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법과 방송법 등 한나라당의 언론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견수렴을 위해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위원회는 대기업과 신문이 보도편성 자격이 있는 방송진입에 대한 논의를 주로 이어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위기의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신문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는 가운데 문재완 위원이 신문법 10조의 독자권리보호조항 폐지가 신문고시 폐지와 관계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문 위원은 해당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 신문고시 폐지를 묵인하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기 때문에 조항삭제 유무가 공정과 불공정을 추동하지 않는 주장이다.

현행 신문법 제10조는 신문사가 구독자의 의사에 반하는 구독계약 금지와 불공정행위에 해당하는 무가지, 무상경품을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불공정행위 여부와 처리는 공정거래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한편으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근거한 ‘신문고시’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현행 신문고시가 2001년 제정되었고 이때는 현행 신문법의 전신인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정간법)’에 불공정거래 금지를 규정한 독자권리보호 조항이 없는 것으로 보아 신문고시가 신문법에 의한 파생 규정이 아니라 공정거래법의 하위 규범이라는 데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따라서 신문법상 독자권리보호조항을 폐지하여도 신문고시가 폐지되는 것은 아니란 주장은 틀리지 않다. 그러나 현실과 상식에 비추어보면 옳은 주장도 아니다.

▲ 지난해 4월16일일 오후 2시 서울 반포동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신문판매연대, 민주언론실천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신문고시 개정 반대 및 공정거래위원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송선영
신문시장의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조중동과 한나라당, 문화부, 공정위는 신문고시의 위헌을 주장하면서 지속적으로 폐지를 부추기고 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백용호 공정위원장은 신문시장이 혼탁하지만 신문고시 폐지까지 포함해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문화부는 지난 5월6일 신문 유가부수 인정기준을 현행 구독료의 8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낮추어 무가지와 경품 살포를 대폭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신문고시의 폐지 의지를 공정위에 전달하는 등 고시의 폐지 또는 무력화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신문고시가 공정거래법에서 파생했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이를 자의로 폐지하기는 쉽지 않다. 신문법의 독자권리보호조항이 공정거래법과 수평적으로 신문고시 존치를 고리 걸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법 제10조의 “불공정행위의 구체적 내용과 불공정거래행위 여부 및 그 처리 등에 관하여는 공정거래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한 것은 공정거래법 뿐 아니라 신문법도 신문고시의 존재 근거임을 설명한다. 신문법이 신문고시를 공정거래법에 요구하고 있어 신문시장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할 정형을 만들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신문법 제10조가 폐지되는 경우 신문의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와 제제는 공정거래법에만 전적으로 의지해야 한다. 신문언론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고시를 다시 제정해야 할 딱히 마땅한 근거를 찾기도 어렵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신문법의 독자권리보호 조항이 존재하는 한 공정위는 어떤 형태로든 규제조치는 해야 한다.

신문이 단순히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 아니란 것은 누구나 동의한다. 인쇄 판매물이 아니라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고 독자의 이해가 여론으로 표출되는 중요한 매체인 까닭에 정파성과 경향성 등 지면의 품질에 따라 독자가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따라서 여론은 지면의 품위와 성격을 제외한 제3의 요인에 의해 독자가 영향을 받지 않게 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신문고시 폐지는 신문시장이 자본 중심으로 재편되는 정보 다원성의 상실과 정체성에 따른 독자의 신문선택을 방해하여 사상의 다양성을 낮출 개연성이 높아 존재가치를 인정받는다.

신문고시는 그동안 시절에 따라 부침이 있었다. 시행과 폐지를 반복했고 규제기관도 신문협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 바뀌었다. 그러나 신문시장의 불법 무가지와 경품 살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고시를 폐지하자는 쪽에서는 효과도 없이 기업의 영업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지만 규제집행 주체의 직무유기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 객관적인 시각이고 보면 신문고시의 존폐논의가 아니라 실질적 규제실행으로 논점을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다른 시각으로 신문법과 공정거래법은 언론을 단순히 시장에 맡기는 위험성을 고려하여 동시에 신문고시의 존속을 강제하는 규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신문법에 구독자의 권리와 무가지, 경품의 제공을 금지하는 독자권리보호 조항을 삭제하고 어떤 근거로 공정위가 불공정 거래를 규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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