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떴다> : 10.2% <개그콘서트> : 9.6% <아내의 유혹> : 7.8% <무한도전> : 7.7% <솔약국집 아들들> : 7.4%. 주간 시청률 순위가 아니다. 4세부터 12세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 베스트5’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TNS 미디어 코리아에서 발표하는 시청률 조사에 따른 것이다.

4월27일부터 5월3일까지 어린이들은(다시금 강조하지만 4세부터 12세까지이다.) <패밀리가 떴다>, <개그콘서트>, <아내의 유혹>, <무한도전>, <솔약국집 아들들>을 주로 시청했다. 무려 42.7%의 시청률을 보였다. 참고로 4월27일부터 5월3일까지 집계된 주간 시청률 전체 TOP5는 <아내의 유혹> 31%, <내조의 여왕> 26.3%, <패밀리가 떴다> 22.4%, <솔약국집 아들들> 22.3%, <개그콘서트> 21.3%다.

결과에 놀라야 할까 아니면 웃어야 할까? <아내의 유혹>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청률 조사에서 3위를 차지하다니 말이다. 어쩌면 당신은 어린이날을 바로 코앞에 두고, 순간적으로 어린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TV 편성표를 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 TNS미디어 발표 지상파 타겟별 시청률(4월 27일 ~ 5월 3일)
평소 미디어에서 ‘어린이’는 철저한 소수자다. 몇 개의 만화와 <뽀뽀뽀> <TV유치원>만이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으로 제작·방송되고 있는 실정이니, 생색내기라고 하기도 민망할 수준이다. 어린이들은 볼 게 없다. <아내의 유혹>이 4세부터 12세까지의 어린이들이 보는 TV프로그램 3위라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일 뿐이다. 허나 어린이날을 앞두고 당신이 정말 놀라야 하는 건, 지상파 TV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 자체가 거의 전무하단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린이날을 코앞에 두고, 방송사들이 준비한 어린이날 특집 프로그램은 어떠할까. 1년 365일 가운데 단 하루, 생일날이면 미역국이라도 끓여주는 것이 우리네 인심인데, 과연 TV는 주인공들을 위해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까.

KBS
<어린이날 특집 제24회 초록동요제> <어린이날 특선영화 각설탕> <어린이날 특선만화 임피의 모험> <어린이날 특집 책읽는 대한민국 - 읽기혁명 2부작 1부>
MBC
<제27회 MBC 창작동요제> <어린이날 특집 ‘놀러와’ 아이돌 스페셜> <어린이날 특선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지구촌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LOVE 콘서트’>
SBS
<어린이날 특집 출발! 모닝와이드3부> <어린이날 특집 좋은 아침> <어린이날 특선만화 일지매> <어린이날 특집 2009 희망TV 대한민국이 떴다> <특집 슈퍼신동 스타!킹> <어린이날 특집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요제’를 비롯하여 특선영화와 만화, 간간히 특집 공연 등이 마련되어 있다. 어린이날이라 성의를 보인 듯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휴일 연예오락프로그램 재방송, 명절 연휴 때도 볼 수 있는 만화, 영화에 ‘어린이날 특집’이라는 수식을 붙였을 뿐이다. 게다가 정규 프로그램에 ‘특집’을 붙여놓았으니, 어린이들이 TV를 보며 기뻐할 리는 만무하다. 아마도 어린이날 나들이 가기 좋은 곳을 알려주는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 어린이날이라고 ‘우리 TV’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 1년 365일은 고사하고 단 하루만이라도 ‘어린이’를 흡인할 무엇이 되기에 TV는 인색해도 너무 인색하다.

▲ tvN 어린이날 특집 '빅뱅데이' ⓒ tnN
지상파의 낯간지러운 어린이날 특집 방송 편성에 비하면 tvN이 어린이날 특집으로 ‘빅뱅데이’를 선언한 것은 파격 그 차제이다. tvN은 아침 9시, 빅뱅의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10시부터는 ‘빅뱅 더 비기닝’ 1편부터 11편을 연속 편성한다고 밝혔다. 주변이 벌써부터 들썩거린다.

‘빅뱅 더 비기닝’은 빅뱅이 지난 1월 발매한 <세상에 너를 소리쳐!>라는 청소년 자기계발서의 영상판 ‘리얼다큐 빅뱅’의 tvN버전이다. ‘리얼다큐 빅뱅’은 2006년 빅뱅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곰TV’를 통해 소개되었다. 공개된 지 2주 만에 조회수 100만 건을 돌파하였고, 2007년에는 아시아 15개국에서 MTV SEA를 통해 방영되었다. tvN은 ‘리얼다큐 빅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미공개 영상분 등을 포함하여 ‘빅뱅 더 비기닝’이라는 제목으로 재방영한다. 감동과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다는 빅뱅의 ‘열정’과 ‘인내’, 꿈에 도전하는 빅뱅의 도전과 용기가 담겨 있는 ‘빅뱅 더 비기닝’이 tvN의 어린이날 특집 방송으로 선택되었다. 어린이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메시지를 빅뱅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상품가치 높고, 유익하겠는가.

그런데 자꾸 발목을 잡는다. <tvNGELS>, <독고영재의 스캔들>, <리얼스토리 묘>, <엑소시스트>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은 남성들 앞에서 춤을 추고, 부부간의 불륜이 재연되고, 귀신 든 사람들을 찾아 나섰던 일련의 방송들이 거슬린다. 단언하건대, tvN은 개국 이후 단 한 번도 ‘어린이’의 감수성 따위는 언급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tvN은 케이블 방송의 ‘선정성’ 논란의 대표 선수였다. 그런 tvN이 어린이날 특집을 과감하게 편성하였다. 그것도 ‘빅뱅’을 내세워 말이다.

이제와 새삼 지상파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성찰하는 건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다. 1년 365일 생각 없이 지내다가, 달력에 찍힌 그날만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방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유치하다. 어린이 프로그램의 양적 질적 다양성의 확대, 편성 시간대의 탄력적 운영을 비롯하여 충분히 보호론적 관점에서 뛰어 나오는 TV의 저질성까지. 그걸 굳이 어린이날을 앞에 두고 떠들어야 하는 처지도 참으로 민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린이날이라고 생색내며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나선 지상파 방송의 나태한 편성도, 전략적인 편성으로 어린이날 시청률을 노려보는 케이블 방송도 거뜬하게 5월5일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어른들의 ‘속물’ 근성 때문에 하루 내내 “씁쓸하구먼~”을 내뱉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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