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거라 분장에 힘을 줬어요. 정말 평소보다 신경 좀 썼어요. 약간 들뜨긴 한 거 같아요.” (조은혜 단원)

“집에서 나올 때 옷(연미복) 챙겨 나오는데 새로운 기분이었고 계속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시진 단원)

“오늘은 일단 실내에서 하니까 악보가 날아갈 염려도 없고 너무 좋아요. 이렇게 무대에서 공연하는 게 저희 모습이었는데 이제야 제 옷 입고 있는거 같아요.” (오지영 단원)

“오늘은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노래를 해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어요. 오늘을 계기로 해서 무대로 빨리 돌아가서 노래를 하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예요.”(이정상 단원)

▲ ‘거리의 프리마돈나’ 국립오페라합창단의 희망음악회
22일 국회도서관 지하 소강당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주최로 ‘거리의 프리마돈나 국립오페라합창단의 희망음악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국립오페라합창단을 비롯,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해고의 칼바람을 맞았던 이들을 위한 자리였다.

34년 전 해고된 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 작년 10월에 해임된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을 제안해 해직된 교사들, 낙사한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싸우다 해고된 YTN 기자도 함께 했다. 이들은 무대에 올라 국립오페라합창단과 '사랑으로'를 함께 불렀다. 객석에는 200여명의 관객들이 함께 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이 해고된 지 60여일 만에 처음으로 선 정식무대지만 엄밀히 치면 2008년 12월30일 마지막 공연 뒤 4개월여만의 무대다.

조남은 국립오페라합창단 지부장은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주신 여러분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오페라단에서 여러 대안을 제시하며 저희를 회유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 25명 단원들은 옳은 뜻 굽히지 않고 있다. 경제적 불안감과 해고노동자의 현실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복직된다는 믿음과 응원해주시는 여러분이 있기 때문”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해임이 안됐다면 합창단이 상임화될 수 있게 노력했을 텐데 미안하다. 여러분이 공공음악을 실천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무대를 넓혔다고 생각하시고 맘 편히 노래를 부르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도 “합창단의 아름다운 선율보다 오직 기계소음과 불도저 소음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런 일 반복되는 것 같다. 이 자리는 잘린 사람들이 연대해서 사람과 문화의 가치가 우선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회 만드는 것을 결의하는 자리”라며 연대의 인사를 전했다.

합창단원들은 ‘오 해피데이’, ‘저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히브리노예의 합창’, ‘남촌’ 등 16곡의 희망의 노래를 불렀다. 앵콜이 쏟아지자 마지막 곡으로 <동백섬> 을 부를 때 단원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환호와 꽃다발로 파묻혀 있던 조남은 지부장은 “‘동백섬’을 부르며 눈물을 보이던 단원들을 보니까 지부장으로서 마음이 안타깝고 아팠다. 아직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멀지 않았을거라 믿는다. 이 상황을 우리 단원들과 함께 잘 견뎌냈음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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