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다음달 14일이면 출범 1년이 된다. 방통심의위는 그동안 정치적 ‘심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오늘 27일 ‘방통심의위원회 1년을 평가한다’는 취지로 최문순 민주당 의원실과 미디어기독연대가 마련한 토론회 역시 제목부터가 ‘방통심의, 심의인가? 검열인가’였다.

▲ 4월 27일 국회에서 진행된 '방통심의위 1년을 평가한다' 토론회ⓒ나난
김창룡 교수, “방통심의위 대통령과 정당추천 몫을 없애자”

이날 토론회에서도 방통심의위의 정치적 심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심의 부분의 발제를 맡은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현재 방통심의위가 고심하고 있는 단골심의사안은 하나같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분명한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 교수가 주목한 것은 정치적 심의 결과보다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였다.

▲ 김창룡 인제대 교수 ⓒ나난
김 교수가 지적하는 것은 방통심의위 구성방식이다. 그는 “방통심의위는 근원적으로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전문성과 객관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방통심의위원을 여야가 함께 ‘갈라먹기식’ 위원 추천권을 각각 3명씩 가져갔고 대통령 몫도 따로 3명을 챙겼다”며 이것이 ‘6대3위원회’, ‘자판기위원회’라는 불명예스런 이름을 따라다니게 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임순혜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역시 “전통적으로 정당에서 추천하더라도 5대4 정도였다”며 “이렇게 된 데에는 야당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교수는 “대통령과 정당추천 몫을 없애고, 검증된 언론학계 대표, 언론시민단체 대표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방통심의위원 선발과정의 불투명성도 문제 삼았다. 그는 “인간이 하는 심의는 완벽할 수 없다”면서도 “인간적인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에 대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의 마지막 비판은 자연스럽게 방송 공정성 가이드라인으로 맞춰졌다. 그는 “방통심의위가 보다 공정한 방송심의를 위해 이러한 방송가이드라인(안)까지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방통심의위 위원들이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다듬어서 지침을 내리든 향후의 논란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그동안 심의위원들이 부딪힌 것은 심의 가이드라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치적 사안에 따라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방송심의 가이드라인 내용에 새로울 것이 없다”, “자칫 편집 제작자의 자율권을 침해하여 사전검열로 인식될 위험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방통심의위의 정치적 심의에 대한 새로운 제안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여당과 야당의 비율 6대3으로 한쪽이 완강히 거부하는 것으로 결론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66%가 여당의 몫이라면 67%가 되어야 통과할 수 있도록 하자”고 ‘+1’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에는 이와 같은 원칙이 있다고 근거를 들었다.

김 교수는 또 “심의제도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면서 “그 목적을 방송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 뉴스 및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약자의 권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하자고도 주장했다.

김덕재 KBS PD협회장도 “심의는 자율심의가 가장 좋다”면서 “누군가의 타율심의를 받더라도 최소심의가 되어야 한다”고 ‘자율심의’를 강조했다. 그가 방통심의위를 문제 삼은 지점은 관료화에 있었다. 그는 “방송에 공정성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서 공정성 문제까지도 기계적 잣대를 가지고 판단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방통심의위에서 국가가 언론을 바로 세워보겠다라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면 빨리 포기할 것을 ‘권고’한다”고 꼬집었다.

김학웅 변호사, “익명성 폐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 부분 발제를 맡은 김학웅 변호사(법무법인 창조)는 “대통령 선거 때에도 무기명 투표를 하는 이유는 힘의 우위가 명백할 때의 불이익을 염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익명성이 발현되어야 보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김학웅 변호사 ⓒ나난
김 변호사는 “기소된 범죄자 100명 중 겨우 3~5명을 위해서 무죄추정 원칙을 고수한다는 것은 지극히 비효율적인 제도이지만 우리가 무죄 추정의 원칙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선량한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언(法諺)에 있다”며 “언론에서 익명성을 보장해야 하는 원리도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상에서의 분명히 폐해가 있지만 익명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그 폐해를 넘어서는 민주주의 내에서의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만원씨는 자신이 “대국민 경계령! 좌익세력 최후의 발악이 시작됩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한 것을 두고 오마이뉴스가 “분열적 정신상태”라고 표현하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이것은 명예훼손으로 보이지만 서울고등법원은 ‘표현의 정도에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난의 대상이 된 이 사건 광고의 내용, 표현을 감안한다면 원고가 수인해야 할 범위 내의 것’이라고 판시함으로써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면서 “만일 지만원씨가 명예가 훼손되었다면서 임시조치를 요구했다면 방통심의위는 어떻게 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 ‘이것이 인터넷 사업자에게 모니터링 의무로 부가된다면?’이라고 묻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나는 그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대가 말할 권리는 목숨을 걸고 지켜주겠다”라는 볼테르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발제를 마쳤다. 그는 “‘그대가 말할 권리’란 그대가 그대의 의견을 익명으로, 사전검열없이 말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차단·삭제당하지 않을 권리이고, 개개인에게 이러한 권리가 인정될 때 비로소 자유민주주의는 달성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 보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인터넷 심의가 권위적”이라며 그 근거로 최근 방통심의위가 명예훼손으로 ‘삭제’를 결정한 쓰레기시멘트 게시글 사례를 들었다. 그는 “국회의원들도 ‘발암시멘트’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국회의원이 말한 것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일반 국민이 비판적으로 명명 한 것에 손쉽게 삭제를 할 수 있는 것이 방통심의위의 구조”라고 비판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처음 방통심의위 심의 사례가 2MB에 대한 언어순화였다”며 “인터넷에서 언어순화를 하라고 하는 것을 보고 방통융합이 인터넷상의 ‘심의’에 있어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인터넷 심의를 폐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방송과 인터넷 심의를 분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보라미 변호사는 “방통심의위는 해악을 너무 과도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폐지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 권리 침해에 대해 방통심의위에서는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서 “이것이 최근에 방통심의위에 나타났던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조사권 없이 심의를 진행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는 또 “이용자들을 믿지 못하면서 국가기관을 너무 과도하게 믿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사회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그는 “방통심의위는 재크의 콩나무처럼 잘라버려야 하는 우리 시대의 쓰레기”라며 “폐지입법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토론회 사회를 맡은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방통심의위에 대한 토론회는 더 이상 없을 것 같다”면서 “(김보라미 변호사의 말을 들어) 이제는 규탄대회나 폐지를 위한 입법운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터뜨렸다. 최 의원은 “오늘 경고가 방통심의위에 잘 전달이 되길 기대한다”며 토론회를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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