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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책임질 생각없는 박근혜와 새누리당해임건의에 억지쓰고 강제부검 시도, 오로지 퇴임 준비
김민하 기자 | 승인 2016.09.26 12:18

박근혜 정권에게 있어서 ‘나라를 다스린다’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하루하루다. 박근혜 정권의 현안에 대한 1차원적 대응은 국가와 권력의 통치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잃게 만든다. 대중의 정치적 냉소주의는 계속 강화되고만 있다. 이런 판국에 국민들이 ‘나라를 잘 다스릴 것’이라는 기대를 과연 누구에게 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와대는 25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국회가 해임을 건의한 장관을 대통령이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임 거부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해임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거다. 해임건의는 장관의 부적절한 업무 수행을 근거로 해야 하는데 야당이 제기하는 문제는 장관이 되기 이전의 사안과 관련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자정을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날짜 변경으로 인한 본회의 차수 변경을 선포하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국회는 차수변경을 통해 본회의를 다시 개회해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해임안 건의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연합뉴스)

단지 해임건의안의 맥락만을 놓고 볼 때 야당의 행위가 정치적으로 완전무결하지는 않다는 게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해임건의의 성격은 어차피 정치적 맥락에 따라 구성될 수밖에 없고 해임건의의 요건이 헌법 외의 법률로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을 두고 ‘법을 어겼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이 해임건의안 제출의 정치적 맥락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부적격’ 의견에도 불구하고 김재수 장관을 임명 강행한 것으로부터 구성된다. 사실 박근혜 정권은 과거 정권 같았으면 장관 후보자에도 못 올랐을 법한 인사들을 국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 강행하는 행위를 계속 해왔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 정치적 권능은 형해화 되고 행정의 독주가 부각됐다.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은 이런 상황을 바로잡고자 하는 국회의 시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대통령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여당인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입장에 호흡을 맞추며 정세균 국회의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주장 역시 정세균 의장이 어찌됐건 법을 어겼다는 취지다. 새누리당은 이제 정세균 의장을 ‘국회의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정세균 의원”으로 호칭하는 기행까지 벌이고 있다.

법 위반 논란의 핵심은 차수 변경 시에 교섭단체들과 협의를 어느 수준으로 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의장이 이 부분을 사실상 ‘해태’했다는 입장이다. 의장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은 그 정도 수준 역시 ‘협의’로 볼 수 있고 이전에도 그렇게 해왔는데 이제와서 이를 문제 삼는 새누리당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또, 야당이 협의를 요구해도 ‘시간끌기’로만 일관한 새누리당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도 한다.

정세균 의장이 관례에 비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20대 국회 개원 당시에도 정세균 의장의 연설에 대한 중립성 논란이 불거졌다. 해임건의안 표결과 관련해서도 새누리당의 ‘필리버스터’ 시도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새누리당의 강경 기류는 정세균 의장의 이러한 일련의 행위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맥락을 떠나 과연 정세균 의장의 차수변경을 ‘위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새누리당이 정세균 의장을 형사고발하기로 한 결정이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이어지리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의장이 본회의장에서 발언한 내용의 녹취를 놓고 편파적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정세균 의장이 세월호 특조위 기간연장 또는 어버이연합 청문회 등을 거론하며 “맨입으로… 그냥은 안 되는 거지”라고 한 게 야당 편을 든 증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정세균 의장이 국회 내 갈등의 조정자로서 새누리당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고 야당은 해임건의안을 거둬들이라는 기존의 요구를 다시 설명한 것에 가깝다고 설명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오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발언 도중 박수를 치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결국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야당과 정세균 의장이 ‘위법’한 행동을 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근거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계속 ‘위법’을 거론하는 것은 전형적인 소수파 정치의 레토릭으로 보인다. 이 대목은 대단히 흥미로운 부분인데 이 논란과 관련해서 더불어민주당은 주로 ‘할 수 있다(해도 된다)’는 설명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할 수 없다(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 역시 이런 측면을 반영한다.

청와대와 여당이 자신들을 ‘소수파’로 포지셔닝 하는 게 국회 내 의석수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것은 25일 결국 세상을 떠난 백남기 씨 문제를 봐도 드러난다. 사실 대형 집회에서 경찰에 의한 폭력 문제는 매번 비슷한 수순을 거쳐 왔다. 경찰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물대포 등 진압장비에 의한 피해가 명백한 경우라면 여러 쓸데없는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다. 사건 직후 대통령이 과잉진압에 대한 최소한의 유감을 표시하고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을 경질하였다면 과연 고인을 모신 병원에서 경찰과 시민이 대치하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을지 의문이다.

수사기관이 부검의 필요성을 자꾸 언급하는 것은 대통령도 경찰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정국은 8, 90년대 ‘시신 탈취’ 사건(사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망에 대해 강제부검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은 8, 90년대 뿐 만이 아니라 최근까지도 반복돼왔다)을 연상케 하는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무엇이 두려워서 이렇게까지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볼 때의 쟁점은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언급한 것처럼 ‘법적 책임’의 차원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국가가 최소한의 법적 책임을 거부 하는 것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 등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해 시위를 벌이다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던 농민 백남기씨가 숨진 25일 오후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백남기 대책위를 비롯한 시민들과 경찰이 대치 중에 있다. (연합뉴스)

최근 청와대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표를 수리했는데, 이는 국정감사에 이석수 특감이 기관 증인으로 출석하는 사태를 방지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겨레 등은 이석수 특감이 ‘실세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를 두고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을 내사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즉, 청와대의 이석수 특감 사표 수리는 국회에서 이 이상한 재단 문제가 국회에서 쟁점이 되는 걸 막으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지 이석수 특감의 국회 출석을 막는다고 해서 이 문제가 쟁점화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결정을 계속하면 할수록 권력을 바라보는 국민의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권이 이런 행태를 반복하는 것은 결국 ‘한 번 밀리면 끝까지 밀린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정권이 이런 위기감을 갖는 이유는 실제로 소수파여서가 아니라 박근혜 정권의 통치가 이미 실패했다는 점을 스스로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국회는 무시하고 책임질 일은 모두 최소화 하면서 두 이상한 재단들로 퇴임 이후나 준비하겠다는 거다.

당장 눈에 보이는 권력이 이러니 국민들이 정치에 희망을 가질 수가 없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26일 지면에 실은 여론조사 보도를 종합해보면 국민들은 여야 주요 대권주자 모두에 대해 사실상의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계속 만드는 한 박근혜 정권은 ‘정치를 망쳤다’는 역사적 평가를 피해가기 어렵다. 당장 국회 국정감사 일정이 파행으로 치닫게 됐다. 국정을 책임질 생각이 없는 정치세력은 집권을 꿈꾸지도 말아야 한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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