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의혹 규명 등을 위한 특검법안이 이르면 19일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등이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오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엄정한 수사 및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선언식 및 토론회를 개최키로 했다. 영화평론가 유지나 교수 등 사회 각 분야 여성지도자들이 참여 예정인 가운데 여성연예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결의문 등이 낭독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걸 의원은 “장자연 리스트는 이제 검찰 손에 넘어갔다. 검찰이 박연차 리스트를 수사하면서 전직 대통령을 향해 보여준 정의감의 반만이라도 보이면 진실은 규명될 것이다”면서 “정히 안 되면 특검이라도 도입해야 한다”라고 지난 8일 밝힌 바 있다.

인터넷에서는 ‘고 장자연 특검제 도입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18일 오후 4시 현재 1400여명(오프라인은 약 1900명)이 실명 기입 형태의 청원에 동참한 상태이다. (온라인 청원 주소 = http://www.ccdm.or.kr/main2/2009_jang)

▲ '고 장자연 특검제 도입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서명운동 홈페이지 화면 캡처.
서명에 참여한 김모씨는 “한나라당은 국민을 우습게 알지 마라. 국민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대들이 권좌에 앉아 부귀를 누릴 수 있었겠는가. 진정 국민을 섬긴다면 특검을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라”라는 댓글을 올렸다.

마모씨는 “정직한 사회 약자가 보호받는 사회가 되길 원합니다”라는 문구로 사건을 보는 다수 국민의 심경을 대신했고, 문모씨는 “짭새와 떡찰이 바로 태어나 경찰과 검찰로 탄생하기를…”이라고 적었다.

장자연 리스트 수사 발표가 비록 경찰 수사의 결과물이기는 하지만 검찰의 수사지휘권 하에 있으므로 검찰이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 사건이 기존 검찰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수사할 특별검사제를 도입을 촉구한다는 것이 위 청원의 목적이다.

온라인 청원사이트를 개설한 민생민주국민회의는 “특검제 도입으로 다시는 신인 연예인들과 같이 사회적 약자가 성상납 등의 가해자 협의를 받고 있는 유력언론사 고위 임원을 비롯한 정치계, 재계, 연예계 등 사회 권력층이 검찰의 비호를 받는 속에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회 재적의원 수 296명 가운데 한나라당이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이 내켜하지 않는 장자연씨 사건 관련 특검법의 통과가 쉽지 않을 뿐더러 통과된다 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에 재심의를 요청(사실상의 거부권 행사)할 수 있다.

또한 특검을 지지하는 세력 사이에서도, BBK 특검수사가 유야무야 종료된 사례를 거론하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 역시 정치권력으로부터 철저히 독립적일 수 없다는 등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 상황이다. 거론되는 리스트 속의 용의자에 언론재벌 간부들이 속해 있다는 점도 회의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

결국 경찰과 검찰이 소극적인 수사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특검 도입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진실 규명을 포기하거나 외면하지 않으려는 국민적 관심과 시민단체의 노력, 언론 보도 등이 뒷받침돼야만 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이런 와중에 유독 반대로 가고 있는 언론사가 있다. <조선일보>다.

조선일보사는 최근 ‘장자연 리스트’ 보도와 관련,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KBS·MBC와 소속 기자 5명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조선일보사는 KBS와 MBC 법인에 대해서는 각각 10억원, KBS 김종율 보도본부장과 소속 기자 2명, MBC 신경민 당시 <뉴스데스크> 앵커 및 송재종 보도본부장 등에 대해서는 각 3억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소장에서 조선일보는 “KBS는 본사 임원이 성접대를 받았고 사건 은폐에 관여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고, MBC는 유력 언론이 경찰 수사에 힘을 과시했다는 발언을 해 본사와 특정 임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사(또는 일부 계열사 또는 임원)가 장자연씨 사건으로부터 떳떳하다면, 그래서 그 억울한 누명(?)을 벗고자 한다면 특검 수사에 적극 동의한 뒤 법안이 발의되면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보도와 사설을 내보내야 함이 마땅하다. 만약 반대하거나 미온적 태도를 취한다면 뭔가 켕기는 것이 있다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22일 토론회 개최 이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조직을 재정비하고 체계화해서 이 사건(또는 유사 사건)에 대해 보다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진실’ 추구에의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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