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시절이 생각난다. 칼과 총이 싸우는 상황에서 칼에 투자한다면 이는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 신문산업이 정상화되길 원하지만 솔직히 딱 떨어지는 해법이 없다. 공적 재원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공적자금 2조가 아닌 20조를 투입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신문에 대한 공적재원 투입 더 늦출 수 없다’ 토론회에 참석한 문화체육관광부 조현래 미디어정책과장의 발언이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조 과장은 신문산업의 지원을 촉구하는 참석자들의 요구에 부정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 왼쪽부터 김호준 신발위원장, 조현래 문화부 과장, 신학림 신발위원
발제를 맡은 신학림 신문발전위원은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발행부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모든 신문들이 구조적인 경영난에 빠져있다. 사기업이지만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지닌 신문산업을 살리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대안은 대규모 공적재원 투입뿐”이라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 중 여유자금이 800여억원 되는데 이를 신문업계에 긴급 지원하자”고 주장했다.

신학림 위원은 이어 “추경 예산과 내년 예산을 통해 신문기금 2조원을 조성해야 한다. 다만 정부, 국회와 이해 당사자인 신문사들이 투명성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며 “이 기금의 운영은 신문발전위원회를 독립기구로 확대개편한 신문위원회(가칭)에 맡겨 관리감독하도록 해야 한다. 지원 대상에 인터넷 언론까지 포함시키는 등 신문산업이 자체적으로 건전한 발전을 이루고 자유민주주의 여론 형성에 적절하게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호준 신문발전위원장 역시 “신문업계의 위기는 여론 다양성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신문산업을 위기에서 구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며 “세금 감면, 정부광고 증액, 18세 이상 성인의 신문 구독 지원 등 신문업계를 살리기 위해 6억 유로를 투입한 프랑스 정부의 대책들은 우리가 참고할 만한 정책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현래 문화부 과장은 공적 자금 지원 요구에 대해 “자금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거대한 담론보다는 좀더 구체화된 실행방안이 필요하다. 뭉뚱그려서 ‘신문은 공적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만 해선 안 된다. 과연 공적 재원이 투입된다고 해서 신문산업이 정상화될지도 회의적”이라고 답변했다.

조 과장은 “지금 우리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일자리인데, 언론과 관련해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그것을 구체화하고 싶다”며 “신문산업을 살리기 위해 내부적으로 방안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료를 주면 전문가들과 논의해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신문 지원의 당위성만으로는 지원할 수 없다’ ‘요구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문화부 관계자의 발언에 신문업계의 전략기획 담당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겨레 안재승 전략기획실장은 “단순히 종이신문을 지원해달라는 좁은 의미의 요구가 아니다. 종이신문들도 디지털 미디어, 온라인 쪽에 엄청난 투자 압박을 느끼고 재원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막무가내 요구가 아니라 자생력을 가지는 언론사들이 생존해갈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것”이라며 “2조원 기금은 원가와 구독료 차이 지원, 초중고교 학습 교재 지원 등에 사용될 수 있다. 굳이 기금을 조성하지 않더라도 신문구입비 소득공제, 저소득층 신문구독료 보조 등의 지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서배원 전략기획실장은 “유통비용 지원에 대해서는 신문사간의 이해가 일치하고 지원의 효과도 크다”며 “신문산업 내에서 의견이 모아져야겠으나 중장기적으로 공동배달제, 공동인쇄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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