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어느덧 꽃에서 싱그러운 새순으로 뒤덮였습니다. 꽃으로 둘러싸인 봄도 아름답지만 싱그런 새순으로 둘러싸인 봄도 여지없이 아름답습니다.

4월에 그 많던 흰꽃들이 비바람 한번으로 흔적 없이 사라지고 땅과 하늘에서 새순들이 소리소문 없이 돋았습니다.

산빛이 이렇게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산을 바라보는 시간도 많아지고 산 다니는 시간도 많아집니다.

4월 중순부터 땅을 뚫고 올라온 고사리들도 더 부지런히 올라오고 1년 동안 특히나 겨울동안 산중 살림에 많은 도움이 되는 두릅, 다래순, 고추나무순, 취나물, 뽕잎, 쑥 등 산나물을 열심히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새순이 잎이 되는 시간은 아주 짧습니다. 하루이틀 게으름 피우거나 숲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놓치면 나물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숲의 흐름에 우리 삶의 흐름을 맞춰 가야 합니다.

산중 삶은 숲의 흐름에 맞춰 삶을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다르듯 나무와 풀들도 다 다릅니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 잎이 먼저 나오는 나무가 있고, 꽃이 피고 새순이 나오는 때가 조금씩 다르기도 합니다. 꽃이나 잎을 쓰는 풀과 나무가 있고 뿌리를 쓰는 풀과 나무가 있기 때문에 봄에는 이런 흐름에 맞춰 산을 다녀야 합니다.

▲ ⓒ국립공원관리공단

5월은 숲이 풍성한 만큼 산중 살림도 풍성합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부지런히 숲으로 발길을 옮기고 틈틈이 밭에 씨 뿌리고 가꾸느라 한가할 틈이 없습니다.

해가 기울어지고서야 산에서 가져온 나물 삶아 말리고 어둠을 맞이합니다. 하루를 부지런히 움직이다 맞이한 밤은 고요하고 평온합니다.

요즘처럼 달 밝은 밤이면 더욱 평온함과 고요함을 줍니다. 달 밝은 밤에 달빛을 보고 있으면 달밫이 맑다는 느낌이 듭니다.

맑아서 밝은 것인지 밝아서 맑은 것인지 알 길은 없지만 맑은 달빛은 마음을 깨끗하게 합니다. 눈을 들어 달빛을 보고 있으면 햇빛은 우리 눈빛을 닮았고 달빛은 마음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달빛은 불빛이 있어 주변이 밝으면 달빛의 밝음과 맑음을 볼 수 없습니다. 나를 비롯해 나를 둘러싼 주변이 캄캄해야 비로소 달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5월의 맑은 달빛은 우리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뒤돌아보게 합니다. 나를 내세우고 내 주변만 챙기느라 바쁜 삶에선 맑고 밝은 달빛을 만날 수 없다고 합니다.

나를 낮추고 또 낮추어야 비로소 맑고 밝은 달빛을 만날 수 있음을 가르쳐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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