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라면서 전혀 푸르지 않은 청춘을 그리고 있는 드라마 <청춘시대>. 이제 종영을 한 주 앞둔 드라마는 두 주인공 이나(류화영 분)와 진명(한예리 분)에게 인생의 '전환점'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 전환점은 이전 두 사람이 살아왔던 삶만큼이나 희비가 갈린다.

나도 죽일 거예요? vs 희망은 재앙이었어요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돈 많은 아저씨들을 '물주'삼아 하루하루를 탕진해왔던 이나. 이나에게 추근거리던 다른 아저씨들과 달리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그 아저씨는, 자신의 원룸에 이나의 동정을 샅샅이 붙여두던 '스토커'였으며,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 중에 이나와 함께 물에 빠졌지만 살아남지 못했던 학생의 아버지였다. 밀린 임금을 받으러 갔다 벌어진 피치 못할 사건으로 감옥에 있었던 아버지는 딸의 사건을 '기사'를 통해서 접할 수밖에 없었다. 딸의 팔찌가 마지막 생존자 이나의 손목에 둘러져 있는 것을 본 아버지 오종규(최덕문 분)는 감옥에서 나온 후 줄곧 이나를 스토킹해왔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이나는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그를 피했지만 결국 그의 원룸을 찾아가, 그날의 진실을 말하고 묻는다. '그래서 나도 죽일 거예요?'라고. 오종규는 결국 이나를 죽이지 않았다. 이나는 그날 이후 그간 '업'으로 삼았던 아저씨들과의 만남이 시들해졌다. 대학생인 룸메이트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공황 상태'에 빠져든 이나에게 나타난 아저씨. 그는 그녀의 방에서 몰래 가져간 딸의 팔찌를 돌려주며 그걸 '부적'삼아 열심히 살라고 말한다. 그리고 돌아서며 덧붙인다. '자책하지 말라'고.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아저씨의 그 말 한마디에 이나는 비로소 자신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날 이후 오랫동안 물속에서 자신의 팔목을 잡고 있는 것이 죽은 아저씨의 딸이 아니라 그날의 자신이었음을, 그날의 사건에서 자책감으로 헤어 나오지 못한 자기 자신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아저씨의 말 한 마디에 이제 수면 위로 올라온 이나, 그녀가 옷집 점원으로 새로운 삶의 전환점을 돈 그 시점, 그녀와 암묵적 '신경전'을 벌였던 진명은 힘겹게 버티던 삶에서 튕겨져 나와 버린다.

늦잠을 자고 수업을 빼먹고 알바를 하는 곳에서도 엎드려 있다. 분초를 다투며 시간을 쪼개 알바를 하고 공부했던 진명. 하지만 룸메이트들이 섣부르게 축하했던 공기업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순간, 그리고 벼랑 끝이라 버텼던 레스토랑에서 도둑으로 몰린 그 순간, 그녀가 버텨왔던 삶의 끈이 툭 끊어진다. 그리고 동생의 신검통지서를 어머니에게 전해준 진명은 '희망은 재앙이었어요'라는 말을 전한다.

청춘, 그 어깨에만 온전히 지워진 삶의 무게

이나는 면접에서 떨어져 망연자실해 있는 진명에게 말한다. 그날 신고 갔던 신발 때문이라고, 하지만 진명은 답한다. 자기보다 더 어려운 형편의, 그리고 그날 자기보다 다 나은 입성이 아닌 친구도 합격했으니 그건 아닌 거 같다고. 그리고 힘없이 덧붙인다. 계속 더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하는데, 자기가 뭘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이나와 진명의 희비는 찰나에 뒤바뀐다. 몇 년의 세월을 두고 죄책감에 자신을 내던졌던 이나에게 전해진 아저씨의 ‘살아남은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니까, 살라고’란 한 마디. 그럼에도 더 열심히 해야 하지만 동생이 죽을 뻔한 날 보았던 엄마의 어쩔 수 없는 표정에서 읽혀졌던, 아무리 몸부림쳐도 빠져나갈 수 없는 진명의 가족사, 그리고 이제 엄마의 빚마저도 갚을 길이 막막한 진명의 현실.

그래서 이나는 이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하고 진명은 절벽 아래로 스스로를 밀어뜨리는 선택을 하지만, 그런 진명의 변화를 읽은 엄마는 진명이 하려했던 선택을 앞질러버린다.

<청춘시대>의 두 주인공 이나와 진명은, 우리 사회 어두운 청춘의 단면이다. 이나가 사건 사고의 트라우마에 짓눌린 청춘이라면, 진명은 '각자도생 자본주의 사회'의 뒤안길이다. 드라마는 그걸 온전히 자신의 짐으로 감당해야 하는 '청춘'을 그린다. 그들은 한창 푸르러야 할 나이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만약 이나에게 사고가 일어났던 그 당시 그녀의 트라우마를 치유해 주는 사회적 제도가 있었더라면, 이나는 그렇게 지난 몇 년간 자신을 방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진명이 동생의 오랜 병구완에 사채까지 쓰며 파산해버린 엄마를 외면하며 자신의 대학 생활을 고군분투하며 애쓰지 않아도 되는 현실이었다면,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는 동생에 대해 '사회'가 부조해주었다면, 그녀가 이제 '무언가를 더 열심히 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휘몰아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드라마는 가장 사적인 형태로 이 시대 청춘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드라마 속 책임감 있는 어른 혹은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어른의 모습은 '사회'로 치환시켜 읽어야 하는 '시대적 아픔'이다. 그래서 그 몇 년의 세월 동안 자신을 물속에 수장시켰던 이나와, 더 이상 열심히 살 여력이 남지 않아 막다른 선택을 하려했던 진명과 그녀를 대신할 수밖에 없었던 진명모의 선택이 애달프다. 즉 사회가 다하지 못한 책임이 청춘과 그를 둘러싼 '어른'들에게 온전히 지워진 그 사연은, 어쩌면 운 나쁘게 우리 중 누군가에게 닥칠지도 모를 '운명의 장난'이기 때문에 더더욱 가슴에 와 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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