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 공연에 갔다. 소리꾼의 소리는 더 깊어졌고 나는 나이를 더 먹었다. 그래서 노래가 착착 감겨왔다. 감칠 맛이 났다. 그의 대표적인 곡 <찔레꽃> <국밥집에서> <삼식이>는 말할 것도 없겠고 <동백 아가씨> <돌아가는 삼각지> <봄비> <눈동자> 같은 노래를 듣다가 나도 “오빠~” 소리치고 싶었다. 세상에나! 내가 <돌아가는 삼각지>의 깊은 서정에 몸부림치며 눈물이 그렁거리다니…. 스스로도 놀라 자빠질 일이었다. 그가 이번에 발표한 신곡 가운데 <이게 아닌데>라는 노래가 유난히 가슴에 남았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김용택 원작 “그랬다지요”)

소리꾼은 공연 도중 이 노래의 원작 시인을 소개했다. 바로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이었다. 원작은 <그랬다지요>라는 시다. (김용택 시인은 공연 후 늦게까지 사인하는 장사익씨를 기다려 꽃다발을 전달했다. 시인이 소리꾼에게 전해준 꽃다발은 바로 찔레꽃이었다.)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시의 묘미처럼, 소리꾼이 노래하는 동안 간간히 따라 부를 수 있을 듯 단조로운 듯하면서도 인생의 깊이를 표현한 곡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요즘 내 심사와 딱 맞아떨어진 것도 같다.

공연장을 나서면서부터 줄곧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를 읊조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며칠 이러는 동안 아닌게 아니라 봄이 오고 꽃이 피어났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 또 이렇게 며칠 되뇌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은 질 것이다. 그러면서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 김사은 PD가 진행하던 전북원음방송 '아침의 향기' 프로그램. 이번 개편으로 오전, 오후 로컬 프로그램이 두시간짜리 방송 하나로 통합되게 됐다.
또 다시 봄철 프로그램 개편이다. 아니 요즘은 개편이라는 말도 의미가 없는 것이 거의 비상사태로 간주하고 수시 개편체제다. 무엇보다 방송환경의 변화가 큰 어려움이다. 우리 방송은 지난 1월에 개편한데 이어 4월에는 지방방송이 개편에 들어간다. 로컬 프로그램은 두시간짜리 방송 하나로 통합된다. 두시간을 정말 유익하고 소중하게 써야 한다. 프로그램 방향을 두고 PD들이 여러가지 의견을 냈다. 하나같이 버리기 아까운 좋은 의견들이다. 로컬성, 지역 저널리즘, 오락성을 가미한 기획의도와 구성이 관건이어서 부담이 크다.

이런 저런 프로그램이 많아서 PD들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생각들을 다양하게 담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경제가 살아나고 지역 방송환경이 더욱 좋아져서 지역에서도 신선한 샘물같은 프로그램이 퐁퐁 솟아날수 있는, 그런 날은 언제쯤 올까. 이런 생각하는 동안 또다시 봄이 가고 꽃은 지고 있다.

1965년 볕 좋은 봄, 지리산 정기가 서린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다. 원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언론홍보를 공부했다. 전공을 살려 지방일간지 기자와 방송작가 등을 거쳤고 2000년 원음방송에 PD로 입사, 현재 편성제작팀장으로 일하며 “어떻게 하면 더 맑고 밝고 훈훈한 방송을 만들 수 있을까?” 화두삼아 라디오 방송을 만들고 있다.

지역 사회와 지역 문화에 관심과 애정이 많아 지역 갈등 해소, 지역 문화 발전에 관련된 라디오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해왔다. 수필가로 등단, 간간히 ‘뽕짝에서 삶을 성찰하는’ 글을 써왔고 대학에서 방송관련 강의를 시작한지 10여년이 넘어 드디어 지식이 바닥을 보이자 전북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며 용량을 넓히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최근 전북여류문학회장을 맡았다. 방송에서나 인간적인 면에서나 ‘촌스러움’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다. http://blog.daum.net/kse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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