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서울 시청 인근을 빼곡하게 채운 촛불. 사람들은 촛불에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누군가에게 촛불은 ‘참여’였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분노’ 혹은 ‘아픔’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었다.

지난 2007년 8월 한겨레에 입사한 허재현 기자에게 촛불은 ‘민주주의 교과서’였다. 그는 명박산성 앞에서 스티로폼 계단을 쌓는 시민들이 벌이던 치열한 논쟁을 보면서 ‘무질서 속에서의 절묘한 질서, 이런 게 바로 민주주의가 아닐까’라고 생각했고, 촛불 집회는 그렇게 그에게 ‘민주주의 교과서’가 됐다.

그는 촛불을 취재하면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꼈다. 온몸을 부대끼며 시민들의 순수한 저항을 눈으로 목도하는 흔치 않은 일을 겪게 되어 기뻤고, 반면 촛불이 폭력에 흔들리고 피를 흘리는 모습을 전할 때는 슬펐다고 했다.

▲ 한겨레 허재현 기자.
사람들은 말했다. 지난 1년이 ‘10년 같은 한 해’였다고. 그도 그랬다. 10년 동안 써볼 현장 생중계 기사를 원 없이 써보기도 했고, 덕분에 한겨레에서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2일, 그는 명동에서 취재 도중 경찰에 연행 당하는 사건(?)을 몸소 체험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라고 아무리 신분을 밝혀도, 경찰은 막무가내로 목을 조른 채 버스에 구겨 넣었다”면서도 “실제 시민들이 연행당할 때 어떤 폭력에 노출되는지 알게 돼 오히려 좋은 경험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촛불을 취재하면서 가장 잊을 수 없던 기억으로 한겨레를 향한 시민들의 응원을 꼽았다.

“현장에 나가면 수 많은 시민들이 “한겨레”를 외치며 응원해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한겨레>가 촛불의 편에서 보도했기 때문이 아니라,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기 때문에 받은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격려는 제게 큰 힘을 주었습니다.”

그는, 그 ‘격려’를 바탕으로 블로그(http://blog.hani.co.kr/catalunia/)를 통해 독자를 넘어, 네티즌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6하 원칙에 맞춘 건조한 문체로 써야 하는 딱딱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넘어, 기사에 녹여내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자유로운 통로를 만든 것이다.

그는 “기자가 운영하는 블로그라 완전히 개인적인 공간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제겐 나름의 해방구 같은 곳”이라며 “독자들에게 일종의 취재 애프터 서비스도 할 수 있었고, 너무 반응이 좋아, 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블로그가 되어버렸지만 제가 감당해야 할 무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한겨레 허재현 기자 블로그 '다시 한번 까딸루냐 찬가'(http://blog.hani.co.kr/catalunia/) 캡처.
그는 가끔 촛불 시민들에게서 ‘왜 요즘 현장에 자주 안 오냐’는 문자를 받곤 한다. “가고 싶지만 매번 식상하고 똑같은 기사를 쓸 수 없기에 아무 때나 움직일 수 없다”는 그는 “촛불 시민들이 이러한 점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했다. 그는 이어 “취재 현장이 있으면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는 기자가 되고 싶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계속 연락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블로그는 ‘촛불 1주년 특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개편을 맞아 준비한 <미디어스>의 ‘촛불 1주년 기획’과도 맞물려 있다. 촛불 청소년, 다음 아고라 논객, 촛불 예비군 등을 대상으로 ‘화제의 촛불 시민’ 릴레이 인터뷰가 모두 11꼭지로 이어질 예정이다.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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