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PD수첩> 이춘근 PD가 긴급 체포됐다. 그리고 현재 들리는 말에 의하면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갑자기’ 검찰에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PD수첩>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오늘 중앙일보는 “정 전 장관 등이 이달 초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함에 따라 체포영장 청구에 법적 문제가 없어진 것도 고려됐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역시 “수사팀은 PD수첩 제작진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으로부터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로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로 고발된 만큼 제작경위 확인을 위해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라고 전했다.

▲ 3월 27일 동아일보 12면 기사
그랬다. 지난 3일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과 민동석 전 정책관이 MBC <PD수첩> 제작진 6인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정식’ 고소한 일이 있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논리대로라면 정운천 전 장관의 고소장이 접수되었기 때문에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직접 조사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정식’고소장이 제출됐기에 제작진 소환은 당연?

‘정식’ 고소장이 제출됐기 때문에 제작진에 대한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중앙과 동아. 그렇다면 두 신문이 이 기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오늘자 27일 경향신문 5면에 “PD수첩은 ‘다잡고’ 정운천 건은 ‘손놓고’”라는 기사가 실렸다.

▲ 3월 27일 경향신문 5면기사
경향신문은 이 기사에서 “검찰이 MBC <PD수첩>에 대해서는 강제수사에 돌입한 반면 농민단체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조사를 미뤄 대조적이다”며 “정 전 장관 사건은 조만간 무혐의 처분될 것으로 보여 수사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이 ‘형평성’을 문제 삼고 있는 사안은 지난해 7월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한국가톨릭농민회, YMCA전국연합에서 “농림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하면서 수입위험분석 직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수행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며 당시 정운천 장관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 고발한 것을 말한다.

당시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지정 검역물의 수입 금지 지역’ 규정에 따라 ‘지정 검역물’에 포함되어 있어, 농림부의 ‘수입 위생 조건’에 맞춰 수입 위험 분석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건너뛰었다.

그러나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들 단체들의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을 고발한 것을 두고 검찰 관계자는 “‘퍼포먼스’ 아니겠느냐?”며 “계속 수사를 하겠지만 아직 정 전 장관에 대한 조사 계획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경향신문은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에 대한 위헌심판을 기각하자 검찰에서는 ‘무혐의종결’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농, ‘정식’ 고발, 정운천은 왜 수사 안하나

▲ 지난 2008년 7월 2일 한겨레 12면 사진기사
검찰은 이들 단체에서 정운천 전 장관을 직무유기로 고발한 것을 두고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퍼포먼스가 아니겠냐”고 평가절하했다. 이러한 검찰의 반응에 가장 할 말이 많은 쪽은 아무래도 정운천 전 장관을 고발했던 단체들일 테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입장을 들어봤다.

민동욱 전농 대외협력실장은 “지난 7월에 한도숙 전농 의장과 김덕윤 전국여성농민회연합 의장, 배삼태 가톨릭농민회 의장이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며 “검찰이 말한 대로 퍼포먼스였다면 고발인 조사에 갈 필요가 없었지 않겠느냐”며 되물었다.

민 실장은 “이 사건을 위임한 담당 변호사를 통해 현재 검찰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며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어이없다. 고발인 조사는 진행됐으나 피고발인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검찰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PD수첩> 이춘근 PD의 긴급체포와 관련해 “곧 전농이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험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PD수첩인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농민단체들에 의해 ‘정식’ 고발된 정운천 전 장관의 체포는 불가피

검찰이 <PD수첩>제작진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는 데 정운천 전 장관의 ‘정식’ 고소가 한몫 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농민단체들이 정운천 전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정식’ 고발한 수사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수사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중 잣대다. 그런 검찰의 수사는 ‘형평성’논란을 넘어 ‘표적수사’에 가깝다.

그렇다면 ‘정식’ 고소장으로 인해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던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내일 어떤 기사를 써야 할까? “농민단체 등에서 지난해 7월 초 정식으로 고발장을 접수한 것에 따라 정운천 전 장관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에 법적 문제가 없어졌다”(중앙일보)거나, “수사팀은 정운천 전 장관이 농민단체들로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하면서 수입위험분석 직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수행하지 않은 의혹’으로 고발된 만큼 정운천 전 장관에 대한 직접 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보도한 내일 아침 신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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