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는 한나라당이 내놓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을 2분과회의로 배정했다. 2분과회의에서는 개정안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총 5회에 걸친 회의를 통해 여·야 간의 타협점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 1차 회의는 분과회의의 운영방식 등을 논의했고, 2차 3차 회의는 각각 권리침해정보 규제 시스템(임시차단조치)과 불법정보 규제시스템을 주제로 집중 논의했다. 이후 4차, 5차 회의는 인터넷실명제와 주요포털 규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미디어위의 전체적인 일정이 이렇듯 빠듯한 상황에서 논의주제들은 민감한 사안들이며 이후 국민들의 인터넷 이용에 미칠 영향력과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다. 이에 미디어위 위원들은 국민의 바람대로 이른 시간 안에 숙의를 거쳐 바람직한 타협점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타협은 쉽지 않아 보인다. 어쨌든 이미 절반 이상의 회의 시간을 소비한 셈이나 아직 이렇다할 만한 타협안의 윤곽조차 보이지 않는다. 3회에 걸쳐 진행된 지난 회의에서 6인의 미디어위 위원들은 모든 조항마다 여·야 추천으로 갈라져 대립했고, 서로간의 양보와 배려 없이 회의의 종결은 항상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 5월8일 열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2분과회의
인터넷 “표현의 자유”와 “규제 강화”의 격한 대립

정보통신망법 2분과회의에서는 임시차단 조치에 이의신청이 없는 95%의 개인 간의 비방성 게시물과 이의신청이 있는 5%의 사회적 의미가 있는 게시물로 대변되는 표현의 자유가 매번 회의 때마다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한다.

여당 측은 악성 게시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으니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여당은 이런 사례가 인터넷 분쟁의 95% 이상이라고 주장하며 이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다. 반면에 야당 측은 행정기관이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삭제의 권리를 가지면 정치적 악용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비록 그 사례가 적을지라도 정당한 주장의 게시물이 삭제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는다는 논리(야당은 비록 5%라 할지라도 정당한 주장의 게시물과 게시자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를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전면적으로 배치된다. 정말 여당 측의 말대로 인터넷에는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권리는 없고 피해자와 피해사실만 있는 것인지, 그래서 규제를 강화하면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자 수준이 선진화되는지 정확한 데이터도 없고 효과 예측 연구조사도 없지만, 그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불법정보 규제시스템과 관련한 회의에서도 청소년 유해물과 선정성, 사행성 게시물만 규제하자는 야당 측 주장과 경범죄를 포함한 모든 범죄성 게시물을 차단해야 한다는 여당 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여당 측 위원은 ‘“밖으로 나와 소리 지르자”라는 식의 게시물도 범법행위인 고성방가를 유발할 수 있는 게시물이니 규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력 주장했다. 문제는 그 법적 판단을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한다는 데 있다.

지난 회의에서 야당 측 위원이 여러 타협안을 냈지만 여당 측 위원은 그에 대한 뚜렷한 반박논리와 근거도 없이 ‘이미 만들어진 개정안을 떠나서 이야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수용 불가론만을 내세웠다. 한나라당의 개정안에 잘못된 점이 있는지 검토하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모인 미디어위에서 개정안을 떠나 이야기할 수 없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오죽하면 회의가 끝난 후 야당 측 한 위원은 ’쇠귀에 경 읽기‘ 라며 탄식했을까.

미디어위는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려고 모인 것이 아니다. 서로의 입장차야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얘기다. 모쪼록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안에 사회적 논의기구라는 애초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논의를 거쳐 타협점을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