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일자 서울신문 11면.
오른쪽은 지난 1일 서울신문 11면에 난 1단 기사다. 용산역세권개발(주)가 지난달까지 내야 할 중도금 8800억원을 내지 못해 용산역 일대 개발이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서울신문은 땅 주인인 코레일과 용산역세권개발 사이의 대급 연기협상도 결렬돼 총 사업비 28조원에 이르는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도 차질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건조하게 쓴 서울신문의 1단기사가와 달리 25면에 아래와 같이 <28조원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 좌초 위기>라는 제목으로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다. 조선일보 기사의 첫 문장은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고 초를 쳤다. 28조원짜리 개발사업이니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조선일보는 용산역세권을 싹 밀어버리고 들어설 15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 등 국제업무단지의 조감도까지 소개했다. 마천루를 방불케 하는 아찔한 사진이다.

▲ 4월 1일자 조선일보 25면.
80여일 전 상가 세입자 5명과 경찰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 현장의 재개발사업도 용산역세권 개발사업과 무관치 않다. 5명의 목숨과 함께 불탔던 남일당 건물 일대를 밀어내고 새로 건물을 세울 재개발사업의 이름은 ‘국제빌딩 주변 도시환경 정비사업’이다. 28조원짜리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의 배후지 부속사업쯤 된다.

28조원짜리 공사판에 죽어가는 세입자가 보일 리 만무하다. 28조원 공사판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을 뜯어먹으려고 수많은 자본이 이리저리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눈앞에서 사람 5명이 죽어 나갔다. 그런데도 여전히 공사중단을 우려하는 목소리만 크다. 소름끼치는 ‘자본’이다.

▲ 용산참사 현장 재개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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