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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 심각한데 “대답하지 말라”자기 역할 스스로 포기하는 국회와 방문진
권순택 기자 | 승인 2016.07.13 09:55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여당 및 여당 추천 이사장의 입에서 이 같은 말이 나왔다. ‘언론장악’ 등 관련된 야당 및 야당 추천 이사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또 나왔다. 답변하지 말라. 하지만 이 말은 야당 및 야당 이사들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국회 그리고 방문진의 권한을 포기하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짚지 않을 수 없다. 

#1. 미방위에서 벌어진 일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이정현녹취록과 관련해 새누리당 소속 신상진 미방위원장에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요청하는 한편 방통위로 하여금 국무회의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보고한 내용 등의 자료를 요청하는 ‘의사진행발언’을 시작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미방위 간사와 여당추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사진=연합뉴스)

유승희 의원은 “그동안 정황으로만 존재했던 박근혜 정부의 KBS에 대한 보도지침이 일상적으로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녹취록이 공개된 지 11일이 지났다”며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혹시 봤느냐”라고 물었다. 또, “7월 4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안다. 이정현녹취록 공개에 대해 대통령에 보고를 했느냐”고 덧붙였다. 그러자 새누리당 박대출 간사는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그런, 피감기구 정부부처에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증인출석등의 의무)는 국회에서 안건심의 보고와 서류 및 해당기관이 보유한 사진·영상물의 제출 요구를 받은 때에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회의원들은 관례적으로 안건심의를 위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피감기구를 대상으로 자료를 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안건심의를 더욱 원활히 하기 위한 방편으로 피감기구를 대상으로 한 질문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대답하지 말라’라니. 과연 새누리당 미방위 간사라는 사람이 국회의원의 직무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2. 방문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방문진 회의는 걸핏하면 ‘비공개’로 진행된다. 지난 8일 방문진이 MBC로부터 받은 업무보고도 그랬다. 방문진에 출석한 MBC 안광한 사장은 인사말에 앞서 비공개부터 요청했다. 이유는 발언 중간에 MBC 경영실적이나 전략 등이 포함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여당 추천 이인철 이사는 “회사 입장이 그렇다면 동의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동안 방문진에서 MBC 사장 인사말을 비공개로 한 적이 없었으므로 야당 추천 이사들로부터 질타가 쏟아졌다. 

정부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의 행동은 문제이다. <방송문화진흥회법> 제9조(이사회의 구성) 제6항에 따라 이사회 회의는 공개된다. 물론, 예외조항이라는 것도 있다. 이사회 의결에 따라 비공개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법령에 따라 비밀로 분류되거나 공개가 제한된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 ‘공개하면 개인·법인 및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감사·인사관리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하면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한정돼 있다. 이 이외에는 모든 걸 공개해야한다는 뜻이다. 안광한 사장과 여당추천 이사들의 ‘비공개’ 전환이 요구는 말도 안 된다. 

그런데, 안광한 사장이 비공개를 요청한 진짜 이유는 ‘질의응답’ 시간에 드러났다. 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는 ‘MBC 백종문녹취록’, ‘세월호특조위 동행명령 발부 불응’, ‘트로이컷 대법원 판결’ 등의 사건들을 언급하면서 경영진의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이완기 이사는 “MBC 임원이 도덕·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데 직원들을 어떻게 규율할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안광한 사장은 “답변을 공개해도 되느냐”라는 말부터 내뱉었다. 그는 “이런 것(답변)들이 왜곡되거나 편파적으로 돼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비공개 요청 이유를 밝혔다. 그랬다. 결국, 자신의 답변이 야당 추천 이사건 아니면 기자들이건 누군가 왜곡할텐데 그것이 회사 이미지를 훼손할 것이기 때문에 비공개로 답변하자는 거였다. 물론, 법에서 비공개로 규정돼 있는 사유로는 볼 수 없다. 

그렇지만 검사출신 고영주 이사장은 대뜸 안광한 사장에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 비공개해야할 사항은 답변 안하셔도 된다”고 주문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이 MBC 임원들의 비윤리적 행동에 대해 질타를 하자 고영주 이사장은 “안광한 사장에 질문만 하고 질책은 하지 말라”고 말을 막아서기도 했다. 과연 관리감독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스스로 권한을 포기, 그 끝은?

‘대답하지 말라’는 국회와 방문진이 나온 대목의 공통점은 박근혜 정부의 ‘언론장악’에 대한 지적을 하는 맥락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이정현녹취록에 대한 것 그리고 논란이 컸던 MBC 경영진들의 비윤리적 행보에 대한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감독기관’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는 국회와 방문진의 단면울 보여준다.  

MBC 감독은 방문진과 국회 미방위가 연결돼 있는 구조다. 대표적인 사례가 MBC의 소송비용이다. MBC는 무차별적 소송과 관련한 비용 등을 감독기구인 방문진에 제출하지 않는다. 물론, 여당 추천 이사들이 다수를 점하는 방문진에서 관련 자료를 요구한 적도 없다. 이 같은 일은 국회 미방위에서 반복되고 있다. 미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법 규정에 따라 MBC의 소송비용 등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에서 막고 있으며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궁금해진다. 과연, MBC에 방문진과 국회는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있을까. 

결국, ‘대답하지 말라’는 지시는 감독기관 스스로 자신들의 권한을 포기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국회와 방문진은 각각 3년, 4년의 임기가 끝나면 사람이 바뀐다. 하지만 이 같은 일련의 일들은 사례로 남기 때문에 위험하다. 감독기관들을 피감기구들이 우습게보게 될 미래, 그곳에서 발생할 사회적 비용은 누구의 책임일까. 무엇보다 국회의원 그리고 방문진 이사라는 권한은 누구로부터 나오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볼 때다. 당장 눈 앞의 실세만 보고 언론장악 청문회 등을 피하겠다고, 현 MBC 경영진을 감싸겠다고 감독기관의 권한을 내놓는 것은 매우 우매한 짓일 뿐이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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