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어느덧 꽃에서 싱그러운 새순으로 뒤덮였습니다. 꽃으로 둘러싸인 봄도 아름답지만 싱그런 새순으로 둘러싸인 봄도 여지없이 아름답습니다.
4월에 그 많던 흰꽃들이 비바람 한번으로 흔적 없이 사라지고 땅과 하늘에서 새순들이 소리소문 없이 돋았습니다.
산빛이 이렇게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산을 바라보는 시간도 많아지고 산 다니는 시간도 많아집니다.
4월 중순부터 땅을 뚫고 올라온 고사리들도 더 부지런히 올라오고 1년 동안 특히나 겨울동안 산중 살림에 많은 도움이 되는 두릅, 다래순, 고추나무순, 취나물, 뽕잎, 쑥 등 산나물을 열심히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새순이 잎이 되는 시간은 아주 짧습니다. 하루이틀 게으름 피우거나 숲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놓치면 나물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숲의 흐름에 우리 삶의 흐름을 맞춰 가야 합니다.
산중 삶은 숲의 흐름에 맞춰 삶을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다르듯 나무와 풀들도 다 다릅니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 잎이 먼저 나오는 나무가 있고, 꽃이 피고 새순이 나오는 때가 조금씩 다르기도 합니다. 꽃이나 잎을 쓰는 풀과 나무가 있고 뿌리를 쓰는 풀과 나무가 있기 때문에 봄에는 이런 흐름에 맞춰 산을 다녀야 합니다.
5월은 숲이 풍성한 만큼 산중 살림도 풍성합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부지런히 숲으로 발길을 옮기고 틈틈이 밭에 씨 뿌리고 가꾸느라 한가할 틈이 없습니다.
해가 기울어지고서야 산에서 가져온 나물 삶아 말리고 어둠을 맞이합니다. 하루를 부지런히 움직이다 맞이한 밤은 고요하고 평온합니다.
요즘처럼 달 밝은 밤이면 더욱 평온함과 고요함을 줍니다. 달 밝은 밤에 달빛을 보고 있으면 달밫이 맑다는 느낌이 듭니다.
맑아서 밝은 것인지 밝아서 맑은 것인지 알 길은 없지만 맑은 달빛은 마음을 깨끗하게 합니다. 눈을 들어 달빛을 보고 있으면 햇빛은 우리 눈빛을 닮았고 달빛은 마음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달빛은 불빛이 있어 주변이 밝으면 달빛의 밝음과 맑음을 볼 수 없습니다. 나를 비롯해 나를 둘러싼 주변이 캄캄해야 비로소 달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5월의 맑은 달빛은 우리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뒤돌아보게 합니다. 나를 내세우고 내 주변만 챙기느라 바쁜 삶에선 맑고 밝은 달빛을 만날 수 없다고 합니다.
나를 낮추고 또 낮추어야 비로소 맑고 밝은 달빛을 만날 수 있음을 가르쳐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