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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전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의 효과[분석] 최소한 내부 감시권은 강화된다
권순택 기자 | 승인 2016.07.27 10:22

KBS의 정기 공정방송위원회(이후 공방위)가 또 다시 무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 22일 △이정현녹취록 무보도 △사드 배치 관련 보도 △서별관회의 의혹 보도 △세월호특조위 관련 보도 △탈북 종업원 법정 출석 보도 등 최근 KBS 뉴스에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는 사안을 꼽아 공방위에 안건 상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KBS 사측은 ‘이정현녹취록’을 제외한 다른 안건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공방위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임시 KBS이사회 소집도 무산됐다. 야권 추천 이사들이 ‘이정현녹취록’과 함께 보복인사 논란 등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을 논의에 부치려 했으나 여권 이사들이 대거 불참한 것이다. 

공정방송위원회와 KBS이사회는 공교롭게도 모두 KBS의 공적책임 실현 등을 감시하고 있는 단위다. 해당 단위들이 무산된 것은 KBS 간부 및 경영진의 일방통행식 행보가 견제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같은 KBS 현실은 역으로 어느 때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KBS 공방위 ‘무산’이 의미하는 것

<KBS편성규약> 제7조(편성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는 “KBS는 내외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자율성을 보호하고 취재 및 제작 실무자의 권한을 보장하기 위하여 ‘편성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운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편성규약에 따라 편성위원회는 각 본부별로 취재 및 제작책임자와 실무자 대표 각 5인 이내의 ‘동수’로 구성된다. 본부장과 국장, 부장급 이상의 간부들이 출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이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언론노조)

이렇듯 KBS편성위원회에서는 ‘방송의 공정성 및 공익성의 훼손’ 및 ‘편성·보도·제작 과정에서의 제작 자율성의 침해’, ‘취재 및 제작 과정에서의 이견이나 분쟁 발생’ 등의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이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노사 간 체결한 ‘단체협약’에 설치된 ‘공정방송위원회’가 편성위원회 기능을 대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KBS에서 이렇게 공방위가 무산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4일 개최된 공방위는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파행으로 치달았다. KBS 사측이 “KBS 뉴스, 공정성 면에서 2014년보다 후퇴했다”는 성재호 본부장의 언론매체(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를 문제 삼아 ‘사과하지 않으면 공방위를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4~5개월 동안 공방위가 제대로 열린 적이 없다는 게 KBS본부의 설명이다. 고대영 사장이 취임 이후, 공방위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KBS의 이같은 태도는 국정감사 지시사항에 대한 스스로의 답변에도 어긋난다. 2015년 KBS 국정감사에서 국회는 “‘편파보도’ 의혹에 따른 방송 공정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달라”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KBS 사측은 ‘처리결과’를 통해 “<시청자위원회>, <공정방송위원회>, 본부장 신임투표 등 기존 공정성 제도를 실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결국, 국정감사의 지시사항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KBS이사회 무산이 의미하는 것

KBS이사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KBS 고대영 사장 등의 경영을 감독해야 할 곳이 바로 이사회다. <방송법> 제46조(이사회의 설치 및 운영 등) 제1항은 “공사(KBS)는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사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으로 이사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49조(이사회의 기능)은 △KBS가 행하는 방송의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 △KBS가 행하는 방송의 기본운영계획 △KBS의 경영평가 및 공표 △사장·감사의 임명제청 및 부사장 임명동의 △이사회가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에 대해 심의·의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KBS이사회가 뉴스와 프로그램 등 개별 콘텐츠에 대해 지적, 개입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이정현녹취록’ 파문은 문제의 성격이 다르다. KBS이사회가 손 놓고 구경만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게 야당 추천 이사들의 판단이다. 정연욱 기자에 대한 ‘제주발령’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시이사회가 소집됐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이 불참해 무산됐다. 이인호 이사장을 제외한 김경민 이사(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발전전문위원회 위원장), 변석찬(전 KBS 비즈니스 고문), 조우석(미디어펜 주필), 이원일(바른 대표변호사), 차기환(우정합동법률사무소 공동대표), 강규형(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대거 불참한 것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되면 무엇이 바뀔까?

일련의 KBS 공방위와 이사회 무산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당위성을 설명해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을 비롯한 무소속 의원들 162명은 최근 <방송법> 개정안 등을 공동발의했다. 만일, 해당 법안이 처리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먼저 살펴볼 부분은 공방위에 강제력이 생긴다는 점이다. KBS 노사가 출석해 ‘방송의 공정성 및 공익성 훼손’ 등에 대해 논의하고 이견을 조정하는 공정방송위원회는 <방송법> 개정안을 통해 법적으로 의무화된다. 현재는 KBS편성규약이 규정하고 있다. 또한 KBS 재허가 심사 시 편성위원회 설치 및 의결사항 준수 여부 등이 심사항목으로 추가된다. KBS 사측이 일방적으로 공방위를 거부하기에는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적어도 <방송법> 개정안으로 사측을 공방위 테이블로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KBS이사회의 풍경이 더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 추천 7명과 야당 추천 6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KBS이사회를 여당 이사들이 집단적으로 불참해 무산시킬 수는 없는 구조다. 또한 사장은 2/3 찬성이라는 특별다수제를 통해 적어도 9명의 이사들의 찬성으로 선정된다. 청와대와 여당 추천 이사들이 한 명을 공동으로 추천한다고 하더라도 야당 추천 이사 3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임명이 가능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법 개정으로 특별다수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최악으로 꼽히는 인물이 사장 선임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일 뿐,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는 인물이 모두 걸러지는 건 아니다. 사장으로 정치색이 덜하고 야당과도 소통이 되는 인물이 올 수 있는 구조일 수 있다. 다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의미를 강조한다면 KBS를 감시하는 단위의 권한 강화라고 볼 수 있다. 시청자위원회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는 KBS 사장에 의해 선출되고 있지만 야3당은 법 개정을 통해 편성위원회(사 대 현업단체 및 노조 동수로 구성되는)에 추천권을 부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마저도 새누리당은 반대 입장이다. 국회 미방위 새누리당 박대출 간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인지, 공영방송을 지배하려는 건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회 통과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에 대해 새누리당 또한 공동책임자라는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집 288페이지에는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방송환경에 대해 “방송은 공공성을 지닌 미디어이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로 독립성, 중립성 침해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새누리의 약속’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담았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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