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명박 정권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점이 너무 닮았다. 4·29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시흥시장을 포함해 0대6으로 영패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나온 반응은 지역선거라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노 정권은 집권 기간 중에 실시된 모든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그 때마다 선거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따위의 말로 국민심판의 의미를 일축했다. 권력중독에 걸려 마비증세를 보이더니 끝내 국민과 멀어져 비참한 종막을 내렸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한나라당이 아성인 영남에서 패배한 것은 충격적 의미를 갖는다. 같은 한나라당 출신이 경합한 경주에서 유권자는 친이계가 아닌 친박계를 선택했다. 당내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울산은 현대왕국로서 차기 대선주자로 알려진 정몽준 의원의 본거지다. 그가 그곳에서 뛰었지만 허사였다. 무엇보다도 정권창출의 배후지인 수도권에서의 패배는 그 의미가 중대하다. 그런데 노 정권을 닮았는지 그 의미를 가볍게 여긴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그런데 연고주의(cronyism)에 의존해 주변인사만 골라서 쓰는 모습도 닮았다. 한나라당은 그것을 코드인사라고 비난하더니 그 짓도 똑같이 따라한다. 능력과 자질이 의심스런 인사들을 중용하니 인사잡음이 그치지 않는다. 재산형성의 불투명성이 말썽이 나도 묵살해 버린다. 노 정권은 내 맘대로 하는데 왜 귀찮게 트집 잡느냐는 식으로 대응했다. ‘고소영’, ‘강부자’라는 희화적 시쳇말이 이 정권의 인사전횡을 말하고도 남는다. 국민이 느끼는 배반감은 당연하다.

두 정권이 정당과 국회를 경시하는 점도 닮았다. 열린우리당한테 배웠는지 한나라당도 청와대에서 한 소리만 나오면 납작 엎드린다. 정책을 비판했다가도 청와대에서 불쾌한 반응만 보이면 곧 없던 일로 친다. 장관이나 한번 해먹을까 아니면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못 받을까봐 청와대쪽 눈치나 살핀다. 그러다 반대당을 제압할 일이라도 생기면 몸을 날려 전과를 세운다. 그 모습이 두 정권 사이에 다를 바 없다.

그 까닭인지 두 정권의 장관들이 국민대표인 국회의원을 시정잡배쯤으로 아는 듯하다. 국회에서 장관의 답변은 국민을 향해 하는 말이다. 그런데 장관들이 국회를 상대로 독선과 경멸에 찬 폭언을 주저하지 않는다. 노 정권의 대표적인 인사는 국무총리였던 이해찬씨다. 골프말썽이 터질 때마다 내가 좋아 치는데 왜 떠드냐고 호령했다. 그것도 표독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이 정권의 각료들은 국회에서 쌍말을 예사로 알며 국민의 대표기관을 능멸한다. 유인촌 장관이 국회에서 취재진에게 “찍지 마, 에이 씨~” 욕설을 퍼부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화가 깽판이라…”고 대놓고 험담했다. 드디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본색을 드러냈다. 천정배 의원을 지목해 “미친놈”이라고 하더니 “이거 기본적으로 없애야 해”라고 떠벌렸다. 국무위원의 품격이 이 정도이니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정치적 반대나 정책적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점도 비슷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농업붕괴를 의미한다. 삶의 터전을 뺏길 처지에 놓인 농민들이 항의시위를 벌리면 노 정권은 경찰곤봉으로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그 탓에 농민 2명이 죽는 비극이 생겼다. 반대광고도 못 내게 탄압했다. 용산철거민들이 살려고 망루에 올라갔는데 불에 타서 주검으로 돌아왔다.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진압작전이 불씨였다. 그런데 이 정권은 도심 테러 운운하며 사과조차 거부한다.

비판적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두 정권의 접근자세가 다를 바 없다. 노 정권은 청와대 웹사이트를 통해 공격하는 한편 위축효과를 노려 거액의 민사소송을 남발했다. 기자들을 복도로 내몰고 기자실에 대못을 박아 취재원 접근을 막았다. 이 정권은 걸핏하면 언론인을 체포·구속하고 형사소송으로 압박한다. 그것도 모자라 제도적으로 언론장악을 기도하고 있다. 신문·방송 겸업을 허용하는 한편 거대자본에게 방송소유를 허용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1년 전 광우병 사태가 촛불을 켰지만 거기서 널리 퍼진 소리가 있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였다. 아직도 그 뜻을 새기지 못하니 국민 위에 군림해 국민의 뜻에 거스르는 짓을 능사로 안다. 국민과 싸워 이기는 권력은 없다. 그것은 역사가 말한다. 4·29 재보선의 의미를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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