체가 두려운 모양이다.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논리적 엉성함이 그들 스스로 자신감을 상실하게 만드는 요인임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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