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심어진 벚나무에 흰 꽃이 하나 둘 피더니 지금은 활짝 피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벚꽃은 봄꽃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해마다 4월초면 여러 곳에서 벚꽃 축제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벚꽃을 보기 위해 벚꽃이 유명한 지역을 찾아 꽃구경 나들이를 합니다. 벚나무도 잎보다 흰 꽃을 먼저 피우기에 이른 봄에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나무입니다.
길옆에 많이 심어진 벚꽃이 무리지어 피면 봄바람 맞으며 꽃구경하러 다니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산에도 벚나무가 꽤 많습니다. 길가에 심어진 벚나무와 조금 다른지 산에 자라는 벚나무를 ‘산벚나무’라고 합니다.
산에서 자라선지 길가에 심어진 벚나무보다 며칠 늦게 흰 꽃이 피는데 산길을 가다가 또는 찻길을 가다가 무심코 먼 산을 바라보면 숲에서 하얗게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산벚나무는 굵고 키가 크기 때문에 꽃이 피면 멀리서도 바다위에 떠있는 섬처럼 눈에 확 띕니다. 지금껏 본 벚꽃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숲에서 섬처럼 빛나는 산벚나무꽃입니다.
4월 숲은 흰 꽃으로 시작합니다. 매화, 벚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 돌배나무, 야광나무, 조팝나무 등 흰 꽃이 온 산을 덮습니다.
흰 꽃 중 가장 먼저 피는 꽃은 매화입니다. 남쪽에서는 2~3월에 피어 지금쯤 질 때가 되었지만 산중에서는 3월말이나 4월초에 활짝 핍니다. 매화는 심어 기른 나무인 것 같습니다.
눈 속에서 꽃을 피운다고 설중매, 쓰임이 많은 열매를 준다고 매실, 아름다운 꽃을 가졌다고 매화….
사과나 자두처럼 열매를 먹을 수 없음에도 많은 사랑을 받은 걸 보면 매화엔 어떤 기품이 있나봅니다. 열매는 먹을 수 없지만 6월에 푸른 매실을 따 매실효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매실의 쓰임이 많다보니 지난해 매화 두 그루를 집 근처에 심었습니다. 올해는 운 좋게도 눈 속에 핀 매화를 보았습니다. 매화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설중매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매화와 구별하기 힘든 나무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매화와 사촌형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매화보다 꽃은 조금 늦게 피지만 잎 모양도 꽃으로도 구별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고향의 봄 하면 생각나는 꽃, 살구나무입니다.
다른 과일나무보다 꽃이 일찍 피는 이유는 배고픈 아이들에게 열매를 일찍 주기 위해서인지 모릅니다. 그런 마음씨 때문인지 살구는 여름에 먹는 맛있는 열매였습니다.
마을에서 500여미터 위쪽에 오래된 큰 살구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오랫동안 많은 마을 아이들에게 열매를 실하게 나누어 주었는지 지금은 열매가 겨우 몇 개만 달립니다.
열매는 몇 개밖에 달리지 않지만 여전히 고향의 봄을 피우고 있는 이 살구나무는 사람들 마음속에 봄을 피우는 삶을 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