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일요일 아침, 한국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은 그 날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는 날임을 알고 있었다. 한데 그걸 몰랐거나 모른 체 하고 골프하러 나간 사람들이 있다. 보수를 주장하며 남북대결구도를 증폭시켜 온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언론사 기자들이다.

유엔을 압박하느니, 미국 일본을 앞세워 대북압박 대북징계 로비를 하느니, 온갖 호들갑을 다 떨면서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 동원을 운운했던 한나라당. 그 핵심 중 핵심인사인 박희태 대표가 그 날 새벽부터 골프장을 누비고 다녔다면 이를 어찌 해석할꼬.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미디어스 윤희상
소위 ‘로켓골프’의 당사자인 박희태 대표가 이에 대해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한 말이 더 지독하다. “휴일인데 뭘 그러냐”며 짜증을 내는 대목에서는 더 이상 말문이 열리지 않는다.

휴일인데 태풍 올 때 골프 친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대거 퇴출당한 것이 몇 년 전의 일이고, 휴일인데 태국에 놀러갔다가 국내언론의 집중타를 맞고 급거귀국하면서 ‘사과인사’를 하던 민주당 의원들의 일이 불과 몇 달 전이다. 그 때 한나라당의 태도에 비춰보면, 지금 박희태 대표의 짜증스런 반응은 적반하장이다.

극단적인 치매증상이 아니면 몇 년 전 ‘태풍골프’와 몇 달 전 ‘입법전쟁골프’를 향해 한나라당이 반성하고 비판했던 내용을 어찌 망각할 수 있는가?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사람, 망각인지 치매인지 구분되지 않는 사람이 한나라당 대표직에 앉아있다는 현실이 경악스럽다.

로켓골프가 5일의 일이라면 지난 4일 또한 로켓발사 가능성이 아주 높았던 날이다. 그 날도 그들은 골프장에서 놀았다. 4일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더불어 윤상현 대변인까지 골프장에서 놀아났다. 양일 동안 동원된 언론사 기자들만 10명이 넘는다.

당연히 그 기자들은 박희태 대표와 윤상현 대변인과 로켓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고, 이 사실이 알려진 지금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언론사 기자들을 극진히 대접하며 최전선에서 골프접대를 지휘하고 있는 자들이 한나라당 대표요 대변인이며, 접대를 받았다고, 북한의 로켓발사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한국민들의 귀와 눈이 쏠려있는 대사건을 앞두고 골프장에서 놀아난 것에 대해 보도도 하지 않는 자들이 한국의 유수 언론사 기자들이다.

그 명단을 밝혀야 한다. 어떤 언론사의 어떤 기자들과 골프를 쳤는지, 취소하자고 한 사람이 누군지, 이를 누가 뭉갰는지를 꼭 박희태 대표와 윤상현 대변인은 고백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북한로켓 발사 이후 한나라당의 각종 성명과 당직자들의 대북성토는 ‘쇼’였음을 고백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여당의 실력자라는 사실이 부끄럽고, 이들이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자들이라는 것에 깊은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제는 고백하고 물러남으로써 책임지는 모습을 기대할 뿐이다. '재수없이 들켰다'고 말하며 '없었던 일'로 치부할 가능성이 아주 높지만.

또한 로켓골프에 참석한 기자들은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다. 하기야 '조선일보 방사장'을 '땡땡일보 땡사장'이라고 밖에 보도하지 못하는 기자들이니 무슨 기대가 있으랴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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