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일 촛불집회가 합법적으로 가능했을까?

지난 5월2일 촛불1년 집회를 두고 조선일보는 1면에서 “시위대가 망친 ‘서울의 주말’”이라고 평가했고, 중앙일보는 취재일기를 통해 “취재일기 ‘글로벌 서울’ 잔칫상에 재 뿌린 시위”로 규정했다. 동아일보도 “‘훼방꾼 시위대’에 시민축제 아수라장”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촛불 1년 집회를 평가했다.

▲ 5월 4일자 중앙일보 16면 촛불1년 집회 기사
이들은 모두 시위대로 인해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이 중단됐다며 주최 측에 의하면 3억7천여만원의 손해가 발생, 축제를 즐기려던 시민들의 피해는 계산하기조차 힘들다고 안쓰러워했다. 물론 하이서울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서울광장을 찾았던 시민들에게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촛불1년 집회 참가자들은 왜 서울광장으로 갔을까?’, ‘그들이 진정 하이서울페스티벌을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었을까?’라고 묻는다면 조중동은 뭐라 답할까? 그에 대한 답은 조중동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단지 ‘촛불망령’, ‘폭력시위’,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 취소’만이 있었을 뿐.

중앙일보는 취재일기에서 “시위대는 자신들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물론 ‘하지만’이라며 “모든 사회 구성원이 공감하는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분명히는 하자. 그렇다면 “시위대에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기회는 주었나?”라는 질문에 중앙일보는 “그렇다”라고 자신있게 답할 수 있나?

촛불1주년 집회 참가자들에게 집회는 허락되었나?

5월2일 촛불1주년 집회가 예정돼 있는 서울역은 계엄령이 내려진 모습 그 자체였다. 역사 안으로만 경찰이 들어가지 않았을 뿐이지 그 밖에는 전경들 천국이었다. 경찰은 이날 광화문으로 모인 집회 참가자를 1300여명으로 추산했다. 당일 서울역, 서울광장, 청계광장 등에는 161개 중대 1만3천여 명의 경찰력이 배치됐다. 집회 참가자와 집회 봉쇄에 동원된 경찰력의 차이부터가 어마어마했다.

이 경찰력들은 집회 참가자에 대해서 채증에 열중했고, 서울역 광장에서부터 3명의 참가자를 연행해 갔다. 시청역 출입구는 모두 통제됐고, 청계천 광장 역시 전경버스로 모두 봉쇄됐다.

법무부·행정안전부·문화부 등 3개 부처는 이날 “경제위기 속에 폭력시위로 국력을 낭비할 시간이 없다”면서 “폭력을 자제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달라”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따져보자. 5월2일 합법적인 집회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동아일보는 오늘 ‘폭력가투 세력이 경제와 민생 흔든다’는 사설을 통해 “4월18일 출범한 이른바 ‘촛불시민연석회의’를 중심으로 한 좌파세력은 광우병 시위 1년을 맞은 이달 2일 ‘촛불 1주년 행동의 날 행사’라는 미허가 집회를 가진 뒤 서울 도심 곳곳에서 불법 시위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정확하게 ‘미허가’ 집회라고 표기했다. 맞다. 5월2일 집회는 ‘미허가’ 집회였다. 실제 정부에서는 4월 말부터 미리 5월1일 노동절 집회와 5월2일 촛불 1년 집회를 모두 불허했다. 폭력 시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집회가 신고제임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에서 조차도 인정하듯 경찰에 의한 허가제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번 집회에 대한 불허는,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가능성을 두고 집회를 불허한 것으로 엄연히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라침해에 해당한다. 이것은 중앙일보가 이야기하는 ‘시위대들도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만큼 우리나라에는 헌법에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 반대로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5월1일 SBS <8시뉴스>는 “경찰이 민주노총 같은 진보단체의 집회를 조직적으로 방해해온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집회가 있을 만한 장소를 다른 단체들이 선점하도록 유도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SBS는 “서울경찰청이 집회가 예상되는 주요 지점들에 대해 다른 단체나 기업들의 집회 신고를 받아 민노총이나 진보단체의 집회를 금지시키라고 일선서에 지시했다”고 했다. 경찰은 서울광장 주변에 이미 다른 집회가 신청돼 집시법상 허가할 수 없다고 하여 집회를 불허했다고 하지만 실제 이날 서울광장에서 집회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것은 경찰에서 집시법 8조 2항 “관할경찰관서장은 집회 또는 시위의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2개 이상의 신고가 있는 경우 그 목적으로 보아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가 된다고 인정되면 뒤에 접수된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제1항에 준하여 그 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를 통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집시법 10조는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시간’ 규정으로 집회 역시 일출이후 일몰이전으로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2008년 여름 촛불집회가 오후 7시에 청계광장에서 시작됐으므로 모두 불법집회였던 셈이다.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연행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조항에 의해 불법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물론 단서조항으로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원천적으로 일몰 이후의 집회는 ‘허가’로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집회 허용 여부를 ‘관할경찰관서장’이 결정하도록 해 정부비판 집회 허가 또는 불허 여부를 행정권에서 좌지우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 역시 이 조항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집시법 10조는 ‘위헌법률 심판 제청’에 따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리’가 진행 중에 있다.

5월2일 촛불1주년 집회는 이 모든 조항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저녁 청계광장의 집회는 일몰 이후의 집회여서 ‘신고’가 아닌 관한경찰관서장의 ‘허가’가 있어야 했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자 했던 집회는 행정권력에 의해 불허됐다. 경찰은 이를 빌미로 병력 1만3천여명을 배치해 시청역과 청계광장을 원천봉쇄했다. 또 ‘불법’집회이기에 폭력을 행사하지 않은 단순 참가자들 역시 서울광장에서 마구잡이로 연행할 수 있었다.

촛불1주년 집회가 이미 불허됐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행정안전부·문화부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달라고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경찰은 과도한 경찰력의 배치와 무리한 연행으로 집회를 진압했고, 오늘 4일 조중동은 이 집회를 ‘폭력시위’였다고 비난했다.

폭력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폭력시위’를 논하기 이전에 먼저 그들에게 합법적인 방법으로 집회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는지를 따져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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