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 민노당, 민주당, 진보신당이 주최한 ‘‘장자연 리스트’의 진실과 조선일보-안하무인 ‘조선일보 권력’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7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장자연 리스트’의 진실과 <조선일보>”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이 사건을 둘러싸고 <조선일보>가 보인 ‘만용’을 비판함과 동시에 다른 언론의 ‘불용’을 강하게 질타했다.

“경찰이 미진한 수사로 고인을 다시 한번 모독하고 역사를 모독했는데도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다루지 않았다. 주범은 <조선일보>지만 방조범들은 언론들이다. 엄연한 사실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다. <조선>의 협박이 무서워서 피해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유족들로부터 고소된 <조선일보> 고위임원의 실명마저 언론이 거론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다.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비판은 올바른 비판이 아니다. 상대가 아프지 않다. 공적인 사안에 대한 실명 비판이 없으면 장자연씨가 당한 것같은 인권침해가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

“모든 언론들이 ○○일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수치스럽지 않은가. 언론이 스스로의 역할을 못하니 국민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다. 결국 <조선일보>가의 협박이 무서워 설설 기고 있다.”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조선일보 만용- 언론의 불용, 문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선> 고위임원의 이름을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던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그 이후 <조선일보>가 자신에게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조선> 도쿄 특파원이 지난 4월17일 쓴 칼럼을 보면, 이혼 끝에 자살한 일본 전 민주당 의원 얘기를 나열한 뒤 ‘이종걸 의원이 이 소식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글을 맺고 있다”면서 “이런 식의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보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민주당 새 원내대표 경선에 나를 포함해 세 명이 나섰는데, <조선>은 아예 나를 배제한 채 ‘양강’으로만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는 “<조선>은 2004년 주성영 의원이 국회에서 근거도 없이 이철우 의원에게 색깔공세를 펼 때 이 의원의 실명을 그대로 보도했고, 신영철 대법관 사건 관련해서는 그의 재판 개입 이메일을 공개한 김모 판사의 실명은 물론 사진까지 실었다”면서 “이러니 <조선일보>를 향해 적반하장, 오만방자, 이중잣대 등의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경신 교수는 “<조선일보>라는 ‘적’이 있고, 이 적을 파괴하는 것이 시민사회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조선>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는 원리를 확립하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며 그런 차원에서 신문광고불매 운동 같은 소비자 운동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더 나아가 ‘민주적 가능성’에 의지하는 언론의 공익개념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선>은 경기서남부 연쇄살인 사건 당시 그의 얼굴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적이 있다. 이런 면에서 <조선>이 (장자연 사건 당시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한겨레>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 조선은 공익적 사안일 경우 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익이라는 ‘민주적 가능성’에 의지한 채 그냥 공개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한겨레> <경향> 등은 <조선> 고위임원의 얼굴은 물론 사진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연예산업 여성노동자 죽음, 충분히 애도했나”

참석자들은 또한 “그렇다면 우리는 장자연씨 사건으로부터 떳떳한가?”라는 고민거리를 던지기도 했다.

<조선일보>로부터 고소당한 나영정 진보신당 대외협력실 국장은 “한 여성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던 힘과 권력에 대해 짚을 필요가 있다”면서 “아직 우리 사회가 ‘장자연’이라는 연예산업 여성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충분히 애도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은주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역시 “장자연씨 사건을 <조선일보>의 권력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우리의 일상적 성문화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펼쳤다. 허 활동가는 “만일 고인이 살아있다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대했을 것이며 어떻게 도왔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가상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자. 리스트를 작성했던 고인이 살아있다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대했을까. 여태까지 ‘성’과 관련한 각종 파문에 올랐던 여자 연예인을 떠올려보자. 상상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스포츠신문들은 피해자인 여성 연예인들을 가해자와 싸잡아 ‘물의 일으킨 연예인’으로 표현하고 있다.

만일 장자연씨가 살아있다면 더 끔찍한 일을 당했을 것이고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그 낙인이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고인이 죽지 않고, 리스트 공개하고 부당한 폭력에 맞서는 노력을 폈다면, 과연 우리 사회가 어떤 식으로 그를 도울 수 있었을까? 만일 그랬을 경우 장자연씨를 향할 우리 사회의 반응, 인터넷에서의 댓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 않은가?”

한편 오늘 토론회에 모인 이종걸 의원,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등은 특검법 등을 통해 ‘고 장자연씨 사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나영정 국장은 “왜 <조선>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공판이 시작되면 법정에 증인으로 <조선> 고위임원을 부르겠다”고 말했으며 이종걸 의원 역시 “고소 사건에 임하며 우리가 활용할 것들이 많다. 문서 제출 명령, 증거 조사 명령 등을 모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끝으로“"검찰이 박연차 게이트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쏟은 정의감의 반만이라도 이 사건에 쏟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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