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예능이 뭐 이리 블록버스터야? <무한도전> (8월 27일 방송)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무한상사 메이킹’

일이 너무 커졌다. 우리끼리 웃자고 만든 콩트였는데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라니! 이제훈이라니!! 심지어 김혜수라니!!! 기껏해야 ‘무한상사 야유회’에서 정형돈 대리가 술 취한 척 노래나 부르고, 전 직원이 점심 메뉴 정하기에 목숨 거는 정도의 스토리였다.

물론 MBC <무한도전>이 드라마를 찍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약 10년 전, 이효리와 함께 ‘로맨스 특집’ 편을 찍었다. 촬영 전 김수로가 연기 코치도 해줬다. 나름 대본도 있는 정극 아닌 정극이었지만, 해당 특집은 <무한도전>의 흑역사로 남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이번 ‘2016 무한상사’는 다르다. 멤버들의 애드리브로 근근이 이어왔던 ‘무한상사’가 이젠 스포일러 금지령까지 내려야 하는 스릴러물로 업그레이드됐다. <싸인>, <시그널> 등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쓰고,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며, <무한도전> 멤버들 외에도 이제훈, 김혜수, 김희원, 전미선, 지디 등 화려한 라인업을 준비했다. 예능에서 이 정도면 가히 블록버스터급이다.

실제 영화, 드라마를 찍는 것처럼 <무한도전> 멤버들은 장항준 감독-김은희 작가와 개별 미팅을 가지면서 캐릭터 논의를 했고, 대본 리딩 시간까지 가졌다. 멤버들이 우스꽝스럽게 가발을 쓰고 애드리브로만 채워지는 ‘오리지널 무한상사’ 촬영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무한상사 메이킹’

무엇보다 ‘2016 무한상사’에서 가장 크게 건진 것은 권지용-이제훈 투샷이었다. ‘빅뱅 덕후’ 이제훈은 촬영 틈틈이 지디에게 팬심을 드러냈다. 이번 앨범 수록곡을 “인생의 노래”라고 극찬했고, 콘서트 일정까지 물어봤다. 이제훈이 “(콘서트) 금요일 날 가도 돼요?”라고 물었고, 지디가 “제가 연락처 드릴게요”라고 답했다. 대화만 들으면 남녀가 썸 타는 대화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촬영할 때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환한 이제훈의 미소. “촬영한 것보다 지디 씨 만난 게 더 좋은 것 같아요”라는 이제훈의 고백. 그래서 말인데요, <2016 무한상사> 감독판 출시해주시면 안 되나요? 지디-이제훈 번외편으로 사심 가득 코멘트 담아서요!

이 주의 Worst: 차라리 <꽃보다 남자>를 보고 말지! <달의 연인> (8월 29~30일 방송)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는 이준기-아이유 주연의 드라마다. 이준기야 늘 믿고 보는 배우였고 아이유 역시 안정적으로 여자 주인공 역할을 해냈던 배우였기에 이번 드라마도 기대작 중 하나였다.

사극이라는 장르가 문제였을까, 스토리가 문제였을까. 아이유는 연기 못하는 아이돌이 되어 있었고, 이준기는 지나치게 신비주의 콘셉트를 유지하는 비운의 황자의 모습만 보여줬다. 심지어 이준기, 강하늘, 백현, 홍종현 등 훈남 황자들이 단체로 등장하는 장면들은 손발을 둘 데 없는 최악의 장면으로 꼽혔다.

SBS 새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첫 회부터 아무 맥락 없이 황자들이 상의를 탈의하고 단체로 목욕하는 신이 나왔다. 물론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의 샤워신이야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마치 통과의례처럼 한 번씩은 나오는 장면이다. 보통 여자 주인공한테 차였든 혼자만의 고민에 빠졌든 나름의 이유가 있는 신이었다. 그러나 <달의 연인>에서는 ‘일단’ 벗고 본다. 8황자 왕욱(강하늘)은 왜 상의를 반만 걸치고 등장해서는 굳이 다시 가운을 입는 것이고, 9황자 왕원(윤선우)은 왜 팔 근육 자랑을 하는 것이며, 10황자 왕은(백현)은 굳이 가운을 걸치고 탕에 들어가서 의도치 않게 시스루 룩을 연출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도 무려 3분간 말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차라리 말없이 옷을 벗고 목욕을 하는 신이 나았다. 황자들이 입을 여는 순간, 황자 단체샷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 되었다. 지나치게 진지하고 무게 잡는 왕욱, 과장된 연극을 하는 것처럼 모든 행동이 촐싹 맞은 왕은, 짙은 아이라인을 그린 채 매사 까칠한 3황자 왕요(홍종현), 과도하게 신비주의 콘셉트를 유지하는 4황자 왕소(이준기)까지. 아무리 황자별로 개성이 뚜렷하다지만, 이건 너무 극단적인 황자들만 모아놓은 것 같다. 각기 다른 의미로 너무 힘이 들어간 황자들을 모아놓으니, 물과 기름처럼 도통 섞이지 않고 따로 노는 장면의 연속이다.

단연 으뜸은 바로 왕은 역의 백현이었다. 명배우가 해도 오글거리는 유치한 대사들을 이제 갓 연기를 시작한 아이돌이 했으니 오죽했을까. 해수(이지은)와 여고생처럼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웠던 왕은은 너무 티 나게 두 손을 만지작거리고 한쪽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하더니 느닷없이 “황자인 날 그리 대한 계집은 네가 처음이었다. 철들고 그날처럼 다툰 건 처음이었다. 다들 눈치 보며 나한테 맞아주기나 했지 싸워본 적은 없거든. 재밌었다”라며 고백했다. 과거 <꽃보다 남자>를 뛰어넘는 수준의 오글거림이었다. 사극에서 이런 대사를 마주할 줄은 몰랐다.

4황자 왕소가 나오면 피 튀기는 복수극, 10황자 왕은이 나오면 어색한 청소년드라마, 해수가 나오면 그냥 현대극. 사극이라기엔 다소 방정맞고 로코물이라기엔 전혀 설레지 않는 드라마.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시청해야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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