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잠정합의했다. 그런데 이번 여야 협상에서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채택, 세월호특조위 활동기한 연장 여부 등 주요쟁점사안이 사실상 새누리당의 의도대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져 "야당은 대체 뭘 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총선민의를 결국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 왼쪽부터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 (연합뉴스)

25일 여야는 추경안 처리를 둘러싸고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던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 채택문제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출석시키지 않기로 합의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이 증인으로 요구했던 3명 중 1명 만을 받아낸 것이다. 주요 증인들이 빠지게 돼 제대로 된 청문회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경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주되게 사용된다. 따라서 해당 산업에 대한 부실을 규명하기 위해 서별관회의 의혹은 철저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하지만 알맹이 빠진 청문회가 됨과 동시에 추경 원인을 제공한 책임자 추궁마저 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이날 합의된 서별관회의 청문회 날짜는 다음달 8~9일로 추경안 처리 예정일인 이달 30일 이후다. 이에 정부여당이 청문회에 성실하게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야는 지난해 1차 민중총궐기에서 물대포를 맞고 뇌사상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여야가 '증인채택'과 '백남기 청문회'라는 카드를 맞교환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상 야권은 내줄 것은 다 내주고 얻을 것은 제대로 얻지 못하는 실패한 협상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야권은 추경안 합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한 연장과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에서 반영하는 등의 내용을 주장했는데, 이번 여야 합의에서는 모두 빠졌다. 야당이 야당의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오후 긴급의원총회에서 "1조9000억 원의 교부금이 지방교육청에 배부돼 우리가 걱정했던 누리과정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 세월호 특별위원회 활동 연장은 황주홍 농식품위 간사의 책임 아래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누리과정 1조9000억 원은 내년 교부금을 당겨쓰는 형태로, 지방교육청들은 당장 내년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세월호특조위 문제는 논의도 없었으니 당연히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했다. 세월호 광장에 있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4대약속 지키기 응답현황판에는 야당 의원 167명의 진상규명 약속이 명확히 표시돼 있다. 약속을 지킬 의지는 있는지 의문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의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4대 약속 현황판. ⓒ미디어스

이에 대해 정의당 김종대 대변인은 "교섭단체 3당이 잠정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는 것처럼 최경환, 안종범 두 사람이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에서 제외된다면 조선 산업 부실 규명은 시작부터 반쪽이 난 것"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김종대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말로는 경제살리기 추경을 외치면서도 친박 실세인 두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추경까지 내팽개칠 수 있다는 식으로 일관한 것"이라며 "결국 새누리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와 민생이 아니라 친박 인사 지키기라는 것이 온 천하에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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