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지면에서는 오래전 은퇴한 젝스키스도 만날 수 있고, 빅뱅의 대성도 만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다. <꽃보다 남자>의 김현중도, 소녀시대 멤버들도, 개그맨 정형돈도 만날 수 있다.

한겨레 지면에 광고를 하는 연예인 팬들이 늘고 있다. 작년 촛불집회 때 인터넷 다음카페 ‘소울드레서’ 등이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지지 광고를 낸 적은 있지만 광고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최근 신문 가운데 유독 한겨레에만 생활광고란을 통한 소소한 연예인 팬클럽 광고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한겨레의 연예인 팬클럽 광고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우리 결혼했어요> 코너에 출연했던 가수 서인영과 크라운J가 지난해 12월22일 8면에 생활광고를 실으면서 시작됐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나 쉽게 신문에 광고를 실을 수 있다’는 생활광고의 장점과 광고를 싣는 과정이 방송되기도 했다.

소녀시대, 박보영, 정형돈, 카라, 김현중, 젝스키스 그리고 빅뱅

▲ 한겨레 3월3일치 6면.
이후 연예인 팬클럽 광고로는 지난 2월10일 10면 생활광고란에 소녀시대 맴버 수영 팬들이 그녀의 19번째 생일을 맞아 “열아홉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흉흉하고 암울한 이 세상, 그래도 소녀시대가 있어 즐겁게 지냅니다~”라는 광고를 실었으며, 12일 영화배우 박보영 팬들도 11면을 통해 그녀의 생일을 축하했다.

개그맨 팬클럽답게 독특하고 재미있는 광고 문구로 언론에 보도가 된 광고도 있다. 바로 정형돈 공식 팬카페 회원들의 생활광고인데, 이들은 정형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달 3일 6면을 통해 “생일축하한다, 형돈아!! 밥은 먹고 다니냐?”는 문구로 광고를 실었다. 이들은 개그콘서트 한 코너인 도움상회 글을 패러디 했으며, “형돈이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박경수 여사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고 밝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가수 카라의 팬들도, 카라의 데뷔 2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4면 광고를 통해 그들의 데뷔 2주년을 축하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생활광고란에만 등장하던 연예인 팬클럽이 전면광고로 확대됐다. 가수 SS501 출신으로 <꽃보다 남자>에서 윤지후 역할을 맡은 김현중 팬들이 꽃보다 남자 종영에 맞춰 15면에서 “Good-Bye 윤지후” 문구가 들어간 전면광고를 했다.

디시인사이드 꽃보다 남자 갤러리 등을 중심으로 모인 팬들은 한겨레에 전면광고를 싣기 이전에는 <꽃보다 남자> 종영을 앞두고 아름다운재단에 350만원을 기부해 ‘개념’ 팬클럽으로 여러 매체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후 지난 15일에는 젝스키스 팬들이 젝스키스 데뷔 12주년을 맞아 12면 하단에 “젝키야 사랑해!! 너흰 최고였어”라는 광고를, 18일에는 소녀시대 제시카 팬들이 그녀의 스무번째 생일을 맞아 6면에 광고를 했다.

그리고 오늘(24일)치 11면에서는 오는 26일 빅뱅 맴버 대성의 생일을 앞두고 “강대성 21번째 생일 축하해”라는 빅뱅 팬들의 광고가 실렸다.

▲ 한겨레 3월31일치 15면.
“소통의 창 제공하는 것, 긍정적으로 평가”

한겨레는 연예인 팬클럽 광고에 대해 “한겨레가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겨레 광고국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촛불시위 이후 젊은 층을 비롯한 사회에 참여하기 좋아하는 세대들이 신문에 대한 열성을 보여줬고, (이 과정에서) 한겨레의 인지도가 높아져 광고가 많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신문의 광고 매출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분명 새로운 광고 패턴”이라며 “팬클럽들에게 한겨레가 새로운 소통의 창으로 인식되고 있어 앞으로도 연예인 광고가 계속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신문 시장이 광고 매출 급감으로 비상경영을 하고 있는 등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높은 대기업 광고 의존도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대기업들이 광고를 줄이기 시작했고, 대기업 광고에 많이 의존하던 신문 시장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 광고 매출 급감에 비해 연예인 팬클럽 광고의 절대규모는 미미하지만, 신문들이 새로운 광고 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한다면 새로운 활로가 열릴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 영국의 세계적 권위지 가디언은 중고차 중개광고를 특화해 수익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 한겨레 4월24일치 11면.
특히 연예인 팬클럽 광고는, 한국사회에서 신문이 읽을거리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사적인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공간으로 확장할 수는 여지를 보여준다. 신문을 통해 일방적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공간이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지면을 통해 밝힌다는 점에서 “‘소통의 장’을 한겨레가 마련해주고 있다”는 한겨레 쪽의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촛불집회가 한창 뜨거웠을 무렵인 7월25일, 한겨레는 미국육류수출협회의 ‘광고 10차례에 광고료 10억원’ 제의를 거절해 네티즌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당시 고광헌 사장은 사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한겨레의 보도를 믿고 40여차례의 광고와 신문 구독으로 성원해 준 시민들과 독자들을 생각할 때 미국산 쇠고기 광고를 싣는 것은 그분들과 시민사회에 대한 배신이라는 게 임원들의 한결같은 의견이었다”며 “정도를 걷는다는 것은 때로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또 때로는 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지만 끝까지 정도를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현재 직원들의 상여금 삭감 등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한겨레에 몰려드는 연예인 팬클럽 광고는, 하단에 실린 작은 생활광고일지라도 한겨레 구성원들에게는 가야 할 길을 비춰주는 작은 불빛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